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로감염은 여성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쯤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대개는 방광염 증상으로 가볍게 지나가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 단순한 감염이 심혈관계 질환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 달 이내 요로감염을 겪은 환자들 중 상당수가 이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병원에 실려 왔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감염 부위는 하복부에 국한되지만 염증이 혈관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신에 걸쳐 복합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하거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단순 요로감염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급성 염증이 혈관을 공격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요로감염은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감염질환이다. 감염 시 면역체계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면역세포를 대량 분비하며 균을 제거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염증물질은 혈류를 타고 전신에 퍼지게 되고, 특히 동맥 내벽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만약 기존에 동맥경화가 진행된 상태라면 이 염증 반응이 플라크를 자극해 혈전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곧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실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5천 명 이상의 뇌졸중, 심근경색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상당수가 30일 이내 요로감염, 폐렴, 피부 감염 등을 겪은 후 증상이 발현됐다고 밝혔다.

특히 요로감염은 ‘무증상 감염’도 많아 더 위험하다
요로감염의 문제는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고령자나 당뇨병 환자는 소변 이상이나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피로감, 혼란 등의 전신 증상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무증상 감염은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워 만성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염증이 장기화될 경우 혈관 건강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의 고위험군일수록 감염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소변 검사나 혈액 염증 수치 측정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요로감염 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2배 이상으로 증가
해외 다수 연구에 따르면 요로감염 직후 한 달 동안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높아진다. 특히 폐렴, 구강 감염, 위장관 감염보다는 요로감염이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요로 감염 세균이 그람음성균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배출하는 내독소가 혈관 내피세포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요로계통이 신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감염이 전신으로 확산되기 쉬운 구조라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도 감염 직후 일정 기간은 무리한 활동이나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혈관계 위험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평소 감염 예방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요로감염을 포함한 각종 세균 감염은 단순한 국소 증상이 아니라, 전신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심혈관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요로감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배뇨를 오래 참지 않으며, 위생 상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감염 이후에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며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과 혈관 질환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선 면역과 순환계를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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