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탁에 놓인 가계부가 눈에 들어왔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평소에는 살림을 아내에게 맡겨 두었다고 합니다.무심코 몇 장을 넘겨 보다가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칸이 빼곡했다
하루하루 쓴 금액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몇백 원 단위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줄이 하나도 없고 어느 날은 여러 줄이었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살림이라는 말의 무게를 그때 처음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본인 항목이 거의 없었다
자식 이야기와 생활비 항목은 자주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내 본인을 위한 지출은 드물었습니다. 미용실 항목이 몇 달에 한 번 정도였습니다. 옷을 산 기록은 그해에 두 번뿐이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못 했다
그날 저녁에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새삼스러운 말 같아 쑥스러웠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설거지를 대신하고 들어갔습니다. 그 말은 며칠 뒤에야 짧게 전했다고 합니다.

살림을 맡은 쪽의 수고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숫자로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오늘은 고맙다는 말을 한 번 건네 보시면 좋겠습니다. 늦었다고 안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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