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도심의 ‘축구장 아파트’, 구장의 영혼을 담은 하이버리 스퀘어의 정체
런던 북부 이슬링턴, 도심 한복판의 유명한 ‘하이버리 스퀘어’ 아파트 단지는 사실 100년 역사를 간직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FC의 옛 홈구장 하이버리 스타디움이 변신한 곳이다. 하이버리 스타디움은 1913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93년 동안 아스널의 영광을 함께 했던 성지이자, 세계 축구 역사에서는 영구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다.

스타디움에서 아파트 단지로… 역사적 공간의 재탄생
아스널 구단은 2006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면서 노후·도심 환경 문제, 구장 수용 한계 등 다양한 조건을 감안해 하이버리 스타디움을 공동주택 단지로 탈바꿈시키는 대형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다. 3년에 걸친 재건축 끝에 2009년부터 4개 동, 650가구 규모의 ‘하이버리 스퀘어’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다.
특징은 단순 철거가 아니라, 영국 건축문화재 등록된 동·서측 관중석 외관을 최대한 살리고 내부만 리모델링해 현대적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는 점이다. 주 출입구가 있던 서측 관중석 외벽엔 ‘ARSENAL STADIUM’ 간판이 그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축구의 심장이었던 기록, 단지 곳곳에 남아 있다
아스널이 하이버리에서 남긴 기록은 EPL에서 손꼽힌다. 1부리그 13회 우승, 2003-2004시즌 무패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성과, FA컵 등 무수한 트로피가 하이버리 시대의 결실이다. 구단 역사상 48회의 주요 우승은 하이버리 시절에 집중됐다.
아파트 단지 내 4개 동은 예전 관중석의 명칭을 그대로 따랐고, 스타디움 중앙은 정원으로 바뀌어 입주민과 팬들의 ‘그라운드 추억’을 지킨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까지 도보 10분 거리여서 아스널 팬들의 거주 선호도 역시 높다. 현지 주민들은 “이곳은 나에게 아스널 그 자체”라며, 축구 역사와 주거 가치가 결합된 점을 자랑스러워한다.

런던 도심 프리미엄, ‘축구장 아파트’가 바꾼 주거 가치
하이버리 스퀘어는 영국 전통적 ‘플랫(Flat)’ 구조지만, 교통 접근성과 ‘전설의 경기장’ 상징성 덕분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2010년 분양 당시 아스널은 1억6천만 파운드(약 2,850억원) 수익을 올리며 구단 부채의 절반 이상을 상환할 정도였다.
현재도 런던 평균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방 2개·화장실 2개 복층(약 20평) 단지 시세가 70만 파운드(12억6,000만원)로 집계된다. 작년 기준 런던 평균 집값 53만6,000파운드(약 9억6,100만원)보다 훨씬 높아, 도심 명소로 자리잡았다.

역사와 일상이 어우러진 ‘축구장 랜드마크’
하이버리 스타디움은 단순 주거 단지를 넘어, 영국 축구문화와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건축유산 보존, 명물 구장 추억, 지역 커뮤니티 형성, 주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삶의 가치와 역사가 동시적으로 녹아내렸다. 세계 축구 팬들은 물론, 현실 거주민까지 “이곳이 바로 축구의 뿌리, 나만의 성지”라며 애착을 드러낸다.

도심 속 축구장의 재탄생, 하이버리의 역사와 현재
런던 한복판에 자리한 하이버리 스퀘어는 100년의 축구 역사와 도시 생활이 얽힌 유일무이한 공간이다. 아스널의 팬, 영국인, 국제적 축구 팬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이 공간은, 과거 영광의 축구장을 오늘날 프리미엄 아파트와 지역 커뮤니티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시대의 흐름과 도시의 변화 속에서도, ‘축구의 심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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