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철 운전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자동차가 멈추는 거리다. 평소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같은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젖은 노면에서는 차량이 예상보다 훨씬 멀리 밀릴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 승용차의 제동거리는 마른 노면에서 9.9m였지만 젖은 노면에서는 18.1m로 늘었다. 무려 8.2m가 더 길어진 것으로, 약 1.8배에 해당한다. 화물차와 버스 역시 빗길에서 제동거리가 각각 24.3m와 28.9m까지 증가했다.
사고 통계에서도 위험성이 확인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우천 시 발생한 교통사고는 3만5873건, 사망자는 592명이었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를 뜻하는 치사율은 우천 시 1.65명으로 맑은 날 1.24명보다 약 1.3배 높았다. 노면이 젖거나 습기가 있는 상태의 치사율도 1.90명으로 건조한 노면의 1.27명보다 약 1.5배 높았다.
타이어와 도로 사이 물막…제동력이 떨어지는 이유

빗길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현상이 수막현상이다. 노면에 물이 쌓이면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 물막이 생기면서 접지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차량의 조향과 제동이 어려워진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타이어의 트레드다. 타이어 홈은 주행하면서 들어오는 물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타이어가 마모돼 홈이 얕아질수록 배수 성능도 떨어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마모된 타이어의 경우 빗길 제동거리가 정상 타이어보다 최대 1.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속도가 높을수록 수막현상 위험도 커지는 만큼 비가 많이 내릴 때는 평소보다 속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비 오면 20% 감속…가시거리 100m 이하면 50%

빗길에서는 단순히 ‘조금 천천히’ 운전하는 수준을 넘어 도로 상황에 맞춰 속도를 낮춰야 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는 경우 최고속도의 20%를 줄여 운행해야 한다. 폭우·폭설·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상황에서는 최고속도의 50%를 줄여야 한다.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급제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ABS가 장착된 차량의 경우 브레이크를 여러 차례 나눠 밟기보다 페달을 강하게 밟고 차량이 멈출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물이 고인 구간에서는 급가속과 급제동, 급격한 방향 전환도 피하는 것이 좋다.
타이어 마모·공기압, 출발 전에 확인해야

장마철에는 타이어를 사용한 기간만으로 교체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트레드와 균열, 손상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마
모 한계선까지 닳았다면 사용 기간과 관계없이 교체가 필요하다.
타이어가 오래됐다면 제조 시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 일부 사용설명서는 제조일로부터 6년이 지난 타이어의 경우 외관상 문제가 없어 보여도 교체하도록 안내한다. 정확한 기준은 차량과 타이어 제조사의 지침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공기압도 중요한 점검 항목이다.
차량 제조사가 지정한 적정 공기압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장거리 운행 전에는 타이어의 균열이나 비정상적인 마모가 없는지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와이퍼와 등화장치도 빼놓을 수 없다.
와이퍼가 빗물을 제대로 닦아내지 못하면 운전자 시야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고, 전조등과 후미등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다른 운전자가 내 차량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침수된 지하차도는 진입보다 우회가 먼저

장마철에는 빗길 사고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도로 침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하차도와 저지대 등 물이 빠르게 차오를 가능성이 있는 곳은 무리해서 통과하기보다 우회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침수된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면 수위가 높아지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정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승용차의 경우 타이어 높이의 3분의 2 이상 물이 차오르기 전에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물이 빠르게 불어나는 상황에서는 차량 통과 가능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 진입해서는 안 된다. 수위가 높아질수록 차량 이동과 탈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철 사고 막는 핵심은 감속과 사전점검

빗길의 위험은 단순히 도로가 미끄러워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접지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제동거리까지 길어지면서 같은 속도로 달리더라도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마른 노면에서 9.9m였던 승용차 제동거리가 젖은 노면에서 18.1m까지 늘어났다는 실험 결과는 빗길 감속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장마철에는 타이어와 와이퍼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도로가 젖었다면 규정에 맞춰 속도를 낮춰야 한다.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와 저지대에서는 무리한 진입보다 우회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와 같은 운전 습관을 유지하기보다 달라진 노면 조건에 맞춰 운전하는 것이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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