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핵추진잠수함이 왜 필요하냐고 누가 물으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미 해군이 지금 한국에 던진 질문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미 해군 관계자는 지난 9일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아시아·태평양 취재진을 만나 한국은 핵잠을 보유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격의 상징을 위해 산다면 잘못된 이유이고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미국이 정해줄 수는 없고 한국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대가 아니라 조건

먼저 정확히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의 핵잠 보유를 돕겠다는 입장이라고도 했습니다. 반대가 아니라 조건을 단 것입니다.
힌트는 그가 소개한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의 지난해 발언에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을 벗어날 계획이 없다면 핵잠은 필요 없다는 취지였고, 커들 총장은 방한 당시 핵잠이 중국 억제에 쓰이리라는 건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입에서 나온 일본 얘기

같은 관계자가 일본에 대해서는 다르게 답했습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이 핵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에는 이유를 대라 하고 일본에는 검토하라는 셈입니다. 미국이 보기에 일본은 태평양으로 나갈 나라이고 한국은 아직 동해와 서해에 머물 나라라는 인식 차이가 깔려 있다고 읽힙니다.
한국이 내민 이유와 미국이 원하는 이유

한국 정부가 말해온 이유는 자주국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동해·서해 방어로 미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5월 장보고-N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북한 잠수함 위협 대응을 핵심 역할로 꼽았습니다.
반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제1도련선을 따라 동맹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명시했고, 미8군은 지난달 UFS 연습에서 제1도련선 내 전투력 투사 능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대북, 미국은 대중이라는 온도차가 그대로입니다.

협의 속도가 이를 보여줍니다. 정상회담이 지난해 10월인데 한미 첫 협의는 올해 6월에야 열렸고 2차 일정은 아직 없습니다. 11개월 동안 회의 한 번입니다.
커뮤니티 분위기는 “결국 대만 유사시 나오라는 소리”가 다수이고, “이유도 못 대면서 뭘 사겠다는 거냐”는 냉소가 뒤따릅니다.
잠수함 문제가 아닌 동맹의 역할 문제

동맹 구도로 보면 이 발언은 잠수함 스펙이 아니라 한국이 어디까지 미국과 함께 갈 거냐는 질문입니다. 여기에 대미투자와 호르무즈 지원 요구까지 미국은 카드를 여러 장 쥐고 있습니다.
핵잠을 얻으려면 한국은 동해 밖으로 나갈 이유를 써내야 합니다. 그 답을 쓸 준비가 됐는지가 잠수함 설계보다 먼저입니다.
여러분이라면 그 이유란에 뭐라고 적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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