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위성 데이모스는 지름이 약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남극에는 폭이 10㎞나 되는 함몰부가 있다. 위성이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엄청난 충돌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데이모스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오랜 미스터리였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사비나 라두칸 박사 연구팀은 데이모스의 충돌 역사를 정밀하게 재현한 연구 결과를 28일 발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연구 성과를 담은 조사 보고서 ‘준파괴적 충돌로 설명되는 데이모스의 형태와 지질(Deimos’s shape and geology explained by a subcatastrophic impact)’은 지난 18일 자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를 통해 먼저 소개됐다.
데이모스는 화성의 또 다른 위성 포보스와 달리 오래된 크레이터 상당수가 두꺼운 레골리스에 묻혀 표면이 유난히 부드럽고 평평해 보인다. 이 레골리스가 어디서 왔는지는 거대한 함몰부와 더불어 오랫동안 학계의 논쟁거리였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평활입자(SPH)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다양한 충돌 조건을 재현했다. 충돌체의 크기와 각도, 충돌 위치를 바꿔가며 계산한 결과, 지름 약 320m의 소행성급 천체가 초속 8.2㎞로 약 45° 비스듬히 충돌했을 때 현재 데이모스와 가장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사비나 라두칸 박사는 “이 충돌은 남극에 약 10㎞짜리 거대한 함몰부를 만들 만큼 강력했지만 데이모스 전체를 파괴하지는 않았다”며 “대신 충돌로 튀어 오른 물질 상당수가 우주로 완전히 달아나지 못하고 다시 표면으로 떨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데이모스 전역에 두꺼운 레골리스가 쌓이면서 오래된 크레이터와 울퉁불퉁한 지형이 상당 부분 메워진 것”이라며 “지금 보이는 매끈한 표면은 오랜 세월 조금씩 닳은 것이 아니라, 한차례 대형 충돌이 위성 전체를 새 먼지층으로 덮은 결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데이모스가 엄청난 충격을 견딘 이유도 추측했다. 데이모스의 평균 밀도는 약 1.5g/㎤에 불과한데, 연구팀은 내부 공극률(물질 내부에서 빈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40~5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내부가 달처럼 단단한 암석 덩어리가 아니라 부서진 암석 조각들이 느슨하게 뭉친 다공성 구조라는 의미다.
사비나 라두칸 박사는 “이런 구조는 충격파를 빠르게 전달하는 단단한 암석과 달리 충돌 에너지를 내부에서 흡수하고 소산하기 쉽다”며 “데이모스의 내부는 일본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관측한 류구나 베누, 디모르포스처럼 느슨한 돌무더기, 이른바 라블파일(rubble pile) 천체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했다.
박사는 “데이모스는 표면 자체도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남극 함몰부처럼 완만한 지형을 만들려면 표면 물질의 응집력이 수 파스칼 수준에 불과해야 했다”며 “응집력을 높이면 충돌 뒤 분화구 벽이 너무 가파르고 깊게 남아 현재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내용이 맞는다면, 데이모스는 내부가 느슨하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구조 덕에 소행성 충돌에 버텼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우주국(ESA) 탐사선 헤라의 관측 결과가 연구팀 생각과 들어맞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헤라는 2025년 3월 화성 스윙바이 과정에서 데이모스를 촬영했다. ESA는 이번 연구가 단일 충돌로 인한 데이모스의 남극 함몰부는 물론 전역의 레골리스 층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화성 위성 탐사선 MMX가 추가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MMX의 주 임무는 포보스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지만, 비행 과정에서 데이모스도 근접 관측할 예정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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