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이 신장을 망가뜨린다기보다 ‘칼륨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신장’이 문제다
바나나와 참외,키위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과일이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각종 항산화 성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이 적당량 먹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칼륨 배설 능력이 감소한 사람이 이런 과일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경우다. 칼륨은 근육 수축과 신경 전달,심장 박동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이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섭취한 칼륨 가운데 필요 이상으로 들어온 양은 주로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만성콩팥병이 진행되면서 신장의 배설 능력이 떨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칼륨이 혈액에 쌓여 고칼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신장재단도 바나나와 키위를 한 번 섭취할 때 칼륨이 200mg을 넘을 수 있는 고칼륨 과일로 분류하고 있다. 멜론류 역시 신장질환자의 칼륨 제한 식단에서 양을 조절하는 과일군에 들어간다.
다만 모든 신장질환자가 무조건 칼륨을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 만성콩팥병에서는 혈중 칼륨이 정상이라면 제한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칼륨이 부족한 환자도 있다. 결국 핵심은 ‘과일이 신장에 독하다’가 아니라 신장이 칼륨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과다섭취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바나나’… 한두 개가 순식간에 들어가 하루 칼륨 섭취량이 크게 늘 수 있다
바나나는 신장질환자의 식단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과일 가운데 하나다. 이유는 작은 크기에 비해 칼륨을 상당량 섭취하기 쉽기 때문이다. 미국 신장재단에서는 바나나 1/2개만으로도 200mg을 넘는 칼륨을 섭취할 수 있는 고칼륨 식품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바나나를 반 개만 먹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침에 한 개를 먹고 오후에 운동 후 또 한 개를 먹거나 우유와 함께 갈아 스무디로 마시면 하루 칼륨 섭취량이 빠르게 올라간다. 여기에 감자와 토마토,시금치,콩,견과류처럼 칼륨이 많은 다른 식품까지 먹었다면 총량은 더욱 커진다.
신장 기능이 정상이라면 이렇게 섭취한 칼륨 대부분을 신장이 조절하지만 만성콩팥병이 진행된 사람은 배출 속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고칼륨혈증이 심해지면 근육이 힘없이 처지거나 저림,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심장 박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혈중 칼륨을 제한하라는 진료를 받은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한 번의 섭취량을 바나나 1/2개 정도로 잡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하루 권장량은 아니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이라면 바나나 한 개를 먹었다고 신장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참외’… 수분이 많아 한 번에 반 개,한 개씩 먹기 쉽다는 것이 함정이다
참외는 바나나와 달리 수분이 많고 시원해서 여름철에는 앉은 자리에서 한 개 이상 먹기도 한다. 바로 이 ‘먹는 양’이 신장질환자에게 중요하다. 참외 역시 칼륨을 공급하는 과일이며 멜론류는 신장질환자를 위한 식단에서 섭취량을 조절하는 과일군으로 다뤄진다. 미국 신장재단 역시 칼륨 제한이 필요한 사람에게 멜론류를 고칼륨 식품으로 분류하거나 한 번의 섭취량을 작게 관리하도록 안내한다.
참외가 특히 쉽게 과식되는 이유는 열량이 낮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과일이고 수분이 대부분이니 많이 먹어도 괜찮겠지’ 하면서 식후에 큰 참외 한 개를 통째로 먹는 식이다. 그러나 신장질환자에게는 열량보다 한 번에 몸으로 들어오는 칼륨의 총량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국과 찌개,김치처럼 나트륨이 많은 한국식 식사를 하고 참외를 많이 먹는 습관이 반복되면 신장질환자는 나트륨과 수분,칼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칼륨 제한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참외 역시 한 번에 큰 과일 하나를 통째로 먹기보다 잘라서 약 1/2컵 정도의 소량부터 섭취량을 관리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미국 신장재단에서도 칼륨을 제한하는 식단에서 생과일의 기본 1회 분량을 대체로 1/2컵 정도로 제시한다.

세 번째는 ‘키위’… 작은 크기 때문에 두세 개를 먹으면 칼륨도 그대로 누적된다
키위는 크기가 작아 하루에 두세 개를 간단히 먹는 경우가 많다.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액티니딘 같은 단백질 분해효소도 들어 있어 영양가 자체는 훌륭하다. 하지만 칼륨 제한이 필요한 신장질환자에게는 작은 크기만 보고 안심할 수 없다. 미국 신장재단은 키위 1개를 200mg 이상의 칼륨을 제공할 수 있는 고칼륨 식품의 한 번 섭취량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키위 두세 개를 연달아 먹으면 그만큼 칼륨 섭취량도 늘어난다. 특히 요거트와 바나나,키위,견과류를 한꺼번에 넣어 만드는 ‘건강 스무디’는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는 영양가 있는 한 끼가 될 수 있지만 칼륨 제한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바나나와 키위,우유나 요거트,견과류 모두 칼륨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신장질환자가 키위를 먹는다면 한 번에 1개 이하를 기준으로 다른 끼니의 칼륨 섭취량과 함께 계산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이 역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하루 제한량은 아니다. 혈중 칼륨 수치와 신장 기능,복용 중인 약에 따라 허용량이 달라진다. 실제 신장질환자의 칼륨 제한량은 획일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신장 영양관리에서 중요한 원칙이다.

칼륨이 쌓이면 단순히 ‘신장이 피곤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심장이 더 위험하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과일의 칼륨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는 신장이 조금 더 힘들어지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신장은 혈액 속 칼륨 농도가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도록 남는 칼륨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크게 감소하면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혈중 칼륨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 고칼륨혈증이 생겨도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과일을 많이 먹었는데 몸이 멀쩡하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혈중 농도가 더 높아지면 근육 약화와 저림,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방해해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매우 심한 고칼륨혈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만성콩팥병이 진행됐거나 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혈중 칼륨을 높일 수 있는 일부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식단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반대로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과일의 칼륨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과일과 채소는 건강한 식단의 중요한 부분이며 식물성 식품의 섬유질 역시 여러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신장질환자라고 해도 혈중 칼륨이 낮다면 오히려 칼륨 섭취를 늘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얼마나 먹어야 할까… 신장질환자라면 ‘한 번에 몰아먹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바나나와 참외,키위의 적정 섭취량을 하나의 숫자로 정하는 것은 어렵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과 만성콩팥병 환자의 기준이 같을 수 없고 같은 신장질환자라도 혈액검사에서 확인된 칼륨 수치와 병의 단계,복용하는 약에 따라 제한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칼륨 제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가장 간단한 출발점이다.
바나나는 1/2개 정도,키위는 1개 이하,참외와 같은 멜론류는 잘라서 약 1/2컵 정도를 한 번의 소량 섭취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미국 신장재단에서도 바나나 1/2개와 키위 1개를 고칼륨 식품의 1회 분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멜론류 역시 제한 대상에 포함한다. 혈중 칼륨을 적극적으로 제한해야 하는 일부 환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하루 약 2,000mg 수준으로 관리하기도 하지만 모든 신장질환자에게 적용되는 숫자는 아니다. 과일은 분명 몸에 좋은 음식이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좋은 과일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보다 ‘내 신장이 처리할 수 있는 만큼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바나나 두 개와 참외 한 개,키위 몇 개를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하루에 몰아 먹는 습관만 피해도 불필요한 칼륨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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