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류농약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이 씻기’보다 제대로 씻는 것이 중요하다
마트에서 반짝반짝 깨끗해 보이는 채소라도 표면 상태만으로 잔류농약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는 병해충과 잡초를 관리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할 수 있고 수확 이후에도 허용기준 이하의 잔류농약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금치와 감자,토마토가 항상 다른 모든 채소보다 농약이 많이 남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검출 여부와 양은 재배환경과 사용 농약,수확시기,유통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농산물은 잔류허용기준을 적용받는다. 그럼에도 세척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채소 표면에 남아 있는 흙과 먼지,미생물뿐 아니라 씻어서 제거할 수 있는 일부 잔류농약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세제를 많이 쓰거나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깨끗한 흐르는 물과 충분한 세척만으로도 상당 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채소마다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
시금치는 잎이 겹쳐 있고 밑동에 흙이 끼기 쉽고,감자는 울퉁불퉁한 껍질과 싹 주변을 세심하게 봐야 한다. 토마토는 비교적 매끈하지만 껍질째 먹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잔류농약을 줄이는 핵심은 특별한 세척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채소의 구조를 보고 물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직접 씻는 것이다.

첫 번째는 ‘시금치’… 넓은 잎과 겹친 밑동 때문에 한 번 헹구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시금치는 잎채소라는 특성부터 살펴봐야 한다. 먹는 부위가 흙 가까이에서 자라고 넓은 잎이 여러 겹으로 모여 있어 잎 표면과 줄기 사이,밑동에 흙과 이물질이 숨어 있기 쉽다. 재배 과정에서 사용된 농약 역시 종류에 따라 잎 표면 등에 잔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금치 한 단을 통째로 수도꼭지 아래에 대고 겉만 헹구는 방식으로 끝내지 않는 편이 좋다. 먼저 시들거나 손상된 바깥 잎을 제거하고 밑동을 정리한 다음 잎이 서로 분리되도록 펼친다.
이후 깨끗한 물을 넉넉하게 받아 시금치를 담그고 손으로 가볍게 흔들어 잎과 줄기 사이의 흙과 이물질이 빠져나오도록 한다. 물을 버린 뒤 다시 깨끗한 물로 헹구고 마지막에는 흐르는 물에서 잎을 여러 장씩 나눠 씻으면 된다. 특히 밑동을 그대로 사용하는 요리라면 줄기가 모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벌려가며 씻는 것이 중요하다. 시금치에는 엽산과 베타카로틴,루테인,비타민 K,철,마그네슘,칼륨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다.
지나치게 오래 물에 담가두거나 오랜 시간 삶으면 일부 수용성 영양소가 물로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세척은 꼼꼼하게 하되 불필요하게 몇 시간씩 물에 담가둘 필요는 없다. 씻은 뒤 살짝 데쳐 먹는다면 데친 물은 버리고 새 물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는 ‘감자’… 농약보다 더 꼼꼼히 봐야 할 것이 흙,싹,초록색으로 변한 껍질이다
감자는 땅속에서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에 수확한 감자 표면에는 흙과 여러 이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감자 재배에서도 병충해를 관리하기 위해 농약이 사용될 수 있고 일부 성분은 수확 후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껍질째 굽거나 삶아 먹는다면 표면을 제대로 씻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흐르는 물에 감자를 돌려가며 씻으면서 깨끗한 전용 솔이나 손으로 울퉁불퉁한 표면과 움푹 들어간 눈 주변을 문질러주는 것이다. 씻기 전에 흙 묻은 감자를 물에 잠시 두면 굳은 흙을 제거하기도 쉬워진다. 껍질을 벗겨 먹는 경우에도 먼저 씻고 껍질을 벗기는 것이 좋다. 흙이 묻은 상태에서 칼이나 필러를 사용하면 표면의 오염물이 칼날을 통해 속살에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에서는 잔류농약과 별도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싹과 녹색으로 변한 부분이다.
빛에 노출된 감자는 껍질이 녹색으로 변하면서 글리코알칼로이드 계열의 솔라닌과 차코닌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물질은 물로 씻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싹이 조금 난 정도라면 싹과 주변을 넉넉하게 도려내고 녹색 부분도 충분히 제거해야 하며 심하게 녹색으로 변했거나 싹이 많이 난 감자는 먹지 않는 편이 좋다. 감자는 칼륨과 비타민 C,비타민 B6 등을 공급하는 식품인 만큼 제대로 세척하고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토마토’… 매끈해 보여도 껍질째 먹기 때문에 표면을 직접 문질러 씻어야 한다
토마토는 시금치나 감자와 비교하면 표면이 매끄러워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인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꺼내 물에 몇 초 헹군 뒤 바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토마토 역시 재배 과정에서 병해충 관리를 위해 농약이 사용될 수 있고 대부분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먹기 때문에 표면 세척이 중요하다.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토마토를 흐르는 물에 놓고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표면 전체를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씻는다. 꼭지 주변처럼 굴곡이 있는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꼭지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는 주변에 먼지와 이물질이 남기 쉬우므로 꼭지를 제거한 뒤 그 주변을 다시 깨끗하게 씻어 먹는 방법도 좋다. 씻은 뒤에는 깨끗한 키친타월이나 마른 천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해외 식품안전기관에서도 신선 농산물을 씻을 때 비누나 일반 세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흐르는 깨끗한 물에서 표면을 충분히 씻는 방식을 기본으로 안내한다. 토마토 껍질까지 먹으면 라이코펜과 여러 식물성 성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으며 토마토에는 칼륨과 엽산,비타민 C도 들어 있다. 따라서 잔류농약이 걱정된다고 매번 껍질을 모두 벗겨 버리기보다 깨끗하게 세척해 통째로 먹는 방법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식초와 베이킹소다까지 꼭 필요할까… 기본은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로 마무리’다
잔류농약이라는 말을 들으면 식초와 베이킹소다,과일 전용 세제부터 찾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모든 채소에 이런 방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내 식품안전 관련 기관에서도 농산물을 씻을 때 깨끗한 물에 일정 시간 담근 뒤 손으로 저어주고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구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안내해 왔다. 물에 잠시 담그면 표면에 붙은 이물질과 제거 가능한 일부 잔류물질이 떨어지는 데 도움이 되고 마지막 흐르는 물 세척으로 이를 씻어내는 방식이다.
특히 시금치처럼 잎이 여러 겹인 채소는 물을 한 번 받아 흔들어 씻은 뒤 새 물로 다시 세척하는 것이 좋다. 감자는 표면을 직접 문지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토마토 역시 흐르는 물에서 손으로 돌려가며 씻는 방법이 간단하다.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사용한다고 모든 종류의 농약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도 아니다. 농약마다 물에 녹는 정도와 식물 조직에 침투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분 담그면 농약이 100% 사라진다’는 식의 방법을 믿기보다 세척,껍질 제거가 필요한 부분의 손질,적절한 조리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주방용 세제나 비누를 농산물에 직접 사용해서는 안 된다. 먹는 채소는 먹는 음식에 맞는 세척법으로 다루는 것이 기본이다.

씻는 순서만 기억해도 어렵지 않다… 시금치는 펼치고,감자는 문지르고,토마토는 꼭지까지 확인한다
세 채소의 세척법을 한 문장씩 기억하면 간단하다. 시금치는 잎을 벌려 씻고,감자는 표면과 눈 주변을 문지르고,토마토는 꼭지 주변까지 돌려가며 씻는다. 시금치는 물을 넉넉하게 받아 가볍게 흔들어 흙을 먼저 제거한 다음 흐르는 물로 마무리한다. 감자는 흙을 불린 뒤 깨끗한 솔이나 손으로 표면을 문지르고 껍질을 벗길 경우에도 세척을 먼저 한다.
토마토는 흐르는 물에서 표면 전체를 문지르고 꼭지 주변까지 깨끗하게 정리한다. 세척한 채소를 다시 흙이 묻었던 도마나 싱크대에 올려놓는 것도 피해야 한다. 깨끗하게 씻어놓고 다시 오염시키는 일이 의외로 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친 농산물을 구입하고 상하거나 곰팡이가 생긴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감자처럼 자연독소를 따로 확인해야 하는 식품도 있다. 결국 농약이 걱정된다고 채소 섭취 자체를 줄이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시금치의 엽산과 루테인,감자의 칼륨과 비타민 C,토마토의 라이코펜처럼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얻으면서 불필요한 잔류물질은 올바른 세척으로 줄이는 것,그것이 훨씬 현실적인 식탁 관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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