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15~18년 격차’라고 불리나
한국무역협회와 연구기관들은 지금의 기술·시장 위치를 종합해, 한국 발사체 산업이 미국 선두권(New Space)에 비해 대략 15~18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본다. 핵심 근거는 발사 비용과 재사용 기술이다. 누리호의 1kg당 발사비는 2만~3만 달러 수준으로, 1kg당 2,000~3,000달러까지 떨어뜨린 팰컨9(재사용형)에 비해 약 10배 비싸다. 발사체 한 기당 총비용을 비교해도 누리호는 1,200억 원 안팎, 팰컨9은 재사용 기준 5,000만 달러 내외로, 같은 질량을 올리는데 한국이 훨씬 더 많은 돈을 쓰는 구조다.

‘군사력 강국’인데 우주산업은 왜 뒤처졌나
첫째, 모델이 여전히 ‘국가 연구개발’ 중심이다. 미국은 정부가 민간 발사 서비스를 장기 계약으로 구매해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투자·실적을 쌓도록 만들었지만, 한국은 우주개발이 오랫동안 항우연·정부 과제 중심으로 돌아왔다. 둘째, 예산과 시장 규모다. 한국 우주 관련 연간 예산은 미국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국내 우주산업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3조 2,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수출 비중은 1%도 안 되는 ‘걸음마’ 단계라, 반복 발사·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깎을 만큼의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이 가진 ‘우주용 필살기’들
반대로, 한국은 발사체보다 위에 실릴 부품·시스템에서 강점을 가진다. 극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우주용(스페이스 그레이드) 반도체·메모리, 고성능 배터리, 통신·센서·카메라 모듈은 한국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분야들이다. 무역협회 보고서도 “로켓 자체를 다 만들겠다는 발상보다, 위성·우주선 안에 들어가는 고부가 부품 공급망을 선점하는 쪽이 수출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글로벌 위성·우주 장비 업체들은 방사선 내성 반도체,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초고속 데이터 처리 칩 등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연구용 우주’에서 ‘돈 버는 우주’로 바꾸려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건 정책 축을 ‘기술 시연’에서 ‘시장 형성’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 정부가 위성 통신·지구관측·우주 인터넷 프로젝트에 민간 서비스를 정식 구매해, 국내 우주 기업이 트랙 레코드(실적)를 쌓게 하고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민간 발사체 체계종합 기업의 역할을 확대해 상업 발사·수출 모델을 실험하며
- 반도체·배터리·통신 장비 등 기존 강점을 우주용 제품으로 인증·표준화해 글로벌 공급망에 묶어 넣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18년 격차’를 정면 승부가 아니라 측면 돌파로 줄여야 한다
2040년 1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우주경제에서, 모든 나라가 ‘자기 로켓’을 만들 필요는 없다. 발사체 재사용 기술은 뒤에서 추격하되, 다른 나라 로켓 안에 들어갈 장비·부품·위성 군집, 그리고 지상에서 데이터를 처리·서비스하는 영역을 선점하는 것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름길이다. 군사력과 제조력이 이미 입증된 만큼, 이제 필요한 건 “한 번 쏘아 올리는 쇼”가 아니라, 우주를 통해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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