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금치는 비타민과 엽산,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채소지만 잎을 그대로 먹는 엽채류라 잔류농약 관리에서 세척이 특히 중요하다. 실제 국내 장기간 조사에서도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농산물은 시금치를 포함한 엽채류에서 주로 발견됐다. 그렇다고 시금치가 위험한 채소라는 의미는 아니다. 물에 담가 충분히 씻고 흐르는 물로 마무리하는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표면에 남은 상당량의 농약을 줄일 수 있다.
시금치에 농약이 특별히 많이 ‘들어간다’기보다 잎에 남기 쉬운 구조다
시금치의 잔류농약을 이해하려면 먼저 열매채소와 다른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사과나 오이처럼 겉껍질을 벗길 수 있는 농산물과 달리 시금치는 농약이 접촉할 수 있는 넓은 잎 자체를 먹는다. 여러 장의 잎이 겹쳐 자라고 표면적도 넓어 재배 중 살포된 농약이 접촉할 공간이 많다. 엽채류의 잔류농약을 다룬 연구에서도 잎채소는 껍질을 벗길 수 없고 잎의 표면적이 넓다는 특성 때문에 다른 농산물보다 농약 잔류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시금치는 병해충로부터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배 과정에서 살충제나 살균제 등이 사용될 수 있다. 농약은 사용 후 햇빛과 온도, 강우, 작물의 성장 등에 의해 감소하지만 수확할 때까지 일부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잔류허용기준과 농약별 안전사용기준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시금치라는 식물 자체가 농약을 만들어내거나 무조건 많은 농약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잎을 직접 먹는 재배·섭취 특성 때문에 잔류농약 검출과 세척 관리에서 주목받는 채소라는 점이다.

국내 조사에서도 시금치를 포함한 엽채류에서 기준 초과 사례가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 실제 유통되는 채소를 장기간 조사한 자료도 있다. 광주와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2010~2014년 엽채류와 엽경채류 8,496건을 검사한 국내 연구에서는 890건에서 농약이 검출됐고, 전체의 1.4%인 118건이 당시 국내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했다. 기준 초과는 시금치를 비롯해 상추, 깻잎, 쑥갓 등 엽채류에서 주로 발견됐다. 다만 여기서 ‘시금치는 다른 모든 채소보다 농약이 가장 많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같은 연구에서 잔류허용기준을 넘은 농약의 추정 섭취량을 일일섭취허용량과 비교했을 때 비율은 0.003~30.4% 범위였다.
농촌진흥청 역시 농약은 잔류허용기준을 넘지 않도록 살포 기준과 수확 전 안전사용기준을 두고 관리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관리·유통되는 시금치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다만 시금치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잎 전체를 먹기 때문에 구입 후 세척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제대로 거치는 것이 실제 섭취하는 잔류농약의 양을 더 낮추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가열하지 않고 샐러드나 주스 등에 사용하는 경우라면 세척 과정이 사실상 마지막 처리 단계가 된다.

수도꼭지 아래에서 바로 씻기보다 먼저 ‘물에 담가 씻는 과정’을 거친다
시금치를 씻을 때 한 장씩 수도꼭지 아래에 대고 오래 문질러야 할 것 같지만 가정에서는 더 간단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토대로 소개한 잔류농약 세척법의 핵심은 채소와 과일을 물에 일정 시간 담가둔 뒤 흐르는 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물에 담가두면 농산물 표면에 붙어 있던 잔류물이 물로 이동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마지막에 흐르는 물로 헹구면서 떨어져 나온 물질을 씻어낼 수 있다. 시금치라면 먼저 누렇게 변했거나 상한 잎을 골라내고 밑동 주변의 흙을 정리한 다음 넉넉한 물을 받은 볼에 넣는다.
잎이 서로 단단히 뭉쳐 있으면 물이 안쪽까지 닿기 어렵기 때문에 뿌리 부분을 적당히 나누고 잎을 펼쳐 물속에서 가볍게 흔들어 주는 것이 좋다. 이후 깨끗한 흐르는 물에서 잎 사이와 줄기, 밑동 주변을 골고루 헹군다. 흙이나 이물질이 많이 나온다면 물을 갈아 한 번 더 반복하면 된다. 특히 생으로 사용할 때는 잎 사이에 흙이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별도의 복잡한 장비보다 ‘담금 세척 → 가볍게 흔들기 →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구기’가 가정에서 실천하기 좋은 기본 순서다.

실제 실험에서도 흐르는 물 세척만으로 잔류농약이 상당히 감소했다
세척 효과는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국내 연구진이 상추와 깻잎, 시금치, 쑥갓 등 5가지 잎채소에 10종의 농약을 적용한 뒤 여러 세척·조리 방법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방법에 따라 평균 43.7~77.0%의 농약 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흐르는 물 세척은 평균 77.0%로 비교 방법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세제를 사용했다고 해서 모든 농약 제거율이 가장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숫자를 ‘시금치를 물로 씻으면 항상 농약의 77%가 제거된다’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농약은 물에 잘 녹는 정도와 작물 표면에 달라붙는 특성이 서로 다르고, 일부는 식물 조직으로 이동하는 침투이행성 농약이기 때문에 세척 효과도 농약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 시금치에 사용되는 침투이행성 살충제 시안트라닐리프롤을 별도로 조사한 국내 연구에서는 세척법과 시간에 따라 잔류량이 약 15.1~54.6% 감소했다. 결국 물 세척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모든 종류의 농약을 100% 제거하는 과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생시금치를 먹을 때 잔류농약 노출을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 현실적인 조치가 충분한 세척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베이킹소다·식초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잔류농약 이야기가 나오면 베이킹소다나 식초, 소금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연구에서는 특정 농약에 대해 산성이나 알칼리성 용액이 수돗물보다 높은 제거율을 보인 사례가 있다. 시금치의 이미다클로프리드와 아세타미프리드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고농도 아세트산이나 구연산 용액이 수돗물보다 높은 감소율을 보였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농약 종류에 따라 탄산수소나트륨 등의 용액이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실험 결과를 가정에서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넣어야만 안전하다’는 공식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농약마다 물에 대한 용해도와 화학적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세척제가 항상 가장 우수한 것도 아니다. 국내 잎채소 5종을 대상으로 여러 방법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흐르는 물 세척이 전체적으로 높은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농촌진흥청도 잔류농약 때문에 특별한 세척제에 의존하기보다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씻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잔류농약을 줄일 수 있다고 안내한다.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많이 넣는다고 모든 농약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식품용이 아닌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깨끗한 물과 충분한 세척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데쳐 먹는 시금치라면 세척에 가열 과정까지 더해져 잔류량을 더 낮출 수 있다
시금치를 나물이나 국으로 먹는다면 세척 후 데치는 과정도 잔류농약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 시금치의 시안트라닐리프롤 잔류량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세척만 했을 때 방법과 시간에 따라 약 15.1~54.6%가 감소했고, 데치기에서는 약 60.1~93.5%의 감소가 관찰됐다. 특히 세척한 뒤 데치는 방법에서 높은 감소율이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시금치를 씻고 2분간 데쳤을 때 조사한 일부 농약의 잔류량이 추가로 감소했다. 다만 여기에도 한 가지 공식은 없다.
열에 쉽게 분해되는 농약이 있는 반면 열에 비교적 안정적이거나 물에 잘 빠져나오지 않는 농약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분 데치면 농약이 모두 없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생활에서는 시금치를 구입한 뒤 상한 부분과 흙을 제거하고 물에 충분히 씻은 다음, 나물이나 국처럼 원래 가열해서 먹는 요리라면 정상적인 조리 과정을 거치면 된다. 생으로 먹는 경우에는 이 가열 단계가 없기 때문에 세척을 더욱 꼼꼼하게 하는 것이 좋다. 결국 시금치의 잔류농약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순서는 손질하고, 물에 담가 씻고,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군 뒤 요리에 따라 데치거나 가열하는 것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시금치가 주의되는 이유 잎의 표면적이 넓고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잎 자체를 먹기 때문에 농약이 표면에 잔류할 가능성을 살펴야 하는 대표적인 엽채류다.
기본 세척법 밑동과 상한 잎을 손질한 뒤 넉넉한 물에 담가 잎 사이까지 물이 닿도록 흔들어 씻고, 마지막에는 깨끗한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군다.
세척 효과 잎채소 연구에서는 흐르는 물 세척으로 잔류농약이 상당량 감소했지만 제거율은 농약 종류와 채소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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