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도암은 위나 장이 아니라 ‘담즙이 지나가는 통로’에 생기는 암이다
담도암이라는 이름 때문에 담낭암이나 간암과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십이지장까지 운반하는 가느다란 관이다. 담즙은 지방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데 필요한 액체로 간에서 만들어진 뒤 담도를 따라 이동하고 담낭에 저장됐다가 음식이 들어오면 다시 장으로 흘러간다. 쉽게 말하면 간에서 시작해 담낭 주변을 지나 소장으로 연결되는 ‘담즙의 배수관’인 셈이다.
담도암은 바로 이 담관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암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생 위치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간 내부의 작은 담관에서 발생하면 간내 담도암,좌우 간관이 만나 간 밖으로 나오는 부근에서 발생하면 간문부 담도암,췌장 가까이를 지나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아래쪽 담관에서 발생하면 원위부 담도암이라고 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역시 담도암을 담즙을 운반하는 담관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설명하며 위치에 따라 이 세 형태로 구분한다.
문제는 담도가 몸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작은 종양을 손으로 만지거나 일상적인 신체검사만으로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암협회도 이런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초기 담도암을 선별검사로 발견하기 어렵고 상당수는 종양이 자라 증상을 만들고 나서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체했나?’ 싶을 수 있다… 담즙 흐름이 막히면서 소화 과정까지 달라진다
담도암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은 처음부터 극심한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입맛이 떨어지고 식사 후 불편한 느낌이 반복되면 위염이나 소화불량부터 떠올리기 쉽다. 담도암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담즙의 흐름이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담도를 지나 장으로 이동하며 특히 음식 속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그런데 담도에 종양이 자라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면 담즙이 장으로 원활하게 내려가지 못할 수 있다.
미국암협회는 담도암으로 담즙과 췌장액이 장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할 경우 지방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워지고 변이 옅어지거나 기름지고 물에 뜨는 형태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평소와 똑같이 먹는데 유난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불편하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체중까지 줄어든다면 단순히 위장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증상은 위염과 담석증,췌장질환 등 훨씬 흔한 원인에서도 나타난다. 담도암에서 중요한 것은 한두 번 체한 느낌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감이 지속되고 다른 변화까지 함께 나타나는 경우다.

‘오른쪽 윗배’가 계속 아픈 이유… 종양이 커지면서 담관과 주변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담도암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가 복부 통증이다. 특히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즉 우상복부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메이요클리닉도 담도암의 증상으로 오른쪽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 발생하는 복통을 제시하고 있다. 초기의 작은 담도암은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종양이 점점 커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암협회 역시 초기 담도암에서는 통증이 드물지만 종양이 커질수록 특히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서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담관 주변에는 간과 담낭,췌장,십이지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종양이 커지거나 주변 조직에 영향을 주면 압박감과 묵직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제 무리해서 근육이 뭉쳤나’,‘소화가 안 돼서 배가 아픈가’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특히 담도는 복부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피부 바로 아래에서 발생하는 통증처럼 위치를 정확히 집어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며칠 쉬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통증이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상복부 통증이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지고 체중 감소,식욕 저하 같은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복통보다 더 눈여겨볼 신호는 ‘황달’이다… 담즙이 막히면 빌리루빈이 혈액으로 쌓인다
담도암을 설명할 때 복통보다 더 특징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증상이 황달이다. 담도에 종양이 생겨 통로가 막히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될 수 있다. 이때 담즙에 포함된 빌리루빈이 혈액 속에 증가하면서 피부와 눈 흰자가 노랗게 변한다. 미국암협회는 담도암 증상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이 담관 폐쇄이며 황달을 가장 흔한 증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혈액 속에 증가한 빌리루빈 일부가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소변이 평소보다 진한 갈색이나 짙은 색으로 변할 수 있다. 반대로 장으로 들어가는 빌리루빈이 감소하면 대변에 정상적인 갈색을 만들어주는 색소가 부족해져 변이 회백색이나 점토처럼 옅어질 수 있다. 피부에 담즙 관련 물질이 축적되면서 이유 없이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간문부나 원위부처럼 간 밖의 담관을 막는 담도암에서는 이런 폐쇄성 황달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메이요클리닉의 의료진 역시 간문부와 원위부 담도암 환자에서 황달이 대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복통과 함께 눈 흰자가 노래지고 소변은 짙어지는데 대변은 오히려 하얗게 변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과는 다른 신호로 봐야 한다.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계속 피곤해지는 것도 담도암에서 나타날 수 있다
담도암이 진행되면 복통과 황달 외에도 몸 전체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욕 저하,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지속적인 피로감,발열이다. 미국암협회와 메이요클리닉 모두 이러한 증상을 담도암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호로 제시한다. 담즙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방 소화와 흡수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고 식욕까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열량이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암 자체가 성장하면서 몸의 에너지 대사와 염증 반응에 영향을 미쳐 체중 감소와 쇠약감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담도가 막힌 상태에서 세균 감염까지 발생해 담관염으로 이어지면 발열과 오한,복통,황달 등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입맛이 없어졌다’,‘요즘 피곤해서 살이 빠졌다’고 넘기기 쉬운 변화도 다른 증상과 겹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특히 오른쪽 윗배 통증이 지속되면서 식욕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체중까지 이유 없이 감소하거나 황달,진한 소변,옅은 대변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라면 소화제만 반복해서 먹으며 기다리기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중요하다.

담도암은 몸 깊숙한 곳에서 자란다… 그래서 ‘복통+황달+소변과 대변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
담도암이 까다로운 이유는 초기부터 암을 강하게 의심할 만한 증상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담관은 몸 안쪽 깊은 곳에 있고 초기 종양은 통증을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미국암협회는 담도암 상당수가 증상이 나타난 뒤 발견되며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기에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는 선별검사가 없다고 설명한다. 증상이 의심되면 의료기관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간 기능과 빌리루빈 등을 확인하고 복부 초음파,CT,MRI와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MRCP) 등을 이용해 담관이 막혔는지,종괴가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필요하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이나 조직검사 등을 추가한다.
물론 복통이 있다고 담도암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담도암은 비교적 드문 암이며 복통과 황달 역시 담석증이나 간질환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나 오래 지속되는 오른쪽 윗배 통증에 황달,심한 가려움,진한 소변,회백색 변,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겹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담도암이 보내는 신호는 ‘배가 아프다’ 한 가지보다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서 몸 곳곳에 나타나는 여러 변화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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