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호위함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오션에 지구 반대편에서 또 다른 기회가 무르익고 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마젤란 해협 영유권을 놓고 설전을 벌인 뒤 칠레 군 안팎에서 “잠수함 교체를 더는 미루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화오션이 공들여 온 칠레 차세대 잠수함·호위함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직 국방장관 6명이 한목소리 낸 이유

8일 칠레 군사전문매체 디펜사닷컴에 따르면 칠레 전직 국방장관 6명은 6일(현지시간) ‘국가의 억지력’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내고 주변국의 재무장에 대응해 군사 억지력 강화 자금을 서둘러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관련 법률에 따른 자금 지원이 반복적으로 연기되는 것을 단순한 재정 조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지역 정세 또한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해군 현대화 사업에 정부가 과감히 돈을 넣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앞서 해군 총사령관을 지낸 퇴역 제독 6명도 아르헨티나의 반복되는 영유권 자극에 정부가 더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와의 평화는 주권을 희생해서는 구축할 수 없다”며 남부 영토에 실질적인 군사력 배치를 주문했다.
설전은 봉합, 불안은 그대로

발단은 아르헨티나 공군참모총장이 한 팟캐스트에서 마젤란 해협과 드레이크 해협에 대해 아르헨티나가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었다. 칠레가 반발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해당 발언을 ‘혼선과 부주의’로 규정하고 유감을 표명했고, 칠레 국방부는 외교적 마찰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외교적으로는 일단락된 셈이다.
그럼에도 칠레 군 원로들이 잇따라 나선 것은 해군 전력의 현실 때문이다. 칠레 해군이 운용하는 209급 잠수함 2척(톰슨함·심슨함)은 1984년 취역해 40년을 넘겼다. 칠레 상원 여야 의원 26명은 지난 7월 노후 잠수함 교체 프로그램 도입을 촉구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칠레 국빈 방문과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등 경제사절단 방문 시점에 맞춰 나온 것이었다.
한화오션이 던진 ‘남극 카드’

한화오션은 이 사업에 함정 판매 이상의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 지난 4월 산티아고 방산전시회에서 칠레 맞춤형 중형 잠수함 ‘오션 2000’과 호위함 ‘오션 4500’을 선보이며 공동 설계와 현지 건조, 기술 이전을 내걸었다. 칠레 국영 조선소 아스마르(ASMAR)를 중심으로 함정 건조 역량을 키우고, 남극 관문이라는 칠레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쇄빙선·특수선 협력과 남미 유지·보수·정비(MRO) 허브 구축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칠레가 완제품 수입을 배제하고 아스마르 중심의 현지 건조와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내건 만큼 ‘현지화’가 승부처다. 다만 아직 발주가 확정된 것도, 한화오션이 선정된 것도 아니다. 전직 장관들이 지적했듯 자금 확보 자체가 번번이 미뤄져 온 데다 유럽 조선사들과의 경쟁도 남아 있어, 태국의 성과가 남미로 곧장 이어질지는 칠레 정부의 예산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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