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180대, 사상 최대 방산 계약 체결
한국의 대표적인 주력 전차인 K2 ‘흑표’가 폴란드에 총 180대 수출되는 계약이 최종 확정되면서 국내 방산 업계가 다시 한번 활력을 얻고 있다. 총액은 67억 달러, 우리 돈 약 9조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으로, 단일 무기 체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중 117대는 국내에서 생산되고, 63대는 폴란드 현지 글리비체에 위치한 와베리 공장에서 조립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위기감을 느낀 폴란드는 빠른 납기와 뛰어난 성능을 갖춘 한국 무기를 선택했다. 기술 이전을 통해 자국 생산 기반도 일부 확보하는 전략이다. 계약 과정은 2022년부터 시작됐으나 예산 문제와 국내 123사태 등 돌발 변수가 있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교착이 풀리면서 최종 체결에 이르렀다.
CNC 선반부터 사격 시험까지…현장도 ‘풀가동’
창원에 위치한 한 중견 부품 생산업체는 이번 K2 수출로 인해 생산 공정을 대폭 재조정하고 있다. 이 기업은 자주포와 전차에 장착되는 포열과 발사 장치를 주로 제작하는 곳으로, CNC 선반과 특수강 가공 장비를 활용한 정밀 공정이 주력이다. 가공된 포열은 검사를 거쳐 국방과학연구소의 사격 시험장으로 보내진다.
사격 후에는 제품이 다시 회수되어 분해 및 재조립을 거쳐 최종 완제품으로 납품된다. 이곳에서 연간 생산되는 K9 자주포 및 K2 전차 포열은 약 360문에 이른다. 전 세계 포열 생산국 13개국 가운데에서도 품질과 정밀도 면에서 상위권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부품 줄이고 방산 투자 늘려
이 기업은 최근 자동차 부품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방산 부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섰다. 폴란드 수출 2차 계약을 대비해 별도의 신규 공장 건립도 검토 중이며, 이미 2단계 설비 투자를 완료해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50% 이상 확대했다. 추가 수출 물량과 세계 각국의 주문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업 관계자는 “생산장 확충은 완료됐고, 현재는 생산량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 여부를 논의 중”이라며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 개척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확인된다. 자동차 부품 매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방산 부문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형 자주포·박격포 등 기술 다변화
업체들은 기존의 대형 포열뿐만 아니라 소형 기동무기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05mm 자주포, 차량 탑재형 81mm 박격포 등 기동형 화포 체계가 주목받고 있으며, 드론 통합방어체계와 RCWS(원격 사격 무기 통제 시스템) 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전술 차량에 포열 기술을 결합해 소형 자주포 플랫폼을 개발하는 시도는 현장의 기동성과 화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 차세대 무기 수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아 전술차량과 연동되는 구조로, 국산 플랫폼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시도다. 업체 관계자는 “이런 파생형 무기들이야말로 세계시장에서 두드러질 수 있는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도 진출 중
폴란드와 유럽 지역뿐만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들과의 협상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형 무기 수출이 중견·중소기업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낙수효과를 증명하는 사례다. 2022년 기준으로 4개국에 불과했던 K방산 수출국은 2025년 현재 12개국 이상으로 확대됐다.
수출 품목도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으로 다양화됐다. 국방부는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방산 수출 컨트롤 타워’ 설치와 수출 전략회의 정례화 등을 추진 중이며, 2025년 방산 수출 목표는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한다.
대통령도 직접 나서 방산 생태계 강조
최근 ‘방위산업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방산을 대한민국의 전략산업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AI, 로봇, 무인체계 등 첨단 기술 변화에 맞춰 방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수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방산 부품 국산화 비율이 높아지며,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군 기술 협력 확대, 군수품 표준화, 방산 부품 전용 펀드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을 동반해 방산 4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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