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미루다 큰맘 먹고 동창회에 나갔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퇴직하고 몇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반가운 얼굴이 많았는데 정작 자리에 앉고 나서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합니다. 그날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리부터 나뉘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쪽이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 주변이었습니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빈자리에 앉았는데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어색함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고 하셨습니다.

묻는 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안부부터 물었는데 이번에는 요즘 뭐 하냐는 질문이 먼저였습니다. 쉬고 있다고 답하면 대화가 거기서 한 번 끊겼습니다. 나쁜 뜻이 아닌 것은 알지만 계속 반복되니 지쳤다고 합니다. 결국 먼저 묻지도 답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말수가 줄어드는 자리는 오래 앉아 있기 어렵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조용했다
먼저 일어나 나오면서 별다른 인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운했다기보다 스스로가 낯설었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그 자리를 주도하던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자리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위치가 달라졌음을 그날 알았습니다. 그 뒤로는 모임을 고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창회가 나쁜 자리는 아닙니다. 다만 시기에 따라 편한 자리와 불편한 자리가 나뉘는 것뿐입니다.모든 모임에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이 편한 자리 몇 개를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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