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물질이 행성에 쌓여 블랙홀을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암흑 물질은 암흑 에너지, 가시 물질과 더불어 우주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로 여겨져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행성과학 연구팀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D(Physical Review D)에 먼저 소개됐다.
암흑 물질은 우주의 약 27%를 구성한다고 추측된다. 아직 수수께끼가 많은 암흑 물질이 행성 내부에 갇혀 일정한 밀도에 도달하면 자체 중력으로 붕괴, 내부에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시도한 연구팀은 블랙홀을 만드는 행성이 은하 중심부의 가스 외계행성이라고 봤다. 암흑 물질은 직접 볼 수 없지만 은하의 회전 속도나 중력렌즈 효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검출돼 왔다. 은하는 이 암흑 물질로 구성된 헤일로에 싸여 있고, 그 밀도는 은하 중심으로 갈수록 크다. 즉, 은하 중심부 행성일수록 암흑 물질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조사 관계자는 “암흑 물질이 많은 은하 중심부에서도 목성 같은 거대 가스 행성은 불과 10개월 만에 블랙홀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가설이 맞는다면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이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은 이 조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이어 “행성 내부에 발생한 블랙홀은 항성의 그것과 달리 반드시 행성 전체를 집어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블랙홀이 양자역학적 효과로 인해 방출하는 열복사, 즉 호킹 복사 이론에 입각한 시뮬레이션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호킹 복사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제창했다. 블랙홀은 열을 방사하며 에너지를 잃는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특히 작은 블랙홀일수록 이 효과가 강해 충분히 성장하기 전 사라진다고 호킹 박사는 봤다.
조사 관계자는 “호킹 복사 이론에 근거, 블랙홀이 성장과 소멸의 균형을 잡는다면 행성 내부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만약 행성 내부의 블랙홀이 실현되면 그 복사로 인해 행성 온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가스 외계행성의 이상 고온 현상을 관측한다면 그 내부 블랙홀의 존재를 알아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도 2011년 암흑 물질이 행성 안에 쌓이면 그 에너지가 행성을 따뜻하게 한다고 점친 바 있다. 생명체 존재 가능 영역(해비터블 존) 바깥쪽 외계행성도 물이 존재할 정도의 열이 유지되는 이유를 이 가설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조사 관계자는 “현재 제임스웹우주망원경 같이 고성능 관측 장비를 통해 머나먼 행성의 열복사를 관측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라며 “만약 예상 밖의 고온이 확인될 경우 그 원인 중 하나로 암흑 물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행성이 고온인 이유는 이밖에도 많지만, 통상 물리학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이 나타날 경우 우리 가설이 새로운 단서가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아직 정체가 불확실한 암흑 물질과 블랙홀을 연결한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이 가설대로라면 지금까지 학자들이 쌓은 우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뿌리부터 뒤집힐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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