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함께 살며 자식까지 다 키워낸 70대 노부부들이 황혼의 여유를 즐기는 대신 남보다 못한 남남으로 등을 돌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노년의 부부 갈등 원인으로 경제적 빈곤이나 뒤늦은 외도를 떠올리지만, 진짜 파탄의 씨앗은 전혀 다른 곳에 존재한다.
수십 년간 켜켜이 쌓여온 미세한 감정의 앙금과 소통 단절이 불러온, 70대 부부를 갈라놓는 이유를 알아본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의 성격이나 말투를 고치기보다 아예 대화를 포기하고 한집에서 투명인간 취급하는 부부들이 허다하다.
남편의 고압적인 지시나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필수적인 말 외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며 벽을 쌓는다.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온기를 전혀 나누지 못하는 지독한 외로움이야말로 노년 부부를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젊은 시절 남편이 저지른 가부장적인 폭언이나 시댁 갈등 방관은 세월이 흘러도 아내의 가슴속에 날카로운 비수로 남아있다.
이제 힘이 빠진 늙은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은연중에 과거에 받은 상처를 무관심과 냉대로 되갚아주며 앙갚음을 한다.
남편은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이미 굳어버린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지나온 세월의 골이 너무나도 깊다.

평생 직장 생활을 핑계로 살림에 손 하나 까딱 안 하던 남편들이 은퇴 후 24시간 내내 아내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며 피로감을 준다.
아내는 나이가 들어 몸도 성치 않은데 삼시 세끼 밥상 수발에 남편 시중까지 들어야 하니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자신만의 독립적인 시간과 자유를 빼앗긴 아내의 스트레스가 폭발하면서 부부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강을 건넌다.

남들의 이목이나 자식들의 결혼 및 사회적 체면 때문에 서류상 이혼만 안 했을 뿐, 이미 완벽한 타인으로 살아가는 노부부가 많다.
각자 방을 따로 쓰고 식사도 따로 해결하며 철저하게 동거인처럼 생활의 영역을 분리해 버린다.
자식들이 집에 찾아올 때만 억지로 다정한 척 연기를 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부부 모두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문이 된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공통의 목표가 있어 버텼지만, 노년에 각자의 생활이 생기면서 서로의 가치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쪽은 종교나 봉사에 몰두하고 한쪽은 집안에서 TV만 보며 서로의 영역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기 바쁘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조차 사치로 여겨질 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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