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도와 딸기, 무화과는 대부분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먹기 때문에 표면에 묻은 흙이나 미생물, 일부 농약 잔류물을 세척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포도는 알이 촘촘하게 모여 있고 딸기는 표면이 울퉁불퉁하며 무화과는 무르고 쉽게 손상된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식초나 베이킹소다, 과일 전용 세척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은 먹기 직전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고 흐르는 물로 헹구는 것이다.
포도는 알이 빽빽하게 붙어 있어 송이째 한 번 헹구는 것으로 끝내기 쉽다
포도를 씻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송이 구조다. 사과처럼 한 개씩 손으로 문지르기 쉬운 과일과 달리 수십 개의 알이 가지를 중심으로 빽빽하게 붙어 있다. 포도알과 꼭지가 만나는 부분이나 송이 안쪽은 바깥쪽에서 물을 한 번 끼얹는 것만으로는 세척하기 까다롭다. 여기에 포도 껍질 표면에는 하얗게 보이는 천연 왁스 성분인 과분이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농약으로 오해해 강한 세척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포도는 먹을 만큼 송이를 작은 단위로 나눠 물로 꼼꼼하게 씻고, 알 사이로 물이 충분히 지나가도록 흔들어 세척한 다음 흐르는 물로 다시 헹구는 방법이 실용적이다. FDA 역시 모든 신선 농산물을 먹거나 조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로 충분히 세척하고, 세척하면서 손으로 부드럽게 문지를 것을 권고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도에 농약이 무조건 ‘많이 남아 있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것과 허용기준을 넘어 건강에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포도 세척의 핵심은 송이째 물에 한 번 담갔다 빼는 것이 아니라 포도알 사이까지 물이 닿도록 충분히 씻는 것이다.

딸기는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무르다… 씻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딸기를 가까이에서 보면 매끈한 과일이 아니다. 표면에 작은 씨처럼 보이는 수과가 촘촘하게 박혀 있고 굴곡이 있으며 과육 자체도 매우 무르다. 밭에서는 땅과 가까운 위치에서 재배되는 데다 수확 이후에도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므로 먹기 전 세척은 필요하다. 실제 국내 연구진이 딸기에 사용되는 네 종류의 살충제를 대상으로 가정 세척법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시험한 농약의 잔류량이 모두 당시 잔류허용기준 이내였으며, 담근 뒤 흐르는 물로 헹군 방법에서 평균 제거율이 약 40.9%로 담그기만 했을 때의 약 24.7%보다 높았다. 다만 농약 종류에 따라 세척 효과에는 큰 차이가 있었고 한 종류는 세척으로 농도가 감소하지 않았다.
즉 물로 씻으면 모든 농약이 100% 사라진다는 의미도 아니고, 딸기에 위험한 양의 농약이 항상 남아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가정에서는 먹기 직전 딸기를 깨끗한 물에 넣어 부드럽게 흔들어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구는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딸기는 쉽게 무르므로 단단한 과일처럼 솔로 문지르거나 손으로 세게 비빌 필요가 없다. 딸기의 세척은 ‘강하게’보다 ‘상처 내지 않으면서 꼼꼼하게’가 중요하다.

무화과는 벌레 이야기가 유독 많지만 ‘과일마다 유충이 들어 있다’는 말은 과장이다
무화과를 자르면 가운데 수많은 작은 꽃 구조가 모여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벌레나 알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무화과는 일반적인 과일과 구조가 독특하다. 우리가 먹는 부분은 여러 작은 꽃이 안쪽에 자리하는 화서 구조이며 품종에 따라 수분 과정에서 특정 무화과좀벌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여기에서 인터넷을 통해 “무화과 속에는 항상 벌레가 있다”거나 “무화과 하나마다 죽은 벌이 들어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퍼졌지만 모든 식용 무화과에 적용되는 사실은 아니다. 특히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여러 품종은 수분 없이 열매가 발달하는 단위결과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무화과를 유충이 많은 과일로 규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세척에서 실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오히려 무화과가 매우 무른 과일이라는 점이다. 표면이 쉽게 갈라지고 꼭지 주변과 밑부분의 작은 개구부에는 먼지나 이물질이 남을 수 있다. 무화과 역시 먹기 전에 흐르는 깨끗한 물로 부드럽게 씻고 손으로 살살 돌려가며 표면을 확인한 다음 물기를 제거하는 정도가 적절하다. FDA도 상했거나 썩은 농산물은 버리고 멍들거나 손상된 부분은 제거하도록 권고한다. 무화과는 ‘벌레를 빼기 위해 특수 세척해야 하는 과일’이라기보다 무른 과육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표면을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 과일에 가깝다.

잔류농약은 물로 얼마나 없어질까… 농약마다 결과가 다른 이유가 있다
과일을 물로 씻으면 잔류농약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물에 몇 분 담그면 농약이 모두 빠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농약마다 물에 녹는 성질과 지방 친화성, 과일 표면에 달라붙는 정도, 식물 조직으로 침투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딸기 연구에서도 담근 후 흐르는 물에 씻는 방법으로 잔류량이 평균적으로 감소했지만 농약별 제거 효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오래된 또 다른 딸기 연구에서도 가정에서 실시한 세척 후 농약 종류에 따라 잔류량 변화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따라서 ‘식초물이 농약을 완벽하게 제거한다’, ‘베이킹소다만 사용하면 안전해진다’는 식의 만능 세척법을 기대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세척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농산물의 농약은 원래 잔류허용기준을 통해 관리되는 것이고 소비자가 집에서 세척하는 과정은 표면에 남은 흙과 미생물, 제거 가능한 잔류물을 추가적으로 줄이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검출과 위해를 구분해야 한다. 분석기술로 소량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과일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식초·베이킹소다·주방세제까지? 굳이 복잡하게 씻을 필요는 없다
과일 세척법을 검색하면 식초부터 베이킹소다, 소금, 전용 세척제까지 다양한 방법이 등장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식품안전 지침은 오히려 간단하다. FDA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깨끗한 흐르는 물에서 충분히 씻도록 권고하며 비누, 주방세제 또는 상업용 농산물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과일과 채소는 다공성 조직을 가지고 있어 비누나 세제가 흡수될 수 있고 충분히 헹궜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이 단단한 멜론이나 오이 같은 농산물은 깨끗한 전용 솔로 문지를 수 있지만 딸기와 무화과처럼 무른 과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씻은 뒤에는 깨끗한 키친타월이나 천으로 물기를 제거하면 표면의 미생물을 추가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세척 전에 손을 비누로 20초 이상 씻고 싱크대와 그릇을 깨끗하게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과일을 깨끗하게 씻어도 생고기를 손질했던 도마나 오염된 싱크대에 다시 올려놓으면 교차오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일은 세제로 ‘살균’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물과 위생적인 손·도구를 이용해 오염을 최대한 줄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포도·딸기·무화과, 이렇게 씻으면 어렵지 않다
세 과일은 공통적으로 먹기 직전에 필요한 양만 세척하는 방식이 편하다.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고 곰팡이가 피었거나 심하게 물러지고 썩은 과일은 골라낸다. 포도는 송이를 작은 단위로 나눠 알 사이로 물이 충분히 들어가게 씻고 흐르는 물로 다시 꼼꼼하게 헹군다. 딸기는 물속에서 세게 누르지 말고 부드럽게 움직여 표면 이물질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 헹군다. 무화과는 과육이 쉽게 터지므로 흐르는 물 아래에서 손으로 가볍게 돌려가며 씻고 꼭지 주변과 밑부분을 확인한 다음 깨끗한 종이타월 등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FDA 역시 농산물을 씻는 것이 표면의 미생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어린아이와 고령자, 임신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처럼 식중독에 취약한 경우에는 특히 손과 조리도구 위생, 냉장보관까지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세척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좋은 과일을 고르고, 상한 것은 버리고, 깨끗한 손으로 충분히 물 세척한 뒤 위생적으로 보관하는 것. 이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실생활에서 지키기 쉬운 방법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포도는 알과 꼭지가 촘촘하게 모여 있으므로 작은 송이로 나눠 알 사이까지 물이 닿도록 꼼꼼하게 세척한다.
딸기는 표면 굴곡이 많고 쉽게 무르므로 부드럽게 씻은 뒤 깨끗한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군다.
무화과는 과육이 연하므로 세게 문지르지 말고 흐르는 물에서 표면과 꼭지 주변을 부드럽게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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