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이 신선하다고 해서 날것으로 먹는 것이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다. 다슬기처럼 담수에서 살아 기생충의 생활사에 관여할 수 있는 생물도 있고, 육회와 소간처럼 도축 과정이나 동물의 장기 자체에서 병원성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식품도 있다. 특히 가열하지 않는 순간 마지막 안전장치 하나가 사라지는 만큼 어떤 병원체를 조심해야 하는지 알고 먹는 것이 중요하다.
다슬기… ‘다슬기를 먹으면 바로 폐흡충에 걸린다’는 설명부터 정확히 봐야 한다
맑은 하천에서 잡은 다슬기를 깨끗한 자연식품이라고 생각해 날것으로 먹어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지만 기생충학적으로는 조금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폐흡충(Paragonimus westermani)의 생활사에서 다슬기류는 제1중간숙주 역할을 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폐흡충의 제1중간숙주가 담수 패류이며 이후 민물가재나 참게 같은 담수 갑각류가 감염된 패류를 먹으면서 피낭유충이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사람이 폐흡충에 감염되는 대표적인 경로는 다슬기를 직접 날것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피낭유충을 가진 민물가재나 참게 등을 생으로 또는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는 것이다.
국내 폐흡충 생활사를 정리한 연구에서도 다슬기류가 패류 중간숙주로 확인되는 반면 사람 감염은 주로 감염된 민물게나 가재를 날것으로 먹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생다슬기를 먹으면 폐흡충에 감염된다’고 단순하게 연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야생 담수 생물을 생으로 먹는 습관 자체는 위생 상태와 다른 병원체 오염 여부를 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자연산이라는 이유만 믿고 날것으로 먹기보다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기본적인 식품안전 원칙이다.

기생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연산 담수식품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
기생충 감염이 까다로운 이유는 음식의 냄새나 색깔만으로 감염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폐흡충의 경우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에서 나온 충란이 물로 들어간 뒤 담수 패류를 거쳐 민물가재와 참게 같은 갑각류로 이어지는 생활사를 갖는다. 사람이 감염성 단계의 기생충을 섭취하면 유충은 소장에서 빠져나온 뒤 복강을 지나 폐로 이동할 수 있고, 폐에 자리 잡으면 기침과 흉통, 피가 섞인 가래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폐 이외의 조직으로 이동하는 이소성 감염도 발생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뇌 폐흡충증의 경우 두통과 발작, 편마비, 시각장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행히 국내 폐흡충증 유행은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자연산 민물가재나 참게 같은 감염원이 생태계에 남아 있을 수 있어 생식이나 불충분한 가열을 피하도록 권고한다. 따라서 다슬기를 포함한 자연산 담수생물을 건강식이라고 무조건 생으로 먹기보다 출처를 확인하고 충분히 가열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민물에서 직접 잡은 생물을 즙으로 갈아 먹는 방식 역시 ‘생으로 먹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열하지 않았다면 감염 위험을 제거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육회…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대장균과 살모넬라는 확인할 수 없다
육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기생충보다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 같은 식중독균이다. 소의 장에는 대장균이 존재할 수 있고 도축 과정에서 장 내용물이 고기 표면을 오염시키면 병원성 대장균이 생고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USDA FSIS)은 소고기와 관련된 병원체로 시가독소를 생성하는 대장균 O157:H7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 균은 심한 복통과 혈성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살모넬라 역시 소를 비롯한 동물의 장관에 존재할 수 있으며 냉동만으로 확실하게 제거되지 않고 충분한 가열로 사멸시킬 수 있다. 육회의 위험이 여기서 생긴다.
스테이크처럼 겉면을 충분히 가열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선한 고기를 사용해도 육안이나 냄새로 병원성 세균의 존재를 확인할 수는 없다. 또한 칼과 도마, 작업자의 손을 통한 교차오염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기를 잘게 썰고 양념하는 과정에서는 접촉하는 도구와 표면이 늘어난다. 그래서 생고기의 안전성은 단순히 ‘오늘 잡은 고기냐’보다 도축부터 유통, 냉장온도, 손질 과정까지 얼마나 위생적으로 관리됐는지에 달려 있다. 어린이와 고령자, 임신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라면 생고기는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하다.

소간… 표면만 살짝 익히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소간은 철분과 비타민 B12, 비타민 A 등이 풍부해 영양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식 안전성에서는 영양가와 별개의 문제를 봐야 한다. 특히 주목할 병원체 가운데 하나가 캠필로박터(Campylobacter)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캠필로박터가 동물의 장뿐 아니라 간과 다른 장기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된 여러 동물의 간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소간 시료에서도 캠필로박터가 검출됐다.
이 연구에서 조사된 소간의 약 19.1%에서 캠필로박터가 확인됐는데, 이는 특정 지역과 시기에 수집된 표본의 결과이므로 국내 소간의 오염률로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간의 표면뿐 아니라 내부 조직에서도 병원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근육육은 오염이 주로 표면에 집중되는 경우가 있지만 간은 담관과 내부 조직에서도 캠필로박터가 확인된 연구가 있어 겉만 살짝 익히는 방식으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간을 ‘신선하니까 생으로 먹어도 되는 부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소간에서 조심할 것은 캠필로박터뿐 아니다
생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세균은 하나가 아니다. 도축과 내장 적출 과정에서 살모넬라와 병원성 대장균을 비롯한 장내 세균에 교차오염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간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동물 종류에 따라 캠필로박터와 살모넬라 오염 정도가 상당히 달랐으며, 소간에서는 캠필로박터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간이 여러 동물에서 수집돼 함께 보관되거나 내장을 적출하는 과정에서 교차오염될 가능성도 설명했다. 캠필로박터 감염이 발생하면 설사와 복통, 발열, 구역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 회복하지만 일부에서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CDC는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어린아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중증 감염 위험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소간을 먹을 때 ‘오늘 도축했다’, ‘색이 선명하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기준은 병원체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세균은 신선도와 별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속까지 충분히 가열하는 것이다. 생간을 손질했던 칼과 도마, 접시 역시 그대로 샐러드나 익힌 음식을 담는 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생고기에서 시작된 위험이 다른 음식으로 옮겨가는 교차오염도 식중독의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신선하면 생으로 먹어도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다슬기와 육회, 소간은 위험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 담수 생물에서는 기생충의 복잡한 생활사를 고려해야 하고, 생소고기에서는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 같은 세균을 살펴야 하며, 소간은 캠필로박터처럼 장기 내부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세균까지 고려해야 한다. 공통점은 눈으로 신선도를 확인한다고 안전 여부까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냉동 역시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USDA는 살모넬라가 냉동만으로 사멸하지 않으며 충분한 가열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육류는 원재료와 형태에 맞는 안전한 내부온도까지 충분히 가열하고, 생고기를 만진 손과 도마, 칼을 세척해 다른 음식으로 병원체가 이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USDA는 통소고기의 경우 중심온도 63℃ 이상에 도달시킨 뒤 최소 3분간 휴지시키고, 다짐육은 71℃ 이상으로 조리하도록 안내한다. 결국 건강을 위해 좋은 식품을 선택했다면 마지막 단계인 조리법까지 건강해야 한다. 날것이라는 사실이 영양을 더 온전히 보존한다는 이유만으로 감염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다슬기는 폐흡충 생활사에서 제1중간숙주가 될 수 있지만, 사람의 대표적인 폐흡충 감염원은 생 민물가재와 참게이므로 이를 구분해서 설명해야 한다.
육회는 도축과 손질 과정에서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등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고 가열 과정이 없어 병원체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소간은 캠필로박터를 특히 주의해야 하며 병원체가 표면뿐 아니라 내부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 생식이나 불충분한 가열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핵심은 신선도만으로 병원체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감염 위험을 확실하게 낮추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충분한 가열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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