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의 41배라던데… 암 예방 식탁에서 주목받는 식재료는
아침에 사과 하나를 깎아 먹고 건강을 챙겼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채소와 과일의 건강 성분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의외의 식재료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브로콜리 새싹이다. 씨앗에서 막 싹을 틔운 어린 브로콜리로, 크기는 작지만 설포라판과 관련된 연구에서 꾸준히 이름이 등장하는 식재료다. 인터넷에서는 종종 ‘사과의 41배’, ‘암세포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 같은 강한 표현으로 소개되지만 이런 숫자를 곧바로 ‘암 예방 효과가 41배’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식품마다 비교한 성분과 실험 방식이 다르고, 특정 항산화 수치가 높다고 해서 실제 암 발생 위험이 그 비율만큼 감소한다는 의미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브로콜리 새싹이 관심을 받는 데에는 분명한 과학적 배경이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브로콜리와 양배추, 케일 등 십자화과 채소에 글루코시놀레이트가 풍부하며, 이 물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설포라판 같은 생리활성 물질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브로콜리 새싹에는 설포라판의 전구체인 글루코라파닌과 이를 설포라판으로 바꾸는 데 관여하는 미로시나아제가 들어 있어 관련 연구에서 자주 활용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작은 새싹이 암 예방 식품으로 거론되는 것일까. 핵심은 단순한 비타민 함량이 아니라 식물이 만들어내는 설포라판이라는 생리활성 성분에 있다. 아직 ‘암을 치료하는 음식’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세포 보호와 해독 효소 활성 등 여러 생물학적 작용이 연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식탁에 올려볼 만한 식재료로 평가받는다.

브로콜리 새싹의 핵심 성분, 설포라판은 몸속에서 무엇을 할까
브로콜리 새싹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성분이 설포라판이다. 이 물질은 십자화과 채소에 존재하는 글루코라파닌이 효소 작용을 거쳐 만들어지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 계열의 식물성 화합물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설포라판이 체내의 해독 효소를 자극하고 항산화 방어와 관련된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풀어보면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여러 화학물질과 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자체 방어 체계가 있는데, 설포라판이 이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연구에서 주목하는 경로가 Nrf2다. 설포라판이 이 경로에 영향을 주면 항산화 및 해독 관련 효소의 발현이 촉진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설포라판이 세포를 보호하고 발암물질의 영향을 줄이는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실험실 수준에서는 DNA 손상을 막거나 발암물질을 비활성화하는 작용, 염증 반응 조절, 비정상 세포의 사멸과 관련된 현상 등이 관찰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암세포를 녹인다’는 식의 표현과 실제 연구 결과를 구분하는 것이다. 음식 속 설포라판이 암세포를 찾아가 제거하는 항암제처럼 작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십자화과 채소 섭취와 암 위험 사이의 관계가 암 종류에 따라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NCI도 사람 대상 연구 결과가 혼재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 성분이 꾸준히 연구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몸의 방어와 해독 시스템에 관여하는 생리활성 물질이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브로콜리 새싹은 ‘기적의 항암제’라기보다 암 예방을 연구하는 식품 분야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식재료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일반 브로콜리보다 새싹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브로콜리도 좋은 채소인데 굳이 어린 새싹을 따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물은 성장 단계에 따라 만들어내는 물질의 양과 구성이 달라진다. 브로콜리 새싹은 발아 초기 단계에서 글루코라파닌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기에 미로시나아제가 존재해 설포라판 생성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다. NCI 역시 브로콜리 새싹과 씨앗 추출물에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설포라판 생성 과정에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식탁에서는 생각보다 활용하기 쉽다. 일반 브로콜리는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지만 브로콜리 새싹은 샐러드나 비빔밥, 샌드위치에 한 줌 올리는 식으로 먹을 수 있다. 특유의 알싸한 맛 때문에 밋밋한 음식에도 풍미가 생긴다. 다만 여기서도 ‘많이 먹으면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 설포라판의 생성량은 식품의 종류뿐 아니라 손질과 조리, 소화 과정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십자화과 채소의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씹거나 소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생리활성 물질로 전환된다는 점도 알려져 있다. 또한 새싹채소는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입 후 보관과 위생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처럼 식중독에 취약한 경우에는 생식 여부를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좋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설포라판을 최대한 많이 뽑아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브로콜리 새싹을 비롯한 다양한 채소를 안전하게 식단에 넣는 것이다. 브로콜리 새싹 한 줌과 함께 양배추, 케일, 무, 콜리플라워 등 다른 십자화과 채소도 번갈아 먹으면 식탁의 종류가 훨씬 풍성해진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도 연구가 진행되는 이유
브로콜리 새싹이 단순한 인터넷 건강식품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연구에서는 브로콜리 씨앗과 새싹 추출물이 흡연으로 노출되는 일부 발암 관련 물질의 해독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한 무작위 교차 연구에서는 49명의 현재 흡연자를 대상으로 브로콜리 씨앗·새싹 추출물을 사용했으며, 높은 용량에서 벤젠과 아크롤레인, 크로톤알데히드와 관련된 해독 대사산물의 배설이 증가한 결과가 보고됐다. 현재도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는 브로콜리 씨앗과 새싹 추출물이 흡연 관련 발암물질의 해독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흑색종 병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포라판이 피부의 비정상적인 병변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연구도 등록돼 있다. 이런 연구들이 있다는 사실은 설포라판이 단순한 유행 성분이 아니라 실제 의학 연구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연구 중인 영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암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정 성분이 세포나 동물실험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도 사람에게서 실제 질병 발생을 줄이는지 확인하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브로콜리 새싹을 먹으면서 항암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미 암 진단을 받았다면 식품보다 의료진의 치료 계획을 우선해야 한다. 브로콜리 새싹은 어디까지나 평소 식단에 추가할 수 있는 채소다. 이 차이를 알고 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사과의 41배’보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음식에 매달리지 않는 식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과의 41배 항암효과를 가진 음식’이라는 표현을 의학적 사실처럼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성분을 어떤 방식으로 비교했는지에 따라 숫자는 달라질 수 있고, 항산화 능력과 실제 암 예방 효과 역시 같은 개념이 아니다. 대신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를 기준으로 보면 브로콜리 새싹은 설포라판이라는 생리활성 물질 때문에 암 예방 식단에서 관심을 받을 만한 식재료라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NCI는 설포라판이 체내 해독 효소와 항산화 방어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십자화과 채소에 포함된 여러 물질이 암 발생 과정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사과를 끊을 이유도 없다. 사과에는 식이섬유와 여러 식물성 성분이 들어 있으며, 암 예방을 생각한다면 한 가지 식품을 다른 식품과 경쟁시키기보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꾸준히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 저녁에는 브로콜리 새싹을 샐러드에 넣고, 다음 날에는 일반 브로콜리나 양배추를 반찬으로 먹는 식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콩류와 생선, 통곡물, 적당한 과일을 더하면 훨씬 균형 잡힌 식단이 된다. 특히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생활습관은 특정 식재료 하나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 결국 ‘암세포가 가장 무서워하는 음식 1등’을 찾는 것보다 암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매일의 식탁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브로콜리 새싹은 그 식탁에 부담 없이 추가할 수 있는 후보 가운데 하나다. 작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설포라판 연구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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