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없이 SLBM 쏜 7번째 나라, 도산안창호의 상징성
2021년 9월 15일,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에서 국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수중에서 솟구쳐 올라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했다. 이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SLBM 수중 발사 성공이었고, 한국은 3,000톤급 이상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한 8번째 국가가 됐다. 핵탄두는 없지만,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한국 해군의 전략적 위상은 완전히 다른 단계로 올라섰다. “핵은 없어도, 억지력은 있다”는 메시지를 해저에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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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급, 재래식이면서도 ‘전략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이유
도산안창호급(장보고‑III Batch‑I)은 한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설계·제작한 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이다. 길이 83m, 폭 9.6m에 승조원 약 50명이 탑승하며, 이전 손원일급보다 덩치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무엇보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6~10기의 수직발사관(VLS)을 내장해 SLBM과 순항미사일을 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기불요체계(AIP)와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해 장기간 수중 잠항이 가능하고, 국내 개발 전투체계·소나·각종 센서를 얹어 국산화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한마디로 “핵추진만 빼고 전략잠수함이 해야 할 일은 상당 부분 할 수 있는 재래식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무 기반 SLBM, 콜드런치까지 구현한 한국의 미사일 기술
도산안창호급에서 발사된 SLBM은 사거리 500km급 현무‑2B를 기반으로 개발된 탄도미사일이다. 시험발사 당시 잠수함 발사에 필수적인 콜드런치(cold launch) 방식, 즉 고압 가스로 미사일을 수중에서 쏘아 올린 뒤 수면 위에서 점화해 비행하는 기술까지 확인했다. 이는 잠수함에 직접 화염·충격을 주지 않고 미사일을 배출할 수 있어 안전성과 생존성을 크게 높여 준다. 여기에 향후 장거리 공대지·함대지 무기와 연계하면, 핵탄두 없이도 지하시설·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비핵 전략 억제력’을 잠수함에서 구현할 수 있다.

세계 잠수함 전력 7위, “비핵 잠수함 강국”으로 찍힌 한국
미 군사 매체와 국제 잠수함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2026년 기준 한국 해군 잠수함 전력은 세계 7위로 평가됐다. 상위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일본이 자리했고, 그 뒤를 한국, 인도, 튀르키예,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이 이었다. 한국은 잠수함 숫자나 톤수 기준으로는 북한·일본보다 뒤지만, 기존 디젤 잠수함을 전략적 억제 수단으로까지 발전시킨 운용 개념과 기술적 수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핵추진 잠수함이 단 한 척도 없는데도 “재래식 잠수함 강국”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AIP·대형 배수량·수직발사관, 비핵 잠수함의 ‘삼각 축’
도산안창호급은 핵추진 대신 AIP(공기불요체계)를 통해 오랜 시간 수중에서 은밀하게 작전할 수 있다. 전통적인 디젤 잠수함이 배터리 방전 후 스노클로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는 것과 달리, AIP는 공기 없이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어 잠항 기간과 은밀성이 크게 올라간다. 3,000톤급 이상의 넉넉한 배수량은 더 많은 연료·배터리·무장·센서를 싣게 해 주고, 수직발사관은 탄도·순항 미사일을 지상표적까지 쏠 수 있게 한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서, 한국 잠수함은 단순 해상 통제용을 넘어 ‘상대 지휘부와 핵심 인프라를 노릴 수 있는 전략 무기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SLBM 보유 북한보다 아래? 숫자와 역할이 다른 두 전력
순위상으로는 북한 잠수함 전력이 5위, 한국이 7위로 표기되지만, 둘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북한은 구형 잠수함과 소형 잠수정을 대량 보유하고, 일부에 SLBM 발사 능력을 시험 중인 ‘비대칭 전력’ 모델이다. 반면 한국은 적은 수의 고성능 재래식 잠수함을 중심으로, AIP·고급 센서·정밀 무장·연합작전 능력을 갖춘 ‘정규 해군 전력’ 모델을 택했다. 즉, 북한은 “양으로 압박하는 비정규 위협”, 한국은 “질로 버티는 고급 잠수전력”이라는 차이가 있어, 단순 순위 숫자만으로 우열을 따지기는 어렵다.

핵잠은 없지만, 이미 해저전 게임에 올라탄 한국
미국·러시아·중국처럼 핵추진 스텔스 잠수함을 가진 나라는 해저전에서 한 단계 위의 전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한국은 핵잠수함 없이도, 도산안창호급과 후속 배치, 그리고 장보고급·손원일급을 통해 동북아 주변에서 상당한 수준의 잠수전 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 도전할 정도의 설계·건조 역량까지 보여주면서, “한반도 방어용”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평가받는 잠수함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은 핵 하나도 없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비핵 전략전력이 해저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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