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나라 헌법에 핵무기 금지 조항이 적혀 있다면, 옆 나라 눈치를 보며 지우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두시겠습니까. 리투아니아가 지금 그 선택 앞에 서 있고, 러시아는 나라를 지우겠다는 말로 답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 11일 리투아니아에 핵무기가 배치되고 러시아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세계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토는 집단방위조항인 5조를 발동하지 않을 것이며, 발동하면 지구적 재앙이라 그들은 바보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국회의원 50명이 발의한 137조 폐지안

발단은 리투아니아 헌법 137조입니다. 영토에 대량살상무기와 외국 군사기지를 둘 수 없다는 조항인데, 지난 7월 국회의원 50명이 폐지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올레카스 의회의장은 10일 이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가을 회기를 연장해야 한다며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평화 유지이고 그 핵심은 억지력인데 핵무기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리투아니아 헌법 개정은 3개월 간격으로 두 번 표결해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합니다. 141석 의회에서 94명이 두 번 연속 손을 들어야 하는 문턱입니다.
크렘린의 조준선 발언

러시아의 반응은 메드베데프 이전에 이미 나왔습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핵무기 배치는 서방이 아닌 동쪽, 즉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고 심각한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며, 러시아를 겨냥한 핵무기가 있는 영토는 러시아 핵무기의 조준선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리투아니아가 유독 민감한 위치인 건 지도를 보면 압니다.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맹방 벨라루스 사이에 끼어 있어, 나토 동부전선을 지키는 핵심 기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핀란드는 이미 지웠다

리투아니아만의 움직임은 아닙니다. 러시아와 1300km 넘게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지난 6월 17일 핵무기 금지 규정 폐지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다만 조항을 지운다고 핵무기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미국이나 나토가 실제 배치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 계획이 발표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러시아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배치가 먹힌다는 증거”라는 반응이 많고, 반대로 “인구 300만 나라가 핵 표적 자처하는 건 도박”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협박이 증명하는 억지력의 무게

세력균형으로 보면 메드베데프의 발언은 위협이라기보다 고백에 가깝습니다. 리투아니아 땅에 핵이 들어오는 게 러시아에 아무 타격이 없다면 나라를 지우겠다는 말까지 꺼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토 5조가 실제로 작동하느냐는 워싱턴과 베를린이 답할 문제이고, 그 답을 확신하지 못하면 헌법 조항 하나가 방패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이 헌법 개정, 억지력이라고 보시나요 도발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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