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를 살 때는 보통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속도부터 비교한다. 막상 자동차보험 견적을 받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 SUV라도 차종에 따라 자차보험 산정에 반영되는 차량모델등급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공개한 차량등급조회 자료를 보면 테슬라 모델 Y는 8등급이다. 기아 EV9 1세대는 22등급으로 두 차량 사이에는 무려 14단계 차이가 난다.
기아 전기차끼리 비교해도 숫자는 같지 않다. EV3 1세대는 16등급, EV5 1세대는 17등급, EV9 1세대는 22등급으로 조회된다. 차량이 크거나 비싸다고 무조건 불리한 등급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숫자에서 바로 드러난다.
보험개발원의 차량모델등급은 1~26등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26에 가까울수록 저속 충돌 때 손상 정도가 작고 수리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의미다. 차값과는 별개로 사고 뒤 얼마만큼의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평가하는 숫자에 가깝다.
8등급은 140%·22등급은 70%…참조요율 차이도 크다

등급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보험개발원이 공개한 참조 순보험요율을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차량모델 8등급의 참조요율은 140%다. 16등급은 100%, 17등급은 95%이며 EV9이 속한 22등급은 70%다. 가장 높은 26등급은 50%까지 내려간다.
이 비율이 운전자가 실제 납부하는 자동차보험 전체 보험료를 그대로 뜻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모델등급은 자기차량손해 담보에서 차종별 위험도를 반영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보험사마다 적용방식도 다르다. 운전자 연령과 사고이력, 가입경력, 특약 등도 최종 보험료를 함께 결정한다.
그래도 같은 운전자가 차를 바꿨을 때 보험 견적이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이유를 살펴보는 데는 꽤 유용한 자료다. 차량 가격만 보고 보험료까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개발원이 시속 15km로 직접 충돌시험한다

보험등급을 매기는 과정도 흥미롭다. 새로 출시된 모델은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충돌시험과 손상성·수리성 평가를 거쳐 최초 등급을 받는다.
보험개발원은 국제 자동차수리연구위원회 RCAR 기준에 따라 시속 15km로 경사벽 전·후면 충돌시험을 실시한다. 사고 후 어느 부위까지 손상이 번지는지, 수리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등을 지수화한다.
범퍼와 램프 위치, 센서 배치 같은 설계 차이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부품가격과 작업시간, 공임, 도장비를 반영한 심도지수와 실제 보험손해율을 반영한 빈도지수까지 합쳐 등급이 만들어진다.
요즘 전기차는 범퍼 주변에도 카메라와 레이더 같은 센서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충돌이라도 어떤 부품까지 교체해야 하는지에 따라 수리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이런 차이가 실제 보험 데이터에 쌓이면서 모델별 등급에도 반영된다.
EV3 16·EV5 17·EV9 22…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차이

기아 전기차 세 대만 놓고 봐도 모델등급이 단계적으로 나뉜다. EV3는 16등급, EV5는 17등급, EV9은 22등급이다.
참조요율 기준으로는 EV3가 100%, EV5가 95%, EV9이 70%에 해당한다. 브랜드가 같고 모두 전기 SUV라는 공통점이 있어도 사고 뒤 수리비와 손해실적을 반영한 보험 평가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EV9은 차체 길이가 5m를 넘고 국내 판매가격도 6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대형 전기 SUV다. 차가 크고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모델등급까지 낮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기아 공식 기준 2026 EV9 스탠다드 라이트의 세제 혜택 후 가격은 6197만원부터다.
보험개발원이 가격 자체보다 실제 손상성과 수리비 구조를 별도로 평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신차 계약 단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차이가 보험 가입 단계에서 드러날 수 있다.
한 번 정해진 등급도 바뀐다…분기마다 다시 조정

차량모델등급은 출시 때 받은 숫자가 평생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보험개발원은 실제 손해율과 부품가격 변동 등을 반영해 매년 1월과 4월, 7월, 10월 등 분기별로 등급을 조정한다.
신차는 충돌시험을 통해 첫 등급을 받고, 이후 실제 도로에서 사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부품가격이 오르거나 보험손해율이 변하면 같은 차량도 시간이 지나 등급이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홈페이지에서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나눠 제작사와 차명별 모델등급을 직접 조회할 수 있다. 보험 가입 직전에 견적만 받아보는 것보다 차량을 고르는 단계에서 미리 검색해볼 만한 자료다.
전기차 두 대를 놓고 고민할 때 주행거리와 옵션, 할인조건은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보험모델등급까지 함께 놓으면 사고 이후 수리비 구조와 보험 위험도까지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다.
모델 Y 8등급과 EV9 22등급처럼 예상보다 큰 차이가 실제 공개자료에서 확인되는 만큼, 차를 오래 보유할 계획이라면 가격표 밖의 숫자도 구매 판단에 넣어볼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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