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지방간이 생겼다면 담배도 확인해야 한다…흡연은 폐뿐 아니라 간에도 영향을 준다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발견되면 가장 먼저 술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경우가 있다. 비만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 문제가 대표적인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흡연’ 역시 지방간 위험과 연관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 젊은 성인 약 350만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흡연량과 흡연 기간이 늘어날수록 지방간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담배 연기는 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혈액을 타고 전신에 영향을 미치며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 대사, 염증 반응을 교란할 수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간 건강을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흡연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혈액 속 지방이 간에 쌓이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흡연과 지방간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가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지만 몸이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지방 대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방조직에서 유리지방산의 이동이 증가하고 간으로 지방이 몰리면서 중성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흡연은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와도 관련돼 있으며 국내 연구진 역시 흡연이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지질대사를 교란해 간 내 지방 축적을 촉진할 가능성을 설명했다. 겉으로 살이 많이 찌지 않았더라도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에게 지방간이 발견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담배 연기는 몸속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높인다…간세포가 반복해서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담배 연기에는 니코틴을 비롯해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흡연은 몸속 산화 스트레스와 전신 염증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간은 혈액을 통해 들어온 여러 물질을 처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세포를 구성하는 지방과 단백질 등이 손상을 받을 수 있고 지속적인 염증 반응은 지방이 쌓인 간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데 관여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은 흡연으로 인한 전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조직 저산소증이 지방간 발생과 진행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간에 지방이 즉시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반복되는 흡연 환경 자체가 간 건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니코틴이 지방 분포까지 바꿀 수 있다…마른 흡연자도 지방간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담배를 피우면 살이 덜 찐다는 인식 때문에 흡연자는 지방간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체중이 정상이라고 해서 간에 지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흡연은 내장지방 분포와 지방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니코틴에 의한 교감신경 자극 역시 대사 과정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도 흡연과 지방간의 연관성은 체질량지수 25 미만이거나 하루 음주량이 많지 않은 집단에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됐다. 즉 비만하지 않고 술도 적게 마시는 사람이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면 흡연 습관 역시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담배를 오래 피울수록 위험 신호가 커진다…금연 기간이 길어지면 지방간 위험 감소도 관찰됐다
지방간 위험은 단순히 현재 담배를 피우는지 여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루 흡연량과 몇 년 동안 담배를 피웠는지도 중요하다. 국내 남성을 분석한 2025년 연구에서는 현재 흡연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 증가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10년 이상 금연한 사람에서는 지방간 위험 감소가 관찰됐다.
이는 간 건강을 위해 금연을 시작하는 시점이 빠를수록 유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일부에서는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나 간 수치 이상이 확인됐다면 술과 체중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흡연 여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실제 국내 사례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현영 교수와 이대서울병원 지용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39세 국내 성인 349만6144명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2022년까지 지방간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남성은 하루 2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울 경우 지방간 위험이 41% 증가했으며 10~19년 동안 흡연한 남성 역시 위험이 15% 높았다.
특히 여성은 10~19년간 흡연한 경우 지방간 위험이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비만이나 음주 여부와 독립적으로 흡연 자체가 젊은 성인의 지방간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발견됐다면 식습관과 체중만 탓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오래 담배를 피웠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변화가 술을 끊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끊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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