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차가 있었나?” 싶은 차가 있다. 1997년 12월 등장한 기아 슈마다. 현대 티뷰론이 선점한 스페셜티 카 시장을 견제하려고 세피아Ⅱ 플랫폼 위에 올린 5도어 테라스 해치백이다.

「연비 15.3km/L의 준중형」
1.5 DOHC 수동이 당시 공인연비 15.3km/L, 1.5 SOHC 수동이 15.2km/L, 1.8 DOHC 수동이 13.6km/L였다. 엔진은 마쓰다 B형을 기반으로 한 1.5리터와 기아 T8D 1.8리터 두 종류였다. 전장 4,475mm에 축거 2,560mm, 공차중량은 1,070~1,110kg에 그쳤다.

「작동하지 않는 보조제동등」
트렁크 리드에 달린 빨간 보조제동등은 실제로는 전구와 배선이 없는 껍데기였다. 양산 뒤 북미 고위치 제동등 규격을 맞추지 못해 케이스만 남긴 것이고, 국내 법규는 의무가 아니어서 그대로 팔렸다. 오너들이 직접 전구를 넣어 살리는 개조가 유행했을 정도다.

「혹평 속에서도 받은 디자인상」
토요타 셀리카와 포드 토러스를 베꼈다는 의혹이 따라다녔지만, 1999년 프랑스 디자인 어워드 자동차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기아가 부도와 법정관리를 겪던 시기에 나온 차라 완성도 논란도 컸다. 그래도 T8D 엔진의 성향과 균형 잡힌 차체 덕에 모터스포츠에서는 꾸준히 활약했다.

슈마는 2000년 11월 스펙트라 윙으로 바뀌며 국내에서 사라졌다. 2026년 9월 현재 엔카에 슈마 매물은 단 한 대도 없다. 같은 시점 세피아와 스펙트라가 각각 1대씩 남아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소멸한 셈이다.
※출시일은 자료에 따라 1997년 11월 20일 발표와 12월 5일 판매 개시로 엇갈린다. 당시 트림별 가격과 국내 누적 판매대수는 공식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국내 표기 130마력은 그로스 출력으로, 수출형 DIN 기준으로는 111~112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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