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철이 되자 68세 어머니는 아들네 줄 김치를 따로 담았다. 허리가 아파 예전처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아들과 며느리, 손주가 먹을 생각에 좋은 배추를 골라 양념도 넉넉히 넣었다.
택배를 보내고 며칠 뒤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반갑게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아들의 첫마디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 “엄마, 다음부터는 이렇게 많이 보내지 마.”
아들은 냉장고에 김치를 넣을 공간이 없다고 했다. 어머니는 서운했지만 이해하려 했다. “그래, 요즘은 김치 많이 안 먹는다더라.”라고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냉장고에 남은 김치를 바라보니 새벽부터 배추를 절였던 시간이 괜히 떠올랐다.

2. 며느리가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아들은 요즘 며느리도 손주도 김치를 많이 먹지 않고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 먹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매년 김치를 보내면서도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자신에게는 자식에게 김치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자식의 생활은 어느새 자신이 알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3. 아들의 마지막 한마디가 가장 서운했다
“엄마도 이제 힘든데 그냥 하지 마. 우리 먹을 건 우리가 알아서 할게.” 아들은 분명 어머니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어머니에게는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김치가 거절당해서만은 아니었다.
평생 자식에게 밥을 해주고 반찬을 챙기는 것이 자신의 가장 익숙한 사랑 표현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갑자기 실감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서운했던 것은 자식이 김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평생 해왔던 ‘엄마의 역할’이 하나씩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자식이 김치를 받지 않는다고 부모의 사랑까지 거절하는 것은 아니며, 부모 역시 힘들게 만든 음식을 자식이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부모에게 음식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음에 부모가 무언가를 보내겠다고 한다면 거절하기 전에 “엄마, 많이 말고 조금만 보내줘. 잘 먹을게.”라는 말 한마디가 부모의 마음에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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