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이 태양의 약 360억 배에 달하는 사상 최대급 블랙홀이 포착됐다. 인류가 잡아낸 역대 블랙홀 중에서도 질량이 최상위권인 관계로 많은 관심이 모였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천체물리학자 토마스 콜렛 박사 연구팀은 7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태양의 약 360억 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을 사자자리 중력렌즈계 중심부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56억 광년 떨어진 사자자리의 코스믹 호스슈(Cosmic Horseshoe) 가운데 자리한다. 말굽을 닮아 명명된 코스믹 호스슈는 중력렌즈 효과로 만들어지는 고리 상으로, 실은 두 개의 은하로 이뤄진다.

토마스 콜렛 박사는 “함께 진화해 온 블랙홀과 코스믹 호스슈, 즉 두 은하는 어느덧 최종 단계에 도달한 상황 같다”며 “이 괴물 블랙홀은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질량 상한선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믹 호스슈는 두 은하가 나란히 선 중력렌즈계로, 앞쪽 은하의 질량이 너무 커 뒤쪽 은하의 빛을 왜곡한다”며 “이때 빛이 은하의 주변을 도는 것처럼 진행돼 뒤쪽 천체의 빛이 말발굽 모양을 띤다”고 덧붙였다.
사자자리 코스믹 호스슈의 초대형 블랙홀 관측은 중력렌즈와 항성운동학을 결합한 새로운 관측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블랙홀 주변 항성의 속도나 궤도로부터 질량을 추측하는 항성운동학은 활동을 멈춘 블랙홀도 검출할 수 있다. 이번 블랙홀도 주변 물질을 더 이상 흡수하지 않은 휴면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구팀은 이번 블랙홀이 은하의 별들을 초속 약 400㎞, 즉 광속의 0.1%배 속도로 움직이는 사실도 알아냈다. 질량은 우리은하 중심부 궁수자리 A*의 최소 1만 배로 추산됐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블랙홀 중에서도 질량만 따져 상위 10위에 들어간다.
토마스 콜렛 박사는 “크기만 따지면 태양의 약 660억 배나 되는 블랙홀 TON 618이 이미 발견됐다”며 “TON 618의 질량은 간접적으로 추측할 뿐이고 불확정 요소가 많은 반면, 코스믹 호스슈의 블랙홀은 중력렌즈 효과와 항성운동학을 결합한 덕에 비교적 정확한 질량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수수께끼가 많은 코스믹 호스슈의 비밀에 접근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토마스 콜렛 박사는 “괴물 블랙홀을 품은 코스믹 호스슈는 은하가 진화의 끝에 도달한 화석은하군의 특징을 보여준다”며 “중력렌즈 효과와 항성운동학을 융합해 더 많은 휴면 블랙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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