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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고인이 아니라 산사람 대상만 의뢰하는 ‘현대판 장의사’ 이색 직업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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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현대판 장의사’


전통적인 장의사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시신을 수습·장례를 돕는 직업이지만, 디지털 장의사는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온라인 흔적”을 지우는 일을 맡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이 되면서, 개인을 둘러싼 각종 글·사진·영상·댓글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남는 시대가 되었고, 이 흔적을 정리·삭제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생겨난 신종 직업이다. 단순히 고인 계정 정리만이 아니라, 리벤지 포르노·학폭 가해 의심 글·실수로 남긴 SNS·커뮤니티 글까지 의뢰 대상에 포함된다.

‘디지털 유산’과 잊힐 권리의 등장


과거 유산이라 하면 집·토지·예금 같은 물적 자산이 전부였지만, 2000년대 인터넷 대중화 이후에는 블로그·카페·SNS·포털 아이디·사진·영상·댓글 같은 ‘디지털 유산’이 새롭게 등장했다.

일부는 본인이 의도하고 남긴 기록이지만, 상당수는 동의 없이 촬영·유포된 사진과 영상, 악성 댓글, 신상털기 등 원치 않는 흔적이다. 유럽연합 GDPR을 계기로 확산된 ‘잊힐 권리’ 개념과 함께, 한국에서도 2020년대 들어 디지털 흔적을 지우거나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유산을 정리해 주는 전문 서비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디지털 장의사가 실제로 하는 일


디지털 장의사는 의뢰인이 지정한 키워드(이름, 닉네임, 전화번호 등)와 URL을 바탕으로 포털·커뮤니티·웹하드·SNS·검색 결과를 전수 조사한 뒤,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 요청·신고·법적 조치를 대행한다. 국내 포털의 명예훼손·사생활 침해 신고 절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정보통신망법상 삭제·차단 규정 등 법적 근거를 활용해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고, 해외 플랫폼의 경우 각 서비스가 제공하는 신고·삭제 절차를 일일이 따라가며 대응한다.

리벤지 포르노·불법 촬영물처럼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이면 수사기관 고소·고발을 연계하거나, 성착취물 전담 신고 시스템과 협력해 유포 경로를 차단하는 역할도 맡는다. 본인이 사용하던 계정·클라우드·이메일·메신저의 데이터를 정리·백업하고, 비밀번호 변경·계정 삭제를 돕는 작업 역시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

법·윤리 사이, 회색지대에 선 직업


디지털 장의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평판·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잘못 운용되면 ‘돈을 받고 과거 기록을 세탁해 주는 서비스’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명백한 공익적 정보나 사실 보도 기사까지 무리하게 삭제·비노출을 시도해 표현의 자유·알 권리 침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또한 양진호 사건처럼, 한쪽에서는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고 다른 쪽에서는 디지털 장의사 명목으로 삭제 대가를 받는 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디지털 장의사 활동을 일정한 자격·규제 틀 안에 두고, 피해자 지원과 기록 보존, 공익적 정보의 경계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잊힐 권리’와 기록 보존 사이의 균형 찾기


결국 디지털 장의사는 인터넷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현대판 장의사’이자, 온라인 기록과 현실의 경계를 다시 묻는 상징적 직업이다. 누구나 한 번의 실수·악의적 유포로 평생 꼬리표를 달 수 있는 시대에, 원치 않는 디지털 흔적을 지우고 재출발을 돕는 역할은 분명 필요하다. 동시에 범죄·공익적 문제를 덮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법적 기준과 윤리 원칙, 투명한 절차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앞으로도 리벤지 포르노·사이버불링·신상털기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한, “산 사람을 위한 장례식”을 치러 주는 디지털 장의사의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며, 그 존재 방식이 우리 사회의 인권·표현의 자유·기술 활용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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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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