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에는 아무렇지 않게 먹던 건강식도 늦은 밤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평소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가 잦은 사람이라면 음식의 산도뿐 아니라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가스와 ‘먹고 바로 눕는 습관’까지 영향을 미친다. 야식으로 먹던 과일과 채소가 밤잠을 방해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밤에 먹으면 왜 유독 속이 쓰릴까… 핵심은 ‘위산 증가’보다 역류에 있다
밤에 특정 음식을 먹으면 위산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많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위해 위산 분비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문제는 늦은 시간 음식을 먹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눕는다는 것이다.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중력이 위 내용물이 아래쪽에 머무는 것을 돕지만 누우면 이런 효과가 줄어든다. 이때 위와 식도 사이를 막는 하부식도괄약근 기능이 약하거나 위가 음식으로 가득 차 있다면 산성 위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기 쉬워진다.
가슴이 타는 듯한 속쓰림과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목의 이물감이나 기침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증상이 심하면 잠에서 깨기도 한다. 특히 평소 위식도역류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취침 직전 음식 섭취가 좋지 않은 이유다. 따라서 사과와 오렌지,십자화과 채소를 밤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 역시 똑같지는 않다. 오렌지는 산도,사과는 개인에 따라 산도와 발효성 탄수화물,십자화과 채소는 많은 식이섬유와 가스 생성이 각각 변수가 될 수 있다.

첫 번째 ‘사과’… 상큼한 산미와 발효성 탄수화물이 예민한 속을 건드릴 수 있다
사과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C,폴리페놀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좋은 과일이다. 그러나 평소 위산 역류나 속쓰림이 있는 사람이 잠들기 직전 먹는 간식으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사과에는 말산을 비롯한 유기산이 들어 있어 특유의 새콤한 맛을 만든다. 산성 식품 자체가 모든 사람의 위산 분비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식도 점막이 위산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산성 음식이 들어왔을 때 불편감이 두드러질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사과에 들어 있는 과당과 소르비톨 같은 발효성 탄수화물이다. 이를 잘 흡수하지 못하는 사람은 장에서 발효되면서 가스와 복부 팽만을 경험할 수 있다. 늦은 밤 사과를 먹고 배가 빵빵해진 상태에서 바로 누우면 복부 불편감 때문에 숙면을 방해받을 수 있다. 특히 평소 사과를 먹은 뒤 트림이나 더부룩함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과 자체가 위에 나쁜 과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낮에는 훌륭한 간식이 될 수 있지만 밤마다 속쓰림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취침 직전 사과부터 빼보고 증상이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 ‘오렌지’… 산도가 높은 감귤류는 역류성 증상의 대표적인 개인별 유발 음식이다
오렌지는 세 음식 가운데 밤에 속쓰림이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살펴볼 만하다. 오렌지에는 구연산을 비롯한 유기산이 들어 있으며 과일 자체의 산도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오렌지와 오렌지주스 같은 감귤류 식품은 위식도역류 증상이 있는 일부 사람에게 속쓰림을 유발하거나 기존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오렌지가 위산을 엄청나게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산성 내용물이 이미 예민해진 식도와 접촉했을 때 증상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먹어도 괜찮았는데 밤에 오렌지를 먹으면 유독 신물이 올라오는 사람도 이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더구나 오렌지주스는 통오렌지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마시기 쉽다. 큰 컵으로 마시면 위 내용물의 부피도 늘어나 취침 직전에는 더욱 부담스럽다. 평소 야간 역류가 있다면 오렌지와 자몽 같은 신맛이 강한 감귤류는 아침이나 낮으로 옮기고 잠들기 전에는 먹지 않는 편이 좋다.

세 번째 ‘십자화과 채소’… 위산보다 ‘가스와 복부팽만’이 밤에는 더 큰 문제다
브로콜리와 양배추,콜리플라워,방울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평소 충분히 먹을 가치가 있는 식품이다. 특히 브로콜리와 양배추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 계열의 식물성 성분도 들어 있다. 그런데 건강에 좋은 채소라고 해서 자기 직전 커다란 접시로 먹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십자화과 채소에는 식이섬유와 장내 미생물이 발효할 수 있는 탄수화물이 들어 있어 사람에 따라 가스와 복부팽만,트림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생으로 많은 양을 먹었을 때 불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배가 팽창한 상태에서 곧바로 누우면 속이 답답하고 트림이 잦아져 잠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역류 증상이 있는 사람은 불편감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십자화과 채소는 ‘위산을 많이 분비시키는 채소’라고 표현하기보다 늦은 밤 많은 양을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생기는 팽만감 때문에 역류와 수면 불편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밤마다 속쓰림이 반복되면 음식보다 먼저 확인할 것… ‘먹고 눕는 시간’이다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지막 식사와 취침 사이의 간격이다. 저녁 7시에 오렌지 한 개를 먹고 자정에 잠드는 것과 밤 11시 30분에 야식을 먹고 자정에 눕는 것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야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위가 팽창한 상태에서 눕게 되고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평소 야간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가 있다면 잠들기 최소 2~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야식을 먹더라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사람마다 유발 음식은 상당히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오렌지를 먹으면 바로 속이 쓰린 반면 다른 사람은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반대로 초콜릿이나 기름진 음식,술,커피에서 훨씬 심한 역류를 경험하기도 한다. 며칠 동안 저녁에 먹은 음식과 속쓰림이 나타난 시간을 기록해보면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음식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한 음식도 ‘밤에 많이’ 먹으면 달라진다… 낮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사과와 오렌지,십자화과 채소를 건강에 나쁜 음식으로 볼 이유는 없다. 사과에는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이 있고 오렌지는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를 공급하며 십자화과 채소에서는 식이섬유와 다양한 식물성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세 음식을 끊기보다 먹는 시간을 아침과 낮,이른 저녁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특히 야간 속쓰림이 있는 사람이라면 잠들기 직전 오렌지나 사과를 먹는 습관을 줄이고 브로콜리와 양배추도 저녁 식사 때 충분히 익혀 적당량 먹는 편이 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밤마다 신물이 올라오거나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고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음식 문제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위식도역류질환 등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밤에 건강식을 먹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이 내 소화 상태와 맞는지,그리고 먹고 얼마 만에 눕느냐다. 낮에는 몸에 좋은 음식도 취침 직전에는 숙면을 방해하는 음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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