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경제플러스 = 김태일] 에이비엘바이오가 연이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대형 계약을 통해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셔틀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와의 기술이전 계약은 단순한 플랫폼 거래를 넘어, BBB 셔틀 경쟁 구도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릴리와 26억 달러 빅딜…국내 바이오 최고 수준 성과
에이비엘바이오는 일라이 릴리와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에 대한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 4월 GSK와의 기술이전에 이은 두 번째 플랫폼 기술이전 사례로, 계약 규모는 계약금 4,000만 달러(약 588억 원)를 포함해 총 26억 200만 달러(약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계약은 국내 바이오 기업 최초로 글로벌 빅파마의 전략적 지분 투자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릴리는 에이비엘바이오에 1,500만 달러(약 220억 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는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력과 글로벌 위상을 동시에 인정한 결과로 평가된다.
# IGF1R 기반 ‘그랩바디-B’, BBB 셔틀의 차별화 포인트
그랩바디-B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BBB 셔틀 플랫폼으로,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nsulin-like Growth Factor 1 Receptor, IGF1R)를 표적해 약물의 뇌 전달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IGF1R은 뇌혈관 장벽 내피세포뿐 아니라 근육 세포 등에도 발현돼 있어, 퇴행성 뇌질환뿐 아니라 근육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도 주목받는 표적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6년 창업 초기부터 IGF1R 기반 BBB 셔틀 플랫폼 개발에 집중해 왔다. 다만 BBB 셔틀 기술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2010년대에도 디날리(Denali) 등 일부 기업이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BBB 셔틀이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24년 초 로슈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의 임상 1/2상 초기 데이터를 공개하면서부터다.
한때 임상 3상 실패로 중단됐던 아밀로이드 베타 단일항체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이 BBB 셔틀 기술을 적용해 트론티네맙으로 재탄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자, BBB 셔틀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 글로벌 빅파마 경쟁 격화…에이비엘바이오의 확장 전략
현재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BBB 셔틀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24년 4월 에자이는 바이오아틱(BioArctic)으로부터 BBB 셔틀 기반 알츠하이머 후보물질 BAN2802를 도입했고, 10월에는 애브비가 BBB 셔틀 개발사 알리아다 테라퓨틱스(Aliada Therapeutics)를 인수했다.
릴리는 같은 달 미국 바이오 기업 키노토(Qinotto)와 BBB 셔틀 기반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은 12월 에자이와 동일하게 바이오아틱으로부터 BAN2803을 포함한 2종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노바티스가 시로낙스(Sironax)와 바이오아틱의 BBB 셔틀을 연달아 도입했고, 로슈는 매니폴드(Manifold Bio)와 협력해 차세대 BBB 셔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개된 표적 정보가 없는 키노토와 매니폴드를 제외하면, 이들 기업이 확보한 BBB 셔틀은 대부분 트랜스페린 수용체(Transferrin Receptor, TfR) 기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릴리가 이미 BBB 셔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랩바디-B를 추가로 도입한 점은 IGF1R 기반 플랫폼의 차별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향후 그랩바디-B의 기술이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적용 가능 모달리티와 적응증 확대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미 GSK와의 계약을 통해 항체에서 RNA로 적용 범위를 확장했으며, 향후 비만 치료제 부작용으로 인한 근감소증을 포함한 근육 질환 치료제 개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BBB 셔틀 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퇴행성 뇌질환 분야 강자인 릴리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그랩바디-B의 기술력을 한층 더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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