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잘 오르던 계단에서 갑자기 숨이 차면 대부분 체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50대가 넘어가면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도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 저녁을 먹은 뒤 속이 꽉 막힌 듯하면 소화제를 먼저 찾는다. 가슴 한가운데가 쥐어짜듯 아파도 잠깐 쉬면 괜찮아졌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미루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증상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힐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고일 수 있다.
심장 근육에 산소가 부족해진 상태가 심근경색과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번지면 심정지와 돌연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도 활동 중 나타나는 쥐어짜는 흉통과 호흡곤란은 협심증·심근경색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쥐어짜는 가슴 통증은 심장 근육이 산소를 달라고 보내는 신호다
심장은 쉬지 않고 뛰기 위해 관상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다. 그런데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쌓여 통로가 좁아지면 운동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한다. 이때 가슴 중앙이 눌리거나 조이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왼쪽 팔이나 어깨, 목, 턱, 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무서운 것은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순간이다. 심장 근육이 빠르게 손상되고 전기 신호까지 불안정해지면서 심실세동 같은 치명적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피를 내보내지 못하면 몇 분 안에 의식을 잃고 심정지로 이어진다.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은 참아서 이길 증상이 아니다.

이유 없이 체한 듯 답답한 증상도 심근경색의 얼굴일 수 있다
심근경색이 반드시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명치가 꽉 막힌 느낌, 속쓰림, 메스꺼움, 소화불량처럼 시작되기도 한다. 심장과 식도·위 주변에서 올라오는 통증 신호가 가까운 신경 경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뇌가 심장의 이상을 위장 문제로 잘못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여성과 고령자, 당뇨병 환자는 전형적인 흉통보다 체한 듯한 답답함이나 식은땀, 갑작스러운 피로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도 심근경색 증상에 메스꺼움, 위장 불편, 복부 통증이 포함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문제는 소화제를 먹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혈관이 막힌 상태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근육이 더 많이 괴사한다. 평소와 다른 체기가 갑자기 생겼고 식은땀이나 호흡곤란, 팔·턱 통증까지 겹친다면 위장병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

평범한 계단에서도 숨이 차는 것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흔들린다는 뜻일 수 있다
예전에는 두세 층을 쉽게 올랐는데 최근 한 층만 올라가도 숨을 몰아쉬고 가슴이 답답하다면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몸을 움직이면 근육은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한다. 심장은 박동을 빠르게 해 혈액을 보내야 하지만 관상동맥이 좁아졌거나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그 요구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숨이 차고 쉽게 지치며 다리가 무거워진다.
호흡곤란만 나타나고 가슴 통증은 거의 없는 ‘무통성’ 심장 질환도 있다. 특히 고령자에게서는 적은 활동에도 생기는 숨참이 심근경색의 중요한 증상이 될 수 있다. 평지에서는 괜찮다가 계단이나 언덕에서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쉬면 가라앉는다면 협심증 양상과도 닮아 있다.

국내에서도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 응급실과 심장내과에서는 명치 답답함이나 체기만 호소하다 뒤늦게 심근경색으로 확인되는 사례를 꾸준히 접한다. 질병관리청은 협심증 환자에게 활동 중 가슴 중앙의 쥐어짜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흉통이 쉬어도 가라앉지 않고 20분 이상 지속되면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모두 급사 가능성이 있어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근경색은 심전도와 혈액검사, 관상동맥 검사로 확인한다. 치료가 빨라질수록 막힌 혈관을 다시 열고 살아 있는 심장 근육을 지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빠르게 확인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세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직접 운전하지 말고 119를 불러야 한다
가슴 중앙의 압박감이나 쥐어짜는 통증이 수분 이상 지속되거나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경우, 이유 없는 체기와 식은땀·메스꺼움이 겹치는 경우, 가벼운 움직임에도 갑자기 숨이 찬 경우에는 즉시 활동을 멈춰야 한다. 특히 통증이 팔과 등, 목, 턱으로 번지거나 어지럼증과 의식 저하가 동반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119에 연락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심장협회도 이러한 증상을 심근경색의 대표적 응급 신호로 제시한다.
50대 이후에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이 겹치면서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몸은 갑자기 쓰러지기 전에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슴 통증, 낯선 체기, 계단에서의 숨참. 이 세 가지를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않는 것이 돌연사를 막는 가장 빠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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