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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뛰지 마세요” 슬로우 조깅을 하면 ‘뇌에 생기는 변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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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이라고 하면 숨이 차고 땀이 흐를 정도로 뛰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걷기와 비슷할 정도로 느린 달리기에서도 흥미로운 뇌 반응이 관찰됐다. 특히 집중과 판단에 관여하는 전전두엽 기능과 기분에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힘들지 않은 달리기가 어떻게 뇌를 깨우는지 그 과정을 살펴본다.

걷는 것처럼 천천히 뛰었다… 그런데 전전두엽이 반응했다

최근 슬로우조깅과 뇌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특히 눈여겨볼 만한 연구가 나왔다. 일본 쓰쿠바대 연구진 등이 건강한 성인 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트레드밀 위를 단 10분 동안 매우 천천히 달렸다. 운동 강도는 최대산소섭취량의 35% 수준으로, 연구진이 ‘매우 낮은 강도’로 분류할 정도였다. 실제 평균 속도는 남성이 시속 약 5.46㎞, 여성이 약 3.86㎞였다.

빠르게 걷는 사람이라면 걸어서도 낼 수 있는 속도지만 참가자들은 보폭을 작게 하면서 달리기 동작을 유지했다. 흥미로운 변화는 운동이 끝난 뒤 나타났다. 연구진이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을 이용해 뇌의 혈류역학적 반응을 살펴본 결과 실행기능과 관련된 왼쪽 외측 전전두엽 영역의 활성 증가가 관찰됐다. 전전두엽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영역이 아니다. 목표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고 불필요한 반응을 억제하며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실행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업무 중 방해되는 정보를 무시하고 집중하거나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즉 10분 동안 전력질주한 것이 아니라 걷는 속도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달리기를 했는데도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 변화가 포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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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조금 더 빠르게 반응했다… 실행기능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뇌 영역의 활성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글자의 의미와 실제 색깔이 서로 다른 정보를 보여주고 방해되는 정보를 억제해 정확하게 답해야 하는 ‘스트룹 검사’를 시행했다. 단순한 기억력 시험이라기보다 불필요한 정보를 억제하면서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는 실행기능을 평가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검사다. 매우 느린 달리기를 10분 한 뒤 참가자들의 스트룹 간섭 시간이 감소했고, 연구진은 이를 실행기능이 향상된 결과로 해석했다. 동시에 실행기능과 관련된 외측 전전두엽의 활성도 증가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운동 강도다.

‘머리를 맑게 하려면 숨이 턱까지 차도록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최대산소섭취량의 35%라는 상당히 낮은 강도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그렇다고 10분 슬로우조깅 한 번으로 기억력이 장기간 좋아지거나 지능이 높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것은 운동 직후 나타난 급성 인지 변화다. 그럼에도 의미는 있다. 운동 강도를 높이기 어려운 사람도 짧고 가벼운 달리기를 통해 일시적인 실행기능 변화와 전전두엽 반응을 얻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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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 달라졌다… 힘들지 않은 운동인데 긍정적인 정서가 높아졌다

슬로우조깅 뒤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기분이었다. 연구진이 운동 전후 참가자들의 기분 상태를 비교한 결과 10분 동안 매우 천천히 달린 뒤 긍정적인 기분이 유의하게 향상됐다. 흔히 운동 후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이야기하면 엔도르핀이나 ‘러너스 하이’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번 결과를 특정 물질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달리기 자체가 가진 독특한 움직임이었다. 걷기와 달리기는 같은 이동 운동처럼 보여도 달릴 때는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진폭과 머리에 전달되는 가속도 패턴이 달라진다.

연구에서는 달리는 동안 발생한 머리의 상하 가속도를 별도로 측정했는데, 그 크기와 운동 후 긍정적인 기분 변화 사이에서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다만 연구진 역시 이것을 원인이라고 확정하지 않았고, 달리기 특유의 기계적 자극이 기분 변화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탐색적 결과로 해석했다. 중요한 점은 ‘힘들어야 상쾌하다’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지 않는 매우 낮은 강도의 달리기에서도 운동 후 기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제 실험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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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달리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도 좋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슬로우러닝 연구에서 직접 확인한 것은 전전두엽 활성과 실행기능, 기분 변화다. 하지만 달리기를 포함한 유산소운동 연구의 범위를 넓혀보면 뇌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등장하는 영역이 해마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운동과 뇌에 관한 연구에서는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 시냅스 가소성에 관여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중요한 연결고리로 연구돼 왔다. 운동은 BDNF와 관련된 신호를 증가시키고 해마의 신경가소성과 학습·기억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다.

다만 여기서는 구분이 필요하다. 동물실험에서는 달리기와 해마 신경생성의 관계가 상당히 많이 연구됐지만 인간에게서 운동 후 새로운 해마 신경세포가 실제로 얼마나 생성되는지를 직접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관련 리뷰에서도 운동과 BDNF, 해마 신경생성에 대한 근거는 동물에서 훨씬 직접적이며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슬로우조깅 10분이면 해마에 새 신경세포가 생긴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이다. 현재 근거로는 가벼운 달리기도 전전두엽 기능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장기적으로 뇌 가소성과 기억 관련 기능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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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달리기’였을까… 걷기와 다른 리듬에 연구진도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 재미있는 대목은 속도만 보면 달리기라 부르기 애매할 정도로 느렸다는 것이다. 일부 참가자의 속도는 시속 3~6㎞ 정도였고 연구진 역시 걸을 수 있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작은 보폭으로 달리는 자세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바로 이 차이에 주목했다. 달리기는 걷기보다 몸과 머리가 위아래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특성이 크고, 이러한 기계적인 움직임이 뇌와 기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실험에서는 머리의 상하 가속도가 긍정적인 기분 변화와 관련성을 보였지만, 걷기 조건을 별도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걷는 것보다 천천히 달리는 것이 뇌에 더 좋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연구진도 후속 연구에서는 걷기를 포함한 다른 이동 형태와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보여준 사실은 꽤 분명하다. 운동 효과를 얻기 위해 반드시 빠른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체력 때문에 러닝을 시작하기 어려웠던 사람에게는 특히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의 기록에 맞춰 속도를 올리는 대신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강도로 짧게 시작해도 뇌와 기분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자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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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해 달린다면 속도 경쟁보다 ‘계속할 수 있는 강도’가 중요하다

요즘 러닝 문화에서는 1㎞를 몇 분에 달리는지가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된다. 하지만 뇌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조건 빠른 페이스가 정답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이번 연구에서는 겨우 10분의 매우 느린 달리기에서도 실행기능과 긍정적인 기분이 향상되고 전전두엽의 관련 영역이 활성화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BDNF와 IGF-1 같은 성장인자, 신경가소성, 뇌혈관 변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인지기능과 연결되는 것으로 연구돼 왔다.

따라서 처음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빠르게 달리다 며칠 만에 포기하는 것보다 자신의 체력에서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는 강도를 찾는 편이 현실적이다. 걷기와 비슷한 속도라도 작은 보폭으로 가볍게 뛰고, 숨이 지나치게 차면 다시 걷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물론 관절이나 심혈관질환 등으로 달리기가 적절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 뇌에 필요한 것은 기록 경쟁에서 이기는 속도가 아니라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반복하는 자극에 더 가깝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전전두엽은 10분간의 매우 느린 달리기 뒤 실행기능과 관련된 영역의 활성 증가가 관찰됐다.

집중·판단 능력과 관련된 스트룹 검사에서는 방해 정보를 처리하는 실행기능이 향상됐다.

기분 역시 운동 직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으며, 달리기 특유의 상하 움직임도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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