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차가움을 느끼는 일명 냉감 경로가 새롭게 특정됐다. 차고 따뜻함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뇌에 전달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에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뇌과학자 보 두안 교수 연구팀은 차가운 신호만 받아 증폭하는 특별한 세포가 척수에 존재한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차가운 느낌이 뇌에 전달되는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거듭했다. 피부에는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와 같은 세포가 분포하는데, 연구팀은 15~25℃ 정도의 ‘시원하다’고 느끼는 온도에 반응하는 세포에 초점을 맞췄다.

보 두안 교수는 “이 센서가 차가움을 느끼면 먼저 피부 신경세포가 신호를 보내고, 이는 척추 속 척수로 보내져 뇌로 전달된다”며 “지금까지는 이 중간 경로가 차가움이나 따뜻한 느낌을 모두 송신한다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차가운 신호만 받고, 이를 증폭하는 특별한 세포가 척수에 존재하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새로운 유형의 세포는 연합뉴런(interneuron)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런은 척수나 뇌 속에서 신경끼리 연결하는 세포다. 단순히 각 신경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받은 신호를 강하게 하거나 반대로 약하게 만든다. 이번에 특정된 세포는 차가운 자극만을 선택하고 증폭해 뇌에 보내는 특화형 연합뉴런이다.

보 두안 교수는 “쥐의 척수에 존재하는 이 연합뉴런을 일부러 작동하지 않게 했더니, 쥐는 차가운 얼음과 닿아도 반응하지 않았다”며 “반대로 따뜻함이나 뜨거움에는 변함없이 반응했다. 이를 통해 차가움을 뇌에 전달하는 전용 경로가 파악됐다”고 전했다.
교수는 “사실 피부의 온도 센서 자체는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연구했고, 2021년 노벨생리학·의학상 수상 등 성과도 많았다”면서도 “척수에서 차가운 신호가 특별히 처리된다는 구조를 처음으로 알아낸 이번 연구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여러 분야에 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보 두안 교수는 “화학요법을 받는 암환자 일부는 찬 공기만 닿아도 통증을 느끼는 촉각통(알로디니아, allodynia)으로 고생한다”며 “임의로 찬 감각을 못 느끼게 하면 암환자들이 호소하는 촉각통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