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하나만 있어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고혈압까지 함께 있는 경우, 그 위험도는 단순히 더해지는 게 아니라 곱해진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두 질환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 확률은 각각의 질환이 단독일 때보다 2~3배 이상 높아진다. 심장은 혈액을 지속적으로 순환시키는 기관이고, 혈관은 그 통로이기 때문에 이 두 질환은 동시에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준다.

혈관에 가해지는 복합 스트레스, 그 영향은?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액이 혈관 내벽에 높은 압력을 주는 상태이다. 이 압력이 오랫동안 유지되면 혈관이 미세하게 손상되고, 그 부위를 메우기 위해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서 동맥이 점점 좁아지게 된다. 여기에 당뇨가 더해지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고혈당은 혈액 내 염증 물질을 증가시키고,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손상을 가속화시킨다.

두 질환 모두 공통적으로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진행이 빨라진다. 이 상태가 심장으로 이어지는 혈관에서 발생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뇌로 가는 혈관에서 발생하면 뇌졸중이나 치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수치 관리가 아니라 구조적인 손상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중질환은 훨씬 위험하다.

당뇨와 고혈압의 공통 병리 메커니즘
당뇨와 고혈압은 전혀 다른 질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혈당 조절이 어렵고, 동시에 신장 기능과 혈압 조절 능력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혈압이 높아지면 다시 인슐린 작용이 둔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또한 자율신경계 이상도 두 질환에 공통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압은 오르고 혈당도 비정상적으로 변동하게 된다. 나아가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순환계가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두 질환을 단순히 동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연결된 질환으로 보는 것이 맞다.

어떤 생활습관이 가장 문제일까?
흔히들 염분이 많은 음식이나 단 음식을 피하라고 말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면의 질이 낮거나 스트레스를 장기간 받는 사람들이 당뇨와 고혈압을 동시에 앓을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면 중 호흡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고혈압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동시에 혈당 변동성도 커져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운동 부족 역시 큰 문제다. 단순히 살이 찌는 문제를 넘어서 근육량이 줄면 인슐린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혈당 조절이 어렵다. 동시에 심장과 혈관의 기능도 약해지기 때문에 고혈압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단일한 나쁜 습관이 문제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 습관 하나하나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예방과 관리의 핵심은 ‘복합 접근’이다
당뇨나 고혈압 중 하나만 있는 경우보다, 두 질환이 함께 있을 때는 훨씬 더 정밀하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약을 먹고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생활 전반의 리듬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식단 조절은 두 질환 모두에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섬유질 위주 식단이나 가공식품 제한 같은 구체적인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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