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다녀왔는데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뒷목이 뻐근하고 잠이 안 오는 날이 있다. 즐겁게 웃고 떠들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다. 반대로 혼자 조용히 산책하고 온 날은 얼굴에 윤기가 돌고 기분이 가볍다. 65세 넘어서 가장 가기 싫어지는 장소가 하필 모임인 이유가 있다.

3위. 다녀오면 오히려 더 지치는 자리라서
젊을 때는 모임 다음 날 금세 회복이 됐다. 그런데 60대를 넘기면 통창회 한 번 다녀오면 다음 날 종일 꼼짝도 못 할 정도로 녹아내린다. 불편한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소리 없이 몸에 쌓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에너지를 아무 영양가 없는 자리에 쏟고 나면 정작 나를 위해 쓸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

2위. 자식 자랑과 돈 자랑을 들어줘야 하는 자리라서
젊을 때는 직장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는데 은퇴하고 나면 그게 싹 사라진다. 남은 무기가 자식 자랑과 연금 자랑, 차 자랑뿐이다. 앞에서 박수를 쳐주면서도 돌아오는 길에 내 처지만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나는 왜 이 모양으로 살았나 하는 자괴감만 남는다.

1위. 모임이 끝나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자리라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데도 이상하게 더 외로운 기분이 드는 모임이 있다. 억지로 맞장구를 치고 눈치를 보느라 정작 내 감정은 한 번도 꺼내지 못한 채 끝난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사람 속에서 이해받지 못할 때 가장 깊이 온다. 그 자리를 다녀온 날 밤이 제일 길다.

결국 모임이 가기 싫어지는 건 사람이 싫어진 게 아니라 나를 갉아먹는 자리가 싫어진 거다. 관계를 줄이는 게 고립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 되는 나이가 65세다. 시끄러운 자리 대신 조용한 산책 하나가 훨씬 더 몸과 마음을 채워준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된다. 모임을 끊는 용기가 남은 인생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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