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와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토란도 깎아서 생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생토란에는 옥살산염과 바늘처럼 뾰족한 옥살산칼슘 결정이 존재해 입술과 혀, 목을 따갑게 만들고 붓게 할 수 있다. 반대로 껍질을 벗기고 물에 충분히 삶아 조리하면 이러한 자극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제대로 익힌 토란은 전분과 식이섬유를 비롯한 여러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가을철 식재료가 된다.
토란은 감자와 닮았지만 생으로 먹어서는 안 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가을 시장에서 만나는 토란은 흙이 묻은 둥근 모양부터 속살의 색깔까지 얼핏 감자와 비슷하다. 그래서 처음 손질하는 사람이라면 감자처럼 얇게 썰어 맛을 보거나 생으로 조금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토란에는 반드시 알아둬야 할 특징이 있다. 토란의 알줄기에는 옥살산염이 존재하며 특히 옥살산칼슘이 바늘처럼 길고 뾰족한 결정 형태로 들어 있다. 이러한 결정을 래피드(raphide)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 보면 작은 침을 여러 개 묶어 놓은 것과 비슷한 형태다.
토란 조직을 씹어 부수면 이 결정들이 노출되면서 입과 혀, 목의 부드러운 점막을 기계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여기에 결정과 관련된 다른 자극 성분도 불편감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란의 이런 특성 때문에 생으로 먹으면 특유의 아리고 따끔거리는 느낌을 넘어 입술과 입안, 목이 가렵거나 붓는 반응까지 나타날 수 있다. 토란의 잎과 알줄기 모두 이러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조리하면 자극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감자를 깎다가 작은 조각을 맛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토란에서는 피해야 하는 이유다. 토란은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익히면 더 좋은 채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충분한 조리를 전제로 먹어야 하는 식재료에 가깝다.

생토란을 먹으면 입안이 따갑고 목이 붓는 이유… 작은 ‘바늘’ 때문이다
생토란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반응은 입안의 따가움과 화끈거림, 가려움이다. 사람에 따라 입술과 혀, 목이 붓거나 삼킬 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 중심에 앞서 설명한 옥살산칼슘의 바늘 모양 결정이 있다. 토란을 씹으면 식물 세포가 파괴되면서 내부에 있던 결정이 나오고, 뾰족한 결정이 점막을 자극한다. 최근 관련 문헌에서도 토란류의 아린맛과 자극은 래피드 결정이 조직을 찌르는 기계적 작용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입과 목에서 심한 가려움, 찌르는 느낌, 작열감과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흔히 이를 토란의 ‘독’이라고 한 단어로 표현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단순한 독성물질 하나를 먹어서 생기는 현상과는 다르다. 미세한 결정의 물리적 자극과 관련 자극물질이 함께 작용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서 토란을 손질할 때도 사람에 따라 맨손이 가렵거나 따끔거릴 수 있다. 피부가 민감하다면 장갑을 끼고 껍질을 벗기고, 생토란을 만진 손으로 눈이나 입 주변을 만지지 않는 편이 좋다. 특히 생토란을 먹은 뒤 입이나 목이 심하게 붓고 삼키기 어렵거나 호흡이 불편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히 ‘아린맛이 강하다’고 참고 기다릴 상황이 아니므로 즉시 의료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토란은 ‘삶아서 물을 버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토란은 어떻게 먹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이면서 연구 근거가 비교적 명확한 방법은 껍질을 제거하고 물에 충분히 삶은 뒤 삶은 물을 버리는 것이다. 토란의 옥살산염 가운데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용성 옥살산염은 삶는 동안 조리수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토란 품종의 알줄기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생토란의 총 옥살산염 가운데 평균 약 60.6%가 수용성 형태였으며, 40분간 삶은 뒤에는 조리된 조직에서 수용성 옥살산염이 검출 한계 아래까지 감소했다. 연구진은 삶는 과정에서 수용성 옥살산염이 조리수로 빠져나간 것으로 설명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물에 삶는 방식은 수용성 옥살산염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됐으며, 불리기와 발효 등도 감소에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토란을 국에 넣을 때도 생토란을 바로 국물에 넣기보다 별도의 물에서 먼저 충분히 삶거나 데쳐낸 뒤 그 물은 버리고 토란만 건져 본 조리에 사용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토란의 품종과 크기, 옥살산염 함량이 모두 다르므로 모든 토란에 똑같은 ‘몇 분’이라는 시간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기준은 생으로 먹거나 설익은 상태로 먹지 않고 속까지 충분히 익히는 것이다.

굽기보다 삶기가 유리할 수 있다… ‘열만 가하면 끝’은 아니다
토란의 아린맛을 없애려면 열을 가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리법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물에 삶으면 수용성 옥살산염이 물로 빠져나가고 그 조리수를 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굽기는 물이 빠져나갈 통로가 없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식품 무게당 옥살산염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일 수도 있다. 일본 토란 알줄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40분 삶기는 수용성 옥살산염을 크게 감소시킨 반면 굽기는 같은 방식의 감소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토란 잎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삶기는 수용성 옥살산염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고, 굽기에서는 생것과 비슷한 수준의 수용성 옥살산염이 남았다. 실생활에서는 껍질을 벗긴 토란을 물에 담가 두었다가 깨끗한 물에 충분히 삶고 물을 버린 뒤 토란국이나 들깨토란탕, 조림 등에 사용하는 방식이 간단하다. 손질 과정에서 나오는 미끈거림과 아린맛 때문에 소금이나 쌀뜨물을 사용하는 집도 있지만 안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특별한 민간 비법이 아니라 충분한 물과 가열을 이용해 제대로 익히는 것이다.

제대로 익힌 토란은 전분만 있는 음식이 아니다… 식이섬유까지 챙길 수 있다
생토란의 자극성이 강하다고 해서 토란 자체가 건강에 나쁜 식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조리하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뿌리채소다. 토란 알줄기는 기본적으로 전분이 풍부한 탄수화물 식품이지만 식이섬유와 칼륨을 비롯한 무기질도 포함한다. 특히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모두 소화되지 않고 장으로 이동하면서 배변 활동과 장 건강에 필요한 식사 구성에 기여한다. 토란에 관한 식품학적 리뷰에서도 알줄기는 전분과 식이섬유를 공급하며 다양한 영양적 활용 가능성이 있는 작물로 평가된다.
토란 특유의 부드럽고 점성이 있는 식감 때문에 국이나 탕에 넣으면 별도의 지방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걸쭉하고 포근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여기서 토란을 ‘혈당을 낮추는 음식’이나 ‘장을 치료하는 음식’처럼 확대해서 표현할 필요는 없다. 토란도 상당량의 전분을 가진 식품이기 때문에 밥을 충분히 먹으면서 토란까지 많이 먹으면 한 끼의 전체 탄수화물 섭취량은 증가한다. 토란의 장점은 탄수화물 식품이면서 식이섬유와 여러 미량영양소를 함께 제공한다는 데 있으며, 밥이나 다른 전분 식품과 양을 조절해 먹는 것이 좋다.

가을 토란은 ‘잘 익혀 먹는 것’에서 건강식이 시작된다
토란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피부가 민감하다면 장갑을 착용하고 껍질을 충분히 벗긴 뒤 물에 씻는다. 이후 물에 충분히 삶아 아린맛을 제거하고 삶은 물은 버린다. 이렇게 전처리한 토란을 다시 육수에 넣고 무와 대파, 버섯 등을 곁들여 토란국으로 끓이거나 들깨가루를 적당히 넣어 먹으면 한 끼의 다양한 식재료를 구성하기 좋다. 무엇보다 생토란을 맛보기 위해 씹어보거나 덜 익은 상태에서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토란에는 옥살산염 외에도 피테이트와 탄닌 같은 항영양 성분이 존재할 수 있으며 조리와 여러 가공 방법을 통해 이러한 성분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토란은 제대로 다루면 피해야 할 식재료가 아니라 가을 식탁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뿌리채소다. 다만 감자와 닮았다는 이유로 손질법까지 감자와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토란의 건강 효능을 챙기는 첫 번째 조건은 특별한 재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생으로 먹지 않고 충분히 익히는 것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생토란은 바늘 모양의 옥살산칼슘 결정 때문에 입술과 혀, 입안과 목에 따가움·가려움·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먹는 방법은 껍질을 벗긴 뒤 물에 충분히 삶아 속까지 익히고, 옥살산염이 빠져나온 삶은 물은 버리는 방법이 좋다.
토란의 영양은 전분을 중심으로 식이섬유와 여러 무기질 등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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