
도쿄 근교, 감성은 오히려 더 짙다
도쿄는 볼 것도 많고 재미도 많은 도시지만, 하루 이틀만 지나도 정신이 붐비고 템포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순간 필요한 게 바로 ‘잠깐의 도피’ 같은 소도시 여행. 도쿄역이나 신주쿠역에서 기차 한 번만 타면, 완전히 다른 리듬과 공기를 가진 도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일치기도 가능하고, 1박 2일 소소한 힐링 루트로도 딱 좋은 곳들. 오늘은 그런 도쿄에서 1시간 거리 소도시 여행 루트를 소개해본다.

1. 가마쿠라 – 고즈넉한 절과 바다 사이 걷는 길 (鎌倉, かまくら)
도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감성 소도시 중 하나가 바로 가마쿠라. 에노덴(江ノ電, えのでん)을 타고 달리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오래된 사찰, 대불(大仏, だいぶつ),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호코쿠지(報国寺, ほうこくじ)까지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장소가 많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골목길이다. 카페 골목, 수제 빵집, 빈티지 잡화점들이 모여 있는 고마치도리(小町通り, こまちどおり)는 걷는 재미가 있다. 오후엔 에노시마 바닷가까지 내려가면 석양까지 완벽. 커플도 좋고, 혼자 가도 멍 때리기 좋은 곳이다.

2. 가와고에 – 에도 시대에 잠깐 다녀오는 기분 (川越市, かわごえし)
사이타마현의 가와고에는 ‘코에도(小江戸, こえど)’라고 불린다. 작은 에도라는 뜻인데, 실제로 에도 시대의 거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다이쇼로망 거리를 걷다 보면 옛 일본의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고, 벽돌 건물과 유카타 대여소(浴衣レンタル, ゆかたれんたる), 전통 단팥빵 가게까지 잘 어우러져 있다.
가와고에 성 근처의 사원들과, 인력거 체험도 가능해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도쿄에서 전철로 40분 정도, 하루 코스로 가장 알찬 근교 소도시 중 하나다.

3. 하치오지 & 다카오산 – 자연 속에 감성 넣기 (八王子・高尾山, はちおうじ・たかおさん)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치오지 근처 다카오산(高尾山, たかおさん)을 빼놓을 수 없다. 케이블카나 등산로를 통해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데, 경사가 심하지 않아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가을엔 단풍(紅葉, こうよう), 봄엔 벚꽃(桜, さくら)이 산 전체를 물들인다.
정상에선 도쿄 시내와 후지산(富士山, ふじさん)까지 보이기도 한다. 내려와선 다카오산 입구 쪽에 있는 전통 찻집이나 토속 음식점에서 휴식 가능. 도시에서 자연으로 급전환하고 싶을 때, 이 루트만큼 빠르고 만족도 높은 곳도 없다.

4. 지치부 – 계곡, 온천, 신사까지 세트로 즐기는 힐링 루트 (秩父市, ちちぶし)
지치부는 사이타마 서쪽 끝에 있는 산간 소도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조용하고 한적하다. 여긴 아라카와 계곡(荒川渓谷, あらかわけいこく)과 세이부 치치부 온천(西武秩父温泉, せいぶちちぶおんせん) 같은 힐링 장소가 함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와다타미 거리(岩畳通り, いわだたみどおり)는 전통 찻집, 지역 사케 가게, 소소한 기념품 숍들이 모여 있어서 로컬 분위기가 가득하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하룻밤 묵으며 온천과 숲속 산책을 즐기는 것도 추천.

5. 요코스카 – 군항도시의 낭만과 바다 뷰 (横須賀市, よこすかし)
도쿄 남쪽의 요코스카는 군항 도시라는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바다와 조용한 항구의 감성을 동시에 가진 매력적인 곳이다. 미우라 반도(三浦半島, みうらはんとう)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바다 산책로와 구름다리, 카페가 잘 어우러진 도시다.
특히 ‘도부이타 거리(どぶ板通り)’는 미군 문화와 일본식 상점이 혼재돼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근처의 ‘사라시나 해변(猿島, さるしま)’은 유람선을 타고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무인도인데, 당일치기 여행에 색다른 액티비트를 더해준다.

도쿄는 빠르게, 근교는 깊게
도쿄는 볼거리도 많고 재밌지만, 템포가 빠르다. 여행 중 하루쯤은 숨을 돌리며 풍경을 눈에 담고, 골목을 천천히 걷고, 조용한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전철 한 번, 특급열차 한 번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소도시들은 모두 도쿄에서 1시간 이내, 하루 만에도 다녀올 수 있고, 이틀을 보내면 더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다.
짧은 거리 안에 완전히 다른 일본이 있다는 걸, 직접 느껴보면 여행이 더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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