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억 년 전 공룡과 같은 시대를 산 반딧불이 친척이 냄새와 빛이라는 서로 다른 신호 체계를 동시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호박 속에 갇힌 신종 딱정벌레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적 없는 복잡한 촉각과 발광기관이 함께 확인됐다.
중국과학원(CAS) 난징지질고생물연구소와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미얀마 카친 지역의 백악기 중기 호박에서 꺼낸 딱정벌레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1일 공개했다. 해당 연구를 담은 보고서 ‘냄새 맡고 발광한 반딧불이 친척: 백악기 램피로이드의 복잡한 신호 체계 증거(A firefly relative that smelled and glowed: evidence for complex signalling systems in Cretaceous lampyroids)’는 영국왕립학회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7월 호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이 신속·신종 딱정벌레에 이카로라무스 페리시(Icaroramus perisi)라는 이름을 붙였다. 반딧불이를 비롯해 빛을 내는 딱정벌레가 포함된 램피로이드 계통으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고도로 발달한 촉각이다.

약 1억 년 전 미얀마 호박에서 발견된 신종 딱정벌레 이카로라무스 페리시. A와 B는 각각 등쪽과 배쪽에서 본 화석이며, C는 독특하게 여러 갈래로 뻗은 촉각을 복원한 그림이다. 「사진=리옌다」
CAS 리옌다 연구원은 “이카로라무스 페리시의 촉각은 모두 12마디인데, 4~11번째 마디에는 각각 형태가 다른 두 쌍의 가지가 뻗어 있다”며 “한 마디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가지 네 개가 나오는 이런 구조는 지금까지 알려진 현생 및 화석 딱정벌레 어디서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잡하게 갈라진 촉각은 냄새를 감지하는 표면적을 크게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서로 다른 형태의 가지가 각각 다른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수컷 이카로라무스 페리시가 암컷이 내놓는 페로몬을 추적해 짝을 찾았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이 곤충이 복잡한 촉각뿐만 아니라 배 끝에 잘 발달한 발광기관까지 갖췄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약 1억 년 전 신종 딱정벌레 이카로라무스 페리시의 세부 구조. A~C는 전례 없이 복잡하게 갈라진 촉각, D~F는 가슴과 복부 말단을 보여준다. 「사진=리옌다」
오늘날 반딧불이 중 빛으로 짝을 찾는 종류는 대체로 촉각이 단순하다. 빛이라는 강력한 구애 수단을 사용하면서 페로몬을 정밀하게 포착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이카로라무스 페리시는 정반대로 정교한 후각기관과 발광기관을 모두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곤충의 빛이 주로 구애가 아닌 포식자에 대한 경고로 사용됐다고 봤다.
리옌다 연구원은 “초기 발광 딱정벌레의 빛은 자신이 먹기 부적합한 존재임을 알리는 방어 신호였고, 이후 일부 계통에서 짝을 찾는 신호로 기능이 확대됐다는 기존 가설과 맞아떨어진다”며 “다만 발광이 짝 찾기에 보조적으로 이용됐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공룡시대에 서식한 신종 반딧불이 친척 이카로라무스 페리시의 상상도. 촉각기관을 과장한 이미지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신종의 학명에는 사연이 있다. 속명 이카로라무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갔다 추락한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와 가지를 뜻하는 라틴어 라무스를 합친 말이다. 연구팀은 지나치게 복잡해진 뒤 현생 계통에는 전해지지 않은 독특한 촉각을 일종의 진화적 과잉에 빗댔다. 종명 페리시는 고대 곤충을 연구해온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페리스 박사를 기려 붙였다.
학계는 반딧불이 특유의 복잡한 신호 체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화석 증거를 잡은 이번 연구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카로라무스 페리시가 백악기 반딧불이 계통의 형태와 생태가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다양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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