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을 익혀 먹었는데도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유
겨울철이면 굴찜, 굴전, 굴국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한 굴 요리가 식탁에 자주 오릅니다. 바다의 우유라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한 굴은 특히 단백질, 아연, 철분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나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해산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굴이 때로는 사람을 병원으로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익힌 굴을 먹었는데도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보통은 생굴을 먹을 경우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익혀서 조리한 굴에서도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노로바이러스는 매우 강한 생존력을 가진 바이러스입니다.
일반적인 세균과 달리 낮은 온도에서도 활동성이 유지되며, 열에 강한 특징도 갖고 있습니다. 60~70도에서 수 분간 조리를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일부 생존할 수 있으며, 특히 굴처럼 내부 조직이 단단한 해산물일 경우, 겉은 익었지만 속까지 충분히 열이 전달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인체에 침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집에서 굴을 찌거나 볶아 먹을 때, 대부분 짧은 시간 동안 겉면만 익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굴전, 굴무침, 굴국 등에 사용하는 방식은 대부분 표면만 익히는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겉보기엔 익은 듯해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굴을 통째로 삶거나 튀기지 않는 한, 완전한 살균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게다가 굴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기 쉬운 대표적인 해산물이기도 합니다.
굴은 해수를 여과하여 먹이를 섭취하는 특성 때문에 해역의 바이러스나 세균, 중금속 등을 몸속에 축적하기 쉽습니다.
특히 겨울철 해수 온도가 낮을 때는 노로바이러스 생존력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동절기 굴은 더욱 조심해야 하는 해산물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리 과정 전, 굴을 다루는 조리기구나 손의 위생 상태에 따라 2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생굴을 다룬 칼이나 도마를 따로 소독하지 않고 다시 익힌 굴 요리에 사용했다면, 조리 과정에서 다시 오염이 되는 이른바 ‘크로스컨타미네이션’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경우 조리된 굴에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게 되며, 결국 섭취자에게 감염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굴을 냉장 보관하거나 해동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굴은 단백질과 수분이 풍부한 식품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냉장 온도가 4도 이하로 유지되지 않거나, 한 번 해동한 굴을 재냉동했다가 사용하는 경우에는 세균 번식과 바이러스 생존률이 급격히 높아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겉으로는 아무 이상 없어 보여 방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굴을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가급적 익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85도 이상의 온도에서 90초 이상 조리해야 노로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굴전이나 찜을 할 경우, 재료의 크기에 따라 안까지 열이 완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충분히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굴을 만진 손으로 다른 음식이나 조리기구를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생굴을 다룬 칼, 도마, 집게 등은 따로 분리해 사용하고, 반드시 뜨거운 물이나 세척제로 철저히 소독해주셔야 합니다. 손 세정도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알코올 기반 손 세정제로는 잘 사멸되지 않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히 손을 씻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또한 위생적으로 처리된 믿을 수 있는 생산지에서 채취한 굴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은 자가정화 시설을 갖춘 청정 해역에서 생산된 굴도 많으니, 포장지의 원산지와 인증 마크 등을 잘 확인하고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굴을 먹은 뒤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고, 초기에는 단순한 식중독처럼 보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방치하면 가족 간 전파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특히 유아나 고령자의 경우에는 탈수 증상이 심해져 위험해질 수 있으니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굴은 영양가 높고 맛있는 해산물이지만, 잘못 다루면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로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위생과 조리 온도에 더욱 철저하게 신경 쓰는 습관이야말로 가족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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