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노동조합(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임금 인상, 순이익에 따른 성과급 지급, 주 4.5일제 도입, 정년 퇴직 연장 등 주로 경제적 처우 개선과 근로 환경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약 40년 전, 대한민국 노동 운동의 전환점이 되었던 시기의 요구사항을 돌이켜보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을 감행했다.
당시 사측은 파업의 원인을 단순한 경제적 보상 문제로 판단하고 “돈을 더 주면 되겠느냐”고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노동자들의 반응은 단호했다. 그들에게 임금 인상은 협상의 최우선 과제가 아닌 후순위였다.

당시 노동자들이 내건 첫 번째 요구사항은 ‘두발 자유화’였다. 1980년대 당시 많은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엄격한 두발 규정을 강요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직장에서 이른바 ‘바리깡’으로 머리를 강제로 밀어버리거나 해고 처분까지 내려지는 비인격적인 통제가 일상적으로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요구사항 역시 돈이 아닌 ‘복장 자유화’였다. 당시 노동자들은 출퇴근길에도 의무적으로 작업복을 착용해야 했다.
문제는 그 시절 사회 전반에 공장 노동자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차별적 시선이 팽배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퇴근 후나 출근길만큼은 작업복이 아닌 평범한 사복을 입음으로써 직장 밖에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했다.
이외에도 당시 파업 현장에서 분출된 요구사항들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당연한 권리들이었다.
“이동 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부터, 관리자들이 딱딱한 안전화로 노동자들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폭행을 멈춰달라는 “안전화로 조인트 좀 제발 까기 마라” 등 인권 유린의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일상적인 인권과 자유를 위해 현장에서 투쟁해야 했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어놓았던 전두환 정권 시절의 강력한 ‘노동악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의 법은 외부 세력의 조언이나 연대를 원천 차단하는 ‘제3자 개입 금지’, 자주적 노조 설립을 봉쇄하는 ‘복수노조 설립 금지’, 노동운동의 힘을 분산시키는 ‘기업별 노조 체제 강제’ 등 합법을 빙자한 강력한 통제 장치로 가득했다.
법적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가 막혀 있었기에, 노동자들은 온몸을 던져 거대한 법제도적 장벽에 맞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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