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성’이라는 이름만 보고 고르면 놓치기 쉽다… 핵심은 원재료보다 가공 과정에 있다
건강을 생각해 소고기 패티 대신 식물성 패티를 고르고 일반 치즈 대신 식물성 치즈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콩이나 완두콩, 밀 등 식물에서 얻은 원료로 만든 만큼 무조건 혈압과 혈관에 좋을 것 같지만 영양성분표를 보면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나트륨과 포화지방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물성 고기는 콩이나 완두콩을 그대로 뭉쳐 만든 음식이 아니다.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향, 식감, 육즙을 구현하기 위해 단백질 원료에 기름과 소금, 향미 성분, 안정제 등을 조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2024년 미국 식품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해 식물성 육류 대체품 118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식물성 육류·생선 대체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이 100g당 약 660mg으로 조사됐다. 비교 대상인 생쇠고기는 평균 약 60mg이었다. 즉 제품군 평균만 놓고 보면 약 11배 차이다. 2024년 독일에서 판매된 식물성 육류·소시지 대체품 298개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도 대체육은 일반 육류보다 전체 지방과 포화지방이 대체로 낮았지만 소금 함량은 대부분의 대체육 종류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식물성 치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치즈처럼 녹고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기 위해 코코넛오일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식물성 지방을 사용하는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식물성 식품이라는 말과 최소가공 식물식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콩과 채소, 견과류를 그대로 먹는 것과 이 원료를 이용해 고기와 치즈를 재현한 가공식품을 먹는 것은 영양 구성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혈압을 생각해 식물성 제품을 고른다면 포장지 앞면의 ‘식물성’이라는 글자보다 뒷면의 나트륨과 포화지방 숫자를 먼저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식물성 고기는 100g당 나트륨 평균 약 660mg… 한 끼에 소스까지 더하면 숫자가 빠르게 올라간다
식물성 고기에서 혈압 관리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성분은 나트륨이다. 식물성 패티의 원료인 콩이나 완두콩 자체에 나트륨이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고기 특유의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풍미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소금과 여러 조미 성분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식물성 육류·생선 대체품의 나트륨이 평균 100g당 약 660mg으로 나타났다. 제품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모든 대체육에 이 숫자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 제품에서 나트륨이 중요한 확인 항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전문가 합의 연구에서도 식물성 육류 대체품의 바람직한 영양 기준을 논의하면서 나트륨을 100g당 600mg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기준에 높은 동의가 나타났다. 이 숫자를 세계보건기구 기준과 비교하면 체감하기 쉽다. WHO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 미만, 소금으로는 5g 미만으로 권고한다. 나트륨 660mg이라면 대략 하루 제한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런데 실제 식사는 식물성 패티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햄버거로 먹는다면 빵과 식물성 치즈, 피클, 케첩이나 각종 소스에서 나트륨이 추가되고 감자튀김까지 곁들이면 한 끼 전체 섭취량은 더 높아진다. 식물성 만두나 너겟, 소시지 역시 간장이나 소스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품 하나의 숫자보다 한 끼 전체의 나트륨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미 국과 찌개, 김치와 장류를 많이 먹는 한국식 식생활에서는 식물성 가공식품의 나트륨까지 더해지면 하루 총량이 쉽게 높아질 수 있다.

식물성 치즈는 포화지방이 의외의 복병… 일부 조사에서는 100g당 평균 10g을 넘었다
식물성 치즈에서는 나트륨과 함께 포화지방을 살펴봐야 한다. 식물성 지방이라고 하면 올리브유나 견과류의 불포화지방부터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식물성 지방이 같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코코넛오일은 식물에서 얻지만 포화지방 비율이 높다. 식물성 치즈는 일반 치즈처럼 단단하면서도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가열하면 녹는 질감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코코넛오일이나 다른 식물성 지방과 전분 등을 조합해 만드는 제품이 많다.
실제 브라질 시장의 식물성 유제품 대체식품을 분석한 연구에서 식물성 치즈 36종은 100g 기준 포화지방의 중앙값이 약 10.3g, 조사 범위는 약 1.58~13g으로 나타났다. 나트륨 중앙값은 100g당 약 263mg이었지만 제품별 범위가 12.5~640mg으로 상당히 컸다. 식물성 크림치즈에서는 포화지방 중앙값이 100g당 약 12.3g에 달했다. 이 자료가 국내 모든 제품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성 치즈니까 포화지방이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 반드시 맞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잘 보여준다. WHO는 포화지방을 하루 총섭취 열량의 10%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불포화지방이나 통곡물·채소·과일·콩류 등에 포함된 자연적인 식이섬유를 가진 탄수화물로 대체하는 방향을 권한다.
특히 포화지방 섭취가 많아지면 LDL 콜레스테롤 관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혈압뿐 아니라 전체 심혈관 위험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식물성 치즈를 고를 때는 ‘유제품이 없다’는 문구만 볼 것이 아니라 코코넛오일이 주요 원료인지, 한 번 먹는 양에 포화지방이 몇 g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트륨을 계속 많이 먹으면 몸이 수분을 붙잡는다… 혈액량이 늘면서 혈압에도 부담이 커진다
식물성 고기와 일부 식물성 치즈의 높은 나트륨이 혈압에 적신호를 켜는 이유는 나트륨이 우리 몸의 체액 조절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몸은 체내 농도를 맞추기 위해 수분을 더 붙잡게 되고 혈관 안을 흐르는 체액량도 증가할 수 있다.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밀어내야 하고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 역시 높아지기 쉬워진다. WHO는 높은 나트륨 섭취가 혈압 상승과 관련되며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성인의 혈압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나트륨 감소를 고혈압뿐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이미 혈압이 높은 사람이라면 매일 먹는 가공식품에서 숨어 들어오는 나트륨을 더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 WHO 역시 고염식과 포화지방·트랜스지방이 많은 식생활을 조절 가능한 고혈압 위험요인으로 제시한다. 식물성 대체식품에서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런 ‘건강 후광 효과’다.
햄이나 소시지는 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먹는 양을 조절하지만 식물성 소시지는 건강식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마음 놓고 여러 개 먹을 수 있다. 식물성 패티에 식물성 치즈를 얹고 소스까지 더하면 모두 식물성이라는 이름은 유지되지만 나트륨과 포화지방은 계속 더해진다. 혈압 관리에서는 동물성이냐 식물성이냐보다 하루 동안 실제로 얼마만큼의 나트륨이 몸에 들어왔느냐가 훨씬 직접적인 문제다.

포화지방은 혈압 하나만이 아니라 LDL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위험까지 함께 봐야 한다
포화지방과 혈압의 관계는 나트륨처럼 ‘먹으면 바로 체액량이 증가해 혈압을 올린다’는 단순한 구조는 아니다. 대신 혈압 건강을 이야기할 때는 장기적인 심혈관 위험 전체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화지방이 많은 식생활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고, LDL이 높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 관리에도 불리해진다. 여기에 고염식으로 혈압까지 높아지면 혈관에는 서로 다른 위험요인이 동시에 겹치는 셈이다.
WHO는 건강한 식사의 기본으로 나트륨뿐 아니라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제한하도록 권고하며, 고혈압 위험요인에서도 과도한 소금과 포화지방·트랜스지방이 많은 식생활을 함께 언급한다. 그래서 식물성 치즈를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콜레스테롤이 없는 식물성 제품이니까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지방의 종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코코넛오일을 주요 지방으로 사용한 제품과 카놀라유나 해바라기유처럼 불포화지방 비율이 높은 기름을 사용한 제품은 지방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식물성 고기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규모 비교 연구에서는 대체육이 일반 육류보다 평균 포화지방이 낮다는 장점도 확인됐다. 따라서 식물성 고기 전체를 혈압에 나쁜 음식이라고 묶기보다는 나트륨이 지나치게 높거나 포화지방이 많은 제품을 반복해서 먹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잘 고른 식물성 제품은 식이섬유가 있고 포화지방이 낮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결국 영양성분표에서 제품 간 차이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성 대체식품을 고른다면 ‘나트륨·포화지방’ 두 줄부터 확인하면 된다
혈압을 생각하면서 식물성 고기나 치즈를 먹고 싶다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제품을 고를 때 영양정보에서 나트륨과 포화지방 두 항목을 먼저 비교하면 된다. 같은 종류의 식물성 패티라도 나트륨 함량은 제품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낮은 제품을 고르고, 한 끼에 식물성 패티와 치즈·소스·피클처럼 짠 가공식품을 여러 종류 겹치지 않는 것이 좋다.
식물성 치즈는 원재료명에서 코코넛오일 등 포화지방이 많은 지방이 앞쪽에 있는지 확인하고 1회 섭취량 기준 포화지방도 비교한다. 더 좋은 방법은 식물성 대체육만으로 식물성 식단을 구성하지 않는 것이다. 두부와 콩, 렌틸콩, 버섯, 견과류처럼 가공 정도가 낮은 식물성 식품을 중심에 놓고 가끔 대체육을 활용하면 나트륨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다. WHO 역시 건강한 식사의 기본을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처럼 최소가공 또는 비가공 식품에 두고 나트륨과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이 적은 식사를 권한다.
결국 식물성 고기와 치즈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식물성’ 자체가 아니다. 식물성이라는 건강한 이미지 때문에 영양성분표를 확인하지 않는 습관이다. 100g당 나트륨이 수백 mg에 달하거나 포화지방이 10g 안팎인 제품도 존재하는 만큼 혈압을 관리한다면 원료의 출처보다 실제 나트륨과 지방의 양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