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걷는 다리를 만들려면 ‘앞쪽 허벅지’만 봐서는 부족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계단을 몇 층 올라가는 일은 젊을 때는 별것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때 다리가 무겁고, 의자에서 일어날 때 한 번 몸을 앞으로 숙여야 하며, 길을 걷다가 방향을 바꿀 때 발이 예전처럼 빠르게 따라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생긴다. 이때 많은 사람이 무릎부터 걱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오래 걷는 능력을 지키려면 무릎 관절 하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관절을 움직이고 안정시키는 근육 전체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뿐 아니라 엉덩이 근육,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 골반 주변을 안정시키는 근육이 함께 작동해야 한 발을 내딛고 몸을 지탱할 수 있다.
걷기는 단순히 다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동작이 아니다. 한쪽 발이 바닥을 딛는 순간 반대쪽 다리가 앞으로 나가고, 몸의 중심이 좌우로 이동하며, 발목과 무릎, 고관절이 연속해서 충격을 흡수한다. 길에서 작은 돌을 밟거나 누군가 갑자기 옆에서 지나가 몸이 흔들렸을 때 중심을 되찾는 것도 하체와 골반 주변 근육의 역할이다. 그래서 평생 두 발로 걷고 싶다면 단순히 많이 걷는 것과 근육을 강화하는 것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걷기는 심폐 건강과 활동량을 높이는 좋은 운동이지만, 근육에 충분한 저항을 주는 근력운동과 역할이 같지는 않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성인에게 주요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운동을 주 2일 이상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고령층에서는 근력과 균형을 함께 강조한다. 계단 오르기도 훌륭한 하체 활동이지만, 특정 방향의 움직임과 근육을 골고루 훈련한다는 점에서는 아래 운동들이 별도의 의미를 갖는다. 핵심은 계단과 비교해 어느 하나가 무조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평생 걷는 능력을 지키려면 ‘많이 움직이는 것’에 더해 ‘움직일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옆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사이드 레그레이즈’, 걷다가 휘청할 때 필요한 근육을 깨운다
바닥에 옆으로 누워 한쪽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사이드 레그레이즈는 동작만 보면 너무 단순해서 운동 효과를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이 운동의 포인트는 위로 높이 차는 데 있지 않다. 골반을 움직이지 않고 다리를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면서 엉덩이 옆쪽에 있는 중둔근을 비롯한 고관절 외전근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근육들은 한 발로 서 있는 순간 골반이 한쪽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평지를 걸을 때도 양발이 동시에 바닥을 딛고 있는 시간보다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는 순간이 계속 반복된다.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반대쪽 발이 뒤에서 떨어지는 순간, 몸은 잠깐 한 다리에 실린다. 이때 골반과 몸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옆쪽 엉덩이 근육이 버텨줘야 한다. 고관절 주변 근력과 균형 능력의 관계를 살핀 연구에서도 엉덩이 주변 근육, 특히 외전근의 기능이 균형 조절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고관절 외전근을 강화하는 훈련이 엉덩이 외전 토크를 높이고 옆 방향으로 균형을 회복하는 능력과 관련된 변화를 보였다. 물론 특정 운동 하나가 낙상을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걷는 동안 몸의 좌우 흔들림을 제어하는 근육을 따로 훈련할 이유는 충분하다. 실제로 해보면 자세가 더 중요하다.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높이 올리려고 하면 골반이 뒤로 넘어가거나 허리가 비틀어지기 쉽다. 발끝을 정면 또는 살짝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배에 힘을 준 상태에서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더 천천히 내리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양쪽 각각 10회 정도만 해도 된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엉덩이 옆쪽이 타는 느낌이 생기면 제대로 자극이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허벅지 바깥쪽만 뻐근하고 엉덩이 옆은 아무 느낌이 없다면 다리를 너무 높이 들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운동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한 발로 걷는 능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근육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킥백 변형’은 뒤로 밀어내는 힘을 키워 걷기와 계단 동작을 받쳐준다
킥백은 한쪽 다리를 뒤로 뻗어 엉덩이를 조이는 동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리를 높이 차는 것이 아니라 고관절을 중심으로 다리를 뒤로 보내는 움직임이다. 걷는 동작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 발이 땅에 닿은 뒤 몸을 앞으로 밀어내려면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이 함께 힘을 써야 한다. 특히 엉덩이의 대둔근은 고관절을 펴는 데 관여하며,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도 고관절과 무릎 움직임을 함께 돕는다. 나이가 들수록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낮은 곳에서 몸을 세우는 동작이 어려워지는 것도 단순히 무릎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몸을 위로 일으키는 데 필요한 엉덩이와 허벅지 근력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킥백 변형은 이런 뒤쪽 사슬을 의식하기 좋은 운동이다. 네발기기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뒤로 길게 뻗거나, 의자나 벽을 잡고 선 상태에서 다리를 뒤로 보내는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면 허리를 꺾어 움직이게 되므로 오히려 목표 근육에서 힘이 빠질 수 있다.
허리를 중립으로 유지하고 엉덩이가 움직이는 느낌을 찾는 것이 먼저다. 예를 들어 의자에서 일어난 뒤 한 발을 뒤로 길게 뻗어 바닥을 가볍게 터치하고 다시 돌아오는 방식으로도 변형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단순한 근육 운동에서 실제 생활 동작에 가까운 훈련으로 바뀐다. 고령자에게 필요한 근력은 헬스장에서 무거운 무게를 드는 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고, 버스에서 내리고, 길에서 멈췄다가 다시 걷고, 계단 한 칸을 올라가는 데 필요한 힘도 모두 생활 근력이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은 몸을 앞으로 추진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걷는 속도와 보폭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다만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킥백을 할 때 다리를 높이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다리를 10cm밖에 못 올리더라도 골반과 허리가 안정된 상태에서 엉덩이를 정확히 사용하는 것이 낫다. 운동은 크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근육을 제대로 쓰는 것이 먼저다.

누워서 하는 ‘브릿지 변형’, 허벅지보다 엉덩이와 몸통까지 함께 잡는다
브릿지는 집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하체 운동 가운데 하나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운 뒤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기본 동작만으로도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몸통 주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여기에 한쪽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싱글 레그 브릿지나, 무릎 사이에 작은 쿠션을 끼우고 수행하는 변형 등을 활용하면 난도를 조절할 수 있다. 브릿지가 중요한 이유는 걷기에서 하체 근육이 단순히 다리를 움직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통을 안정시키면서 힘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엉덩이가 약하면 허리나 무릎에 움직임이 몰리는 패턴이 나타날 수 있고, 몸을 세우는 동작에서도 하체 전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의자에서 일어날 때를 생각하면 쉽다. 무릎을 펴는 힘만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허벅지가 함께 힘을 내면서 몸의 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고 위로 밀어 올린다. 브릿지는 바로 이 ‘고관절을 펴면서 몸을 들어 올리는 힘’을 연습하는 데 적합하다.
기본 동작은 발을 골반 너비 정도로 놓고 무릎을 세운 뒤 배에 가볍게 힘을 준다. 그 상태에서 엉덩이를 천천히 들어 올리고 꼭대기에서 1~2초 정도 멈춘 뒤 다시 내려온다. 허리를 과도하게 꺾어 높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바닥을 밀어낸다는 느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해지면 무릎을 밴드로 가볍게 저항시키거나 한쪽 발에 조금 더 체중을 실어 난도를 높일 수 있다. 한쪽 다리를 사용하는 변형은 균형과 고관절 안정성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고령자의 운동에서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단계적 증가다. 세계보건기구는 고령층의 경우 주요 근육을 강화하는 활동과 함께 균형과 기능적인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평생 걷는 능력을 지키려면 단순히 근육을 크게 만드는 것보다 실제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브릿지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이나 TV를 보기 전에 10분 정도 투자해도 충분히 넣을 수 있다. 운동을 특별한 일정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강하다. 거실 한쪽에 매트를 깔아두는 것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사이드 런지와 스쿼트’를 함께 해야 앞뒤뿐 아니라 좌우 움직임까지 대비한다
스쿼트는 하체 운동의 기본으로 자주 소개되지만, 걷는 능력을 오래 유지한다는 관점에서는 사이드 런지까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스쿼트가 주로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양쪽 다리에 비교적 비슷하게 힘을 싣는 동작이라면 사이드 런지는 한쪽 다리를 옆으로 내딛으면서 좌우 방향으로 체중을 이동시키는 동작이다. 실제 생활에서 몸은 앞뒤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좁은 통로에서 사람을 피해 옆으로 비켜서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고 방향을 틀기도 하며, 갑자기 균형이 흔들렸을 때 한 발을 옆으로 내디뎌 몸을 잡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관절 주변 근육과 허벅지 안팎의 근력이 필요하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고관절 근력이 계단이나 보행과 관련된 기능적 움직임, 동적 균형 수행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별도의 고관절 근력 훈련을 포함한 연구에서도 옆 방향 균형 회복과 근력 변화가 관찰됐다. 특히 스쿼트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과 비슷한 패턴을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는 깊게 내려가지 말고 의자 앞에 서서 엉덩이를 뒤로 보내며 천천히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된다.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가는지에만 집착하기보다 발 전체로 바닥을 누르고 무릎과 발끝의 방향을 대체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드 런지는 양발을 모은 상태에서 한쪽 발을 옆으로 넓게 내딛고, 그쪽 엉덩이를 뒤로 보내면서 체중을 실은 뒤 다시 가운데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실시한다. 균형이 어렵다면 처음에는 의자나 벽을 잡고 움직여도 된다. 운동을 오래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스쿼트 8~12회, 사이드 런지 좌우 6~10회 정도부터 시작하고 몸이 적응하면 세트를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중요한 것은 다섯 가지 운동을 한 번에 끝까지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다. 월요일에는 스쿼트와 브릿지, 수요일에는 사이드 레그레이즈와 킥백, 금요일에는 사이드 런지와 스쿼트를 묶는 식으로 나눠도 된다. WHO는 고령층에게 근력운동뿐 아니라 균형을 강조하는 복합적인 신체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결국 ‘평생 걷는 다리’는 앞쪽 허벅지만 강하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앞뒤로 밀고 당기는 힘, 좌우로 버티는 힘, 한 발로 체중을 지탱하는 힘이 함께 있어야 한다.

계단보다 중요한 것은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계단 오르기는 분명 좋은 운동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고 심박수를 올리면서 일상생활과 비슷한 움직임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단을 많이 오르면 하체 근력운동이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계단은 주로 몸을 위로 밀어 올리는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고, 사이드 레그레이즈처럼 다리를 옆으로 움직이는 동작이나 브릿지처럼 누워서 고관절을 펴는 동작, 사이드 런지처럼 좌우로 체중을 이동하는 동작과는 자극 방식이 다르다. 평생 두 발로 걷는 능력을 지키려면 특정 운동 하나를 최고로 만드는 것보다 다양한 방향에서 몸을 움직이는 편이 낫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근육이 있다’는 사실보다 그 근육을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의자에서 혼자 일어날 수 있는지, 계단 한 층을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지, 길을 걷다가 방향을 바꿔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 한쪽 발을 내디뎌 몸이 흔들렸을 때 다시 안정시킬 수 있는지가 모두 중요하다. 그래서 운동 루틴을 구성한다면 스쿼트로 일어나는 힘을 만들고, 브릿지와 킥백으로 엉덩이 뒤쪽을 강화하며, 사이드 레그레이즈와 사이드 런지로 좌우 안정성을 보완하는 방식이 좋다. 여기에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더하면 전체적인 활동량도 확보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주 2~3회 정도 하체 근력운동을 실시하고, 중간 날에는 걷기처럼 부담이 적은 활동을 배치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처음부터 무거운 아령이나 밴드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체중만으로 자세를 익힌 뒤 10회 안팎의 반복이 편해졌을 때 저항을 조금씩 높이면 된다. 특히 고령자나 평소 운동량이 적은 사람은 균형이 불안한 동작을 혼자 무리해서 수행하지 말고 벽이나 튼튼한 의자를 가까이 두는 것이 좋다. 무릎, 고관절, 허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운동 강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결국 목표는 운동선수처럼 강한 다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늘 걸었던 길을 몇 년 뒤에도 같은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계단은 그 능력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그 능력을 만드는 과정에는 계단 밖의 다양한 근력운동도 필요하다. 평생 걷고 싶다면 오늘부터 ‘걷는 연습’만 하지 말고 ‘걷는 데 필요한 힘’을 함께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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