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계란도 ‘바싹 굽는 습관’은 다르게 봐야 한다…문제는 계란보다 조리 온도에 있다
계란은 단백질과 비타민, 콜린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대표적인 식품이다. 아침마다 계란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간편하게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계란이라도 물에 삶는 것과 프라이팬에서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바싹 굽는 것은 조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단백질과 지방이 포함된 동물성 식품을 높은 온도의 건조한 환경에서 조리하면 최종당화산물, 즉 AGEs 생성량이 증가할 수 있다.
국내 대한당뇨병학회 교육 자료 역시 동물성 지방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고온에서 조리할 경우 최종당화산물이 많이 생성된다고 설명한다. 정확히 말하면 계란 자체가 췌장에 나쁜 음식이라기보다 매일 고온에서 노릇하거나 바삭하게 조리해 먹는 방식이 대사 건강 측면에서 주목받는 것이다.

계란을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당독소’가 늘어난다…삶거나 수란으로 먹을 때와 차이가 크다
최종당화산물은 식품 속 당과 단백질 또는 지방 성분이 열에 의해 반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화합물을 말한다. 음식 표면이 노릇노릇하게 변하고 고소한 향이 나는 마이아르 반응과도 관련돼 있다. 식품별 AGEs를 분석한 데이터에서는 수란 형태의 계란이 100g당 약 90kU 수준이었던 반면 팬에서 만든 오믈렛은 약 507kU, 계란 노른자는 약 1680kU, 프라이한 계란은 약 2749kU로 측정된 사례가 있다.
측정법과 조리 조건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물을 이용한 저온·습열 조리보다 높은 온도의 건열 조리에서 AGEs가 증가하는 경향은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계란 프라이의 바삭한 갈색 가장자리를 만들기 위해 강한 불에서 오래 익힐수록 이런 반응이 활발해질 수 있는 이유다.

AGEs가 많아지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췌장의 인슐린 기능과 연결되는 이유다
췌장은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는 중요한 장기다. 그런데 AGEs가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세포의 RAGE라는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면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에 관여할 수 있다. AGEs는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 합병증의 발생 과정에서도 꾸준히 연구돼 왔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몸은 같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하게 되고 췌장 베타세포의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계란 프라이 한 개가 췌장을 손상시킨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고온 조리 식품을 반복적으로 많이 먹는 식습관이 대사 이상과 만성 염증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췌장암 연구에서도 최종당화산물이 등장했다…남성에서 섭취량과 위험 증가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AGEs와 췌장 건강의 연결고리는 암 연구에서도 분석된 바 있다. 미국 NIH-AARP 식이·건강 연구에서는 식품을 통한 CML 형태의 AGE 섭취량과 췌장암 발생 위험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남성에서는 식이 CML-AGE 섭취량이 많을수록 췌장암 위험이 소폭 증가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다만 이 연구가 계란 프라이를 췌장암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붉은 고기 등 여러 식품과 조리 과정에서 섭취하는 AGEs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중요한 점은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식이 AGEs가 인슐린 저항성과 산화 스트레스, 만성 염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계란 하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고기와 계란을 매일 태우듯 굽고 튀긴 음식을 반복해서 먹는 조리 습관은 줄이는 편이 좋다.

췌장 건강이 걱정된다면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늘리는 것이 좋다…계란은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계란 속 AGEs 섭취를 줄이고 싶다면 강한 불에서 바삭하게 굽기보다 삶거나 수란처럼 물을 이용해 익히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관련 식사관리 자료에서도 AGEs를 줄이기 위해 굽기와 튀기기보다 삶기와 찌기 같은 습열 조리법을 활용하는 방향이 소개된다. 다만 ‘저온 조리’라는 이유로 계란을 무조건 날것이나 덜 익힌 상태로 먹는 것은 식품 안전 측면에서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안내에서는 살모넬라 식중독 예방을 위해 달걀 중심 온도를 7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해 충분히 익혀 먹도록 권고한다. 결국 현실적인 방법은 계란을 끊는 것이 아니라 삶은 계란이나 찐 계란의 비중을 늘리고 프라이를 할 때도 지나치게 센 불에서 갈색으로 태우듯 오래 조리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 국내 사례
국내에서는 2022년 한국영양학회 학술지에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중 최종당화산물과 산화 스트레스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국내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혈청 AGEs 농도에 따라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으로 나눠 신체와 생화학적 지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낮은 집단의 평균 AGEs 농도는 0.4ng/mL, 높은 집단은 3.4ng/mL 수준이었으며 AGEs 농도가 높은 집단에서 항산화 방어와 관련된 HO-1 농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또한 혈청 AGEs 농도는 DNA 산화 손상 지표인 소변 8-OHdG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계란 프라이가 직접 췌장을 손상시킨다는 증거는 아니지만 당뇨병 환자에서 AGEs와 산화 스트레스가 실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 국내 사례다. 계란은 여전히 영양가 높은 식품이다. 다만 매일 센 불에서 가장자리가 바삭하고 갈색이 될 때까지 굽는 습관이 있다면 가끔은 삶은 계란으로 조리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식이 AGEs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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