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 환자에게 걷기는 좋지만 ‘맨발’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뇨병 관리에서 운동은 상당히 중요하다.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은 근육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늘리고 인슐린 감수성 개선과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최근 공원과 산책로에서 유행하는 맨발걷기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작은 돌멩이를 밟아 생긴 미세한 상처가 며칠 따끔거리고 끝날 수 있지만 당뇨가 오래 지속된 사람에게는 상황이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말초신경병증이다. 발끝과 발바닥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손상되면서 통증과 온도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여기에 혈액순환까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처가 생긴 뒤 회복하는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결국 ‘상처가 잘 생길 수 있는데 아픈 줄 모르고,발견했을 때는 잘 낫지 않는 상황’이 겹치는 것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에서 맨발로 걷는 행동을 피하고 실내에서도 발을 보호하도록 안내한다. 당뇨가 있다고 운동을 줄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꾸준히 걷되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운동화와 양말을 제대로 착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운동 효과를 얻기 위해 굳이 발바닥을 흙과 돌,뜨거운 지면에 직접 노출시킬 이유는 없다.

첫 번째 위험은 ‘통증을 못 느끼는 것’… 유리 조각을 밟아도 모르고 계속 걸을 수 있다
당뇨 환자의 맨발걷기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다. 높은 혈당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경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과 신경 자체가 손상되면서 발끝부터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처음에는 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고 찌릿찌릿한 느낌이 생기지만 진행되면 오히려 통증과 압력,온도에 대한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바로 이때 맨발걷기가 위험해진다. 흙길에는 작은 돌과 나뭇가지가 있고 잔디 사이에는 날카로운 물체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발바닥에 작은 가시가 박히거나 피부가 찢어져도 감각이 정상이라면 즉시 발을 들여다보고 처치한다. 하지만 감각이 떨어진 사람은 상처가 난 상태로 수십 분을 더 걸을 수 있다. 같은 부위에 체중이 반복적으로 실리면서 처음에는 작은 찰과상이었던 상처가 깊어지는 것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당뇨병성 족부질환을 다룰 때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통증이 없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실제 당뇨발 궤양은 반복적인 압력과 작은 외상이 신경병증과 겹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한 사람이 맨발로 걷는다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작은 상처가 발바닥에서 계속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뜨거운 땅’이다… 발바닥 감각이 둔하면 화상을 입고도 알아채기 어렵다
맨발걷기를 여름에 즐기는 사람이라면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이 온도다. 한여름 햇빛을 받은 아스팔트와 보도블록,모래,인공 포장재의 표면온도는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발바닥이 뜨거워지면 반사적으로 발을 떼거나 그늘로 이동한다. 하지만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온도 감각이 떨어져 있다면 뜨거움을 늦게 알아차릴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발바닥이 붉어진 정도처럼 보여도 실제 피부에는 물집이나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겨울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차가운 지면에 장시간 발이 노출되면 저온 손상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당뇨 환자의 발 관리에서 맨발을 피하라고 하는 이유가 단순히 못이나 유리를 밟을 가능성 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특히 발바닥에 굳은살이 두껍게 생겼거나 이미 감각이 떨어진 사람은 압력과 온도 변화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더욱 낮을 수 있다.
신발은 단순히 발을 편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바닥의 열과 충격,마찰,날카로운 물체로부터 피부를 분리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당뇨가 있다면 흙의 촉감을 느끼기 위해 이 보호막을 일부러 제거하는 것보다 편안하고 발에 맞는 운동화를 신고 걷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세 번째는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것’… 혈액순환까지 떨어져 있다면 작은 상처가 궤양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맨발걷기의 진짜 문제는 상처가 생기는 순간보다 그 이후에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 가운데는 말초동맥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가 있다. 다리와 발로 혈액을 보내는 동맥이 좁아지면 조직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어려워지고 상처 회복에도 영향을 준다. 높은 혈당이 지속되는 환경 역시 면역세포의 정상적인 기능과 상처 치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사람에게는 며칠이면 아물 작은 물집이나 찰과상이 오랫동안 남아 당뇨발 궤양으로 발전할 위험이 생긴다.
특히 발바닥은 걷는 순간마다 체중이 실리는 곳이다. 상처가 생겼는데 이를 모르고 계속 걸으면 손상된 조직에 반복적으로 압력이 가해진다. 발 모양의 변형이나 두꺼운 굳은살까지 있다면 특정 부위에 압력이 집중될 수도 있다.
결국 당뇨발을 만드는 위험요인인 신경병증,혈액순환 저하,반복적인 압력이 맨발걷기 과정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평소 발이 차갑게 느껴지거나 걸을 때 종아리가 아프고 쉬면 괜찮아지는 증상이 있거나 발의 상처가 유난히 오래가는 사람이라면 혈액순환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은 상처에 세균이 들어가면 문제가 더 커진다… 감염이 깊은 조직과 뼈까지 번질 수도 있다
피부는 외부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일종의 벽이다. 맨발로 걸으면서 피부가 찢어지거나 물집이 터지면 이 방어벽에 틈이 생긴다. 흙과 물웅덩이,공용 산책로처럼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상처가 오염될 가능성도 생긴다. 당뇨가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혈액순환 장애까지 동반되면 감염에 대응하는 능력과 조직 회복이 함께 불리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발바닥의 작은 붉은 상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이 붓고 열이 나거나 고름과 분비물이 생기는 식이다. 심한 당뇨발 감염에서는 피부 아래 연조직을 넘어 뼈까지 감염되는 골수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감염과 조직 손상이 심각해지고 혈류까지 좋지 않으면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절단 치료가 필요한 상황도 생긴다. 그래서 당뇨 환자에게 발 관리는 혈당 관리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진다. 발바닥에 상처가 생겼는데 통증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기다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감각이 떨어진 사람일수록 통증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진행될 수 있다. 붓기,붉어짐,열감,진물,고름,피부색 변화,낫지 않는 상처가 발견된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의료진에게 확인받는 것이 좋다.

당뇨가 있다면 맨발 대신 ‘운동화 신고 걷기’… 운동 효과는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당뇨가 있다고 걷기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규칙적인 걷기는 혈당과 체중,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데 좋은 운동이다. 바꿔야 하는 것은 ‘걷기’가 아니라 ‘맨발’이다. 발에 잘 맞고 발가락이 지나치게 눌리지 않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땀을 잘 흡수하는 양말을 신은 뒤 걷는 것이 좋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신발 안쪽에 작은 돌이나 이물질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도 확인한다. 걷고 돌아온 뒤에는 발등뿐 아니라 발가락 사이와 발바닥,뒤꿈치까지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직접 발바닥을 보기 어렵다면 거울을 이용할 수도 있다.
물집이나 갈라진 피부,붉어진 부분,상처가 있는지 매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빨리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이미 발 감각이 떨어져 있거나 과거 당뇨발 궤양을 경험한 사람,말초동맥질환이나 발 변형이 있는 사람은 운동 방법과 신발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당뇨 환자에게 좋은 걷기란 발바닥에 자극을 많이 주는 걷기가 아니라 상처 없이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걷기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 때문에 발에 새로운 위험을 만들 필요는 없다. 신발을 제대로 신고 걷는 것만으로도 걷기가 가진 대부분의 운동 효과는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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