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미운 정 고운 정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온 세상이 무너질 듯한 슬픔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고 혼자만의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온 아내들이 마주하는 진짜 속마음은 세상의 눈치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반전의 정서가 가득하다.
남편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중년 이후의 여성들이 비로소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을 알아본다.

삼시 세끼 남편의 입맛과 식사 시간에 맞춰 찌개를 끓이고 밥상을 차려내던 지긋지긋한 가사 노동의 굴레가 비로소 멈춘 것에 대한 묘한 안도감이다.
이제는 내가 먹고 싶을 때 대충 한 끼를 때워도 눈치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가슴 속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내려가게 하곤 한다.
남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내 일상을 희생하지 않고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완벽한 자유를 누리게 된다.

하루 종일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리모컨을 돌리며 집안을 어지르던 남편의 흔적이 사라진 공간을 내 스타일로 미니멀하게 가꾸는 기쁨이다.
잔소리를 퍼붓거나 큰소리로 다툴 일 없이 집안에 흐르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침묵 그 자체를 온전히 사랑하게 된다.
남편의 그늘에 가려져 정작 내 집에서조차 눈치를 보며 살던 지난날을 청산하고 진정한 내 삶의 주권을 되찾은 기분을 만끽한다.

시시콜콜 주머니 사정을 공유하거나 큰돈을 쓸 때마다 남편의 결재를 받아야 했던 피곤한 과정이 사라지며 느끼는 든든함이다.
적은 연금이나 재산일지라도 오롯이 내 명의로 관리하며 자식들에게 기분 좋게 용돈을 쥐여주는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곤 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내 지갑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배짱이 생기면서 노년의 자존감이 급격히 상승한다.

도리라는 명목 하에 며느리로서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던 시댁의 대소사나 불편한 모임에 더 이상 발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이다.
남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속을 끓이며 참아내던 감정 노동을 단숨에 끊어내고 오직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에만 집중하곤 한다.
부질없는 인맥을 과감히 도려내고 내 영혼을 편안하게 만드는 정서적 이기주의를 실천할 때 비로소 말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찾아온다.

남편이 떠난 후 밀려오는 막연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돌기보다 나 혼자서도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취미와 배움에 집중하는 태도다.
진작 이렇게 살 걸 그랬다는 뒤늦은 깨달음 속에서 나를 위한 건강 관리와 식단 조절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인생 후반전을 재설계해 나간다.
타인의 시선이나 보살핌에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를 극진히 대접할 줄 아는 단단한 자립심이야말로 홀로 남은 노년을 가장 우아하게 빛내는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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