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는 기억력보다 공간 감각과 성격, 언어에서 먼저 드러나기도 한다
치매의 초기 신호라고 하면 대부분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기억력 저하만 떠올린다. 그러나 치매는 뇌의 어느 부위가 먼저 손상되는지에 따라 시공간 지각력, 언어 능력, 판단력과 성격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익숙한 길에서 방향을 잃거나 물건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평소 온화하던 사람이 갑자기 의심과 짜증이 많아지는 변화도 중요한 신호다.
말을 하다가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발음과 문장 구성이 이전보다 어눌해지는 현상 역시 언어를 담당하는 뇌 기능의 저하와 연결될 수 있다. 중앙치매센터도 치매 초기에는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와 판단력, 성격의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며 일상생활까지 방해하기 시작한다면 치매 조기검진을 받아 뇌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 지각력 상실은 뇌가 위치와 거리를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공간 지각력은 자신이 어느 장소에 있는지 파악하고 물체의 거리와 방향, 높낮이를 판단하도록 돕는 능력이다. 치매가 시작되면서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두정엽과 후두엽 주변의 기능이 저하되면 눈에는 사물이 보이더라도 위치와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익숙한 동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거나 주차할 때 거리 조절을 자주 실패하고, 계단의 높이를 잘못 판단해 발을 헛디디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옷을 입을 때 앞뒤를 반복해서 바꾸거나 식탁 위 물건을 찾지 못하는 행동도 공간 정보를 정리하는 능력의 저하와 관련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협회 역시 시각 이미지와 공간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거리나 색상 대비를 판단하지 못하는 현상을 주요 경고 신호로 제시한다. 평소 익숙하게 해오던 운전이나 길 찾기에서 실수가 갑자기 늘었다면 단순한 시력 문제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는 감정과 판단을 담당하는 뇌 기능 저하와 연관된다
치매가 진행되면 기억뿐 아니라 감정 조절과 공감, 판단,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 차분하고 사교적이던 사람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가족을 의심하고, 반대로 좋아하던 활동과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지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돈을 지나치게 쓰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등 이전에는 없던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전두측두엽 치매는 기억력 저하보다 무례한 행동과 공감 능력 저하, 무기력, 사회적 판단력 변화가 먼저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다른 치매에서도 불안과 두려움, 우울감, 의심, 사회활동 회피가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 가족들이 “나이가 들어 고집이 세졌다”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전 성격과 뚜렷하게 다른 변화가 지속된다면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말이 어눌해지고 대화가 끊기는 것은 언어 처리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치매로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과 전두엽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정확하게 꺼내고 문장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흔히 사용하는 물건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그거”, “저것” 같은 표현을 반복하거나 대화 중 같은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질문과 맞지 않는 대답을 하거나, 문장의 순서가 뒤섞여 전달하려던 내용을 끝까지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
발음이 예전보다 부정확해지거나 말의 속도와 억양이 달라지는 변화도 언어 기능 저하와 함께 관찰될 수 있다. 특히 말이 갑자기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얼굴이 처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는 뇌졸중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진료가 필요하다. 서서히 진행되는 언어 변화라도 수개월 동안 반복되며 대화와 사회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치매 검사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조기검진을 통해 치매를 발견하고 관리한 사례가 있다
국내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인지 선별검사와 진단검사, 혈액검사와 뇌 영상검사 등의 감별검사를 단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소개한 치매국가책임제 사례에서는 식사와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한 어르신이 치매안심센터 검사를 통해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뒤 인지 상태와 식사 상태가 호전된 사례가 공개됐다. 이는 가족이 행동 변화를 일찍 발견하고 검진으로 연결하면 증상 관리와 생활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남구와 구로구, 강화군을 비롯한 전국 치매안심센터도 만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조기검진을 진행하며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을 발견해 관리하고 있다. 검진 이후에는 인지강화교실과 운동 프로그램, 가족 교육, 맞춤형 사례관리까지 연계받을 수 있다. 공간 감각과 언어, 성격 변화가 반복된다면 가까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조기 발견의 실질적인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대화, 혈관 관리가 치매 예방의 핵심 습관이다
치매 위험을 낮추려면 걷기와 자전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근력 운동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원활하게 하고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같은 혈관성 치매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퍼즐과 독서, 악기 연주, 새로운 요리나 외국어 배우기처럼 평소 사용하지 않던 뇌 기능을 자극하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좋다.
가족과 친구를 자주 만나 대화하고 모임이나 취미 활동에 참여하면 언어와 기억, 감정 기능을 동시에 자극하면서 사회적 고립을 줄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치매 위험 감소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사회활동, 청력과 시력 관리, 금연과 절주, 중년기부터의 혈압·콜레스테롤·체중 관리를 권고한다. 평소와 달라진 공간 감각과 성격, 언어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고 생활습관 관리와 검진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 뇌 건강을 오래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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