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별미로 알려진 닭회가 여행객에게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본 여행 중 닭고기를 회나 타다키 형태로 제공하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생각하기 쉽다. ‘토리사시’라고 불리는 닭회는 닭가슴살과 안심, 간 등을 생으로 썰거나 표면만 짧게 익혀 내는 음식이다. 겉보기에 신선하고 냄새가 나지 않아도 닭의 장 속에 살던 식중독균이 도축과 해체 과정에서 고기 표면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닭회와 닭 타다키, 닭 와사비무침, 덜 익은 꼬치구이 등이 캠필로박터 식중독의 주요 원인으로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사례에도 생닭과 반생 닭고기가 의심 식품으로 포함돼 있어 여행 중 호기심으로 먹는 행동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닭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균은 캠필로박터다
캠필로박터는 닭과 소를 비롯한 여러 동물의 장관에서 발견되는 세균으로, 닭은 체온이 약 42도에 가까워 이 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는다. 닭이 감염돼 있어도 외형이나 냄새, 육질만으로 오염 여부를 알아내기 어렵다. 도축 과정에서 장 내용물이 소량만 묻어도 살과 껍질, 내장으로 균이 퍼질 수 있으며, 이를 생으로 먹으면 살아 있는 균이 그대로 장에 도달한다.
적은 양의 균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깨끗한 전문점에서 먹거나 신선한 당일 도축육을 사용했다는 설명만으로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 보건당국 역시 생닭 섭취는 캠필로박터 감염 가능성을 뚜렷하게 높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감염되면 며칠 뒤 심한 복통과 혈변이 갑자기 시작될 수 있다
닭회를 먹은 직후 아무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 쉽지만 캠필로박터 식중독은 일반적으로 1~7일의 비교적 긴 잠복기를 거친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이유다. 감염되면 발열과 오한, 두통, 몸살 같은 전신 증상에 이어 복통과 설사, 메스꺼움, 구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장 점막의 염증이 심하면 혈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설사가 반복되면 수분과 전해질이 빠르게 손실돼 어지럼증과 소변량 감소,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영유아와 고령자, 임신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균이 혈액으로 침투해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으로 진행할 위험도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장염이 나은 뒤 신경 마비가 시작되는 길랭-바레증후군도 문제다
캠필로박터 감염에서 특히 두려운 부분은 설사가 사라진 뒤 수일에서 수주가 지나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길랭-바레증후군이다. 감염된 균의 표면 구조 일부가 사람의 말초신경 성분과 비슷해 면역체계가 세균을 공격한 뒤 자신의 신경까지 잘못 공격하는 ‘분자 모방’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설명된다.
처음에는 발끝과 손끝이 저리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마비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면 걷기와 손동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얼굴 근육과 삼킴 근육, 호흡근까지 영향을 받아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해진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국내 의료기관 모두 캠필로박터 감염 뒤 손발 마비와 안면신경 마비,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살짝 데치거나 겉만 구워서는 내부의 균을 제거하기 어렵다
닭 타다키처럼 표면을 불에 그슬린 음식은 안전해 보이지만 칼질과 손질 과정에서 균이 내부로 옮겨갔다면 짧은 가열만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닭 간이나 내장은 표면뿐 아니라 내부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어 더욱 위험하다. 레몬즙과 식초, 술, 와사비에 재우는 방법 역시 향과 식감을 바꿀 뿐 식중독균을 확실히 제거하지 못한다.
안전을 위해서는 닭고기의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야 하며 국내 식품안전 당국은 중심온도 7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할 것을 권고한다. 생닭을 씻다가 튄 물이나 사용한 칼·도마를 통해 샐러드와 과일이 오염될 수도 있으므로 조리도구를 분리하고 생닭을 만진 손을 비누로 충분히 씻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닭고기 관련 캠필로박터 감염이 주요 식중독 문제로 관리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식 닭회가 흔하지 않지만 생닭과 덜 익힌 닭요리로 인한 캠필로박터 감염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성인 캠필로박터 장염 환자를 분석한 의료기관 연구에서는 발열과 복통, 설사 등 급성 장염 증상이 나타났으며, 감염 이후 드물게 반응성 관절염이나 길랭-바레증후군 같은 지연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서도 2015~2019년 캠필로박터는 국내 주요 세균성 식중독 원인 가운데 하나였으며, 2023년에는 닭요리 소비가 늘어나는 7월에 살모넬라와 캠필로박터 식중독 발생이 많았다.
이는 해외여행에서 먹는 닭회뿐 아니라 국내에서 조리하는 삼계탕과 닭볶음탕, 닭꼬치도 속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닭회를 먹은 뒤 심한 설사나 혈변이 발생하거나 장염이 나은 후 손발 저림과 근력 저하가 시작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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