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집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만드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수억 원대 상용 로봇과 달리 설계도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3D 프린터와 시판 부품만으로 조립할 수 있는 오픈소스 휴머노이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 국립디지털과학기술연구소(INRIA)는 2012년부터 오픈소스 휴머노이드 포피(Poppy)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몸체를 만들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해 학자나 학생들이 직접 구조를 바꾸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한 초기 사례다.
이후 오픈소스 휴머노이드는 크기와 성능을 키워갔다. 독일 본대학교 연구팀은 2017년 성인에 가까운 크기의 3D 프린팅 휴머노이드 님브로-OP2(NimbRo-OP2)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CAD 설계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했고, 이듬해에는 성인 크기의 개량형 님브로-OP2X도 선보였다.

님브로-OP2로 구성된 축구팀의 시연 장면 「사진=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DIY 휴머노이드가 한층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2025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B) 연구팀이 지난해 4월 내놓은 버클리 휴머노이드 라이트(Berkeley Humanoid Lite)는 높이 80㎝, 무게 16㎏에 구동 관절 22개와 양손 그리퍼를 갖췄다.
주목할 부분은 버클리 휴머노이드 라이트의 제작 방식과 가격이다. 로봇의 프레임과 관절 감속기 상당 부분은 일반 데스크톱 3D 프린터로 만들었고, 모터와 센서 등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을 썼다. 부품비는 5000달러(약 675만원) 이하로 제시됐다. 고성능 휴머노이드 연구 플랫폼이 수만~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UCB 연구팀은 설계도는 물론, 하드웨어 도면과 부품 목록, 펌웨어, 제어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 환경, 강화학습용 프로그램까지 공개했다. 이용자는 이를 내려받아 그대로 조립하거나 팔과 다리 길이, 관절 배치 등을 바꿔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버클리 휴머노이드 라이트 「사진=UCB 공식 홈페이지」
성능도 단순한 교육용 장난감 수준이 아니다. 버클리 휴머노이드 라이트는 강화학습으로 익힌 보행을 실제 로봇에 적용했고, 원격조작을 통해 물건을 옮기거나 펜을 사용하는 작업도 시연했다. 연구팀은 저렴한 플라스틱 부품의 내구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 하중을 여러 톱니에 분산하는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를 활용했다.
오픈소스 휴머노이드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싱가포르 기반 로봇 업체 멘로 리서치는 지난 4월 휴머노이드 아시모프(Asimov)1’을 공개했다. 높이 약 1.2m, 무게 35㎏의 이 로봇은 전신 동작과 보행 연구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기계 설계와 시뮬레이션 모델 등 제작 자료를 공개해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고 수정할 수 있다. 제작자가 내부 구조를 직접 열어보고 부품을 교체하며 자기 목적에 맞게 개조도 가능하다.
가사 보조 용도로 개발된 피규어 사의 최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3 「사진=피규어 AI 공식 홈페이지」
이런 움직임은 테슬라 옵티머스나 피규어, 유니트리 등 완성형 휴머노이드와 방향이 다르다. 이들 상용 로봇의 핵심 하드웨어와 제어 기술 대부분은 기업 내부에 묶여 있는 반면, 오픈소스 로봇은 학자나 학생, 개인 개발자가 설계를 직접 수정하고 실패 과정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컴퓨터와 드론이 그랬듯 휴머노이드 역시 완제품을 사는 것뿐 아니라 직접 만들고 뜯어고치는 세상이 됐다. 아직 보완할 점이 있지만, 로봇도 DIY로 만들고 사용하는 SF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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