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과정에는 유전과 노화가 크게 작용하지만, 모낭에서 색소를 만드는 과정에는 구리·철·비타민 B12·엽산을 비롯한 여러 영양소도 관여한다. 실제 조기 백발 연구에서도 일부 영양소의 결핍과 흰머리 사이의 연관성이 반복해서 관찰됐다. 말린 대추·흑임자·김은 서로 다른 영양 구성을 가지고 있어 평소 식사에서 이런 영양소를 다양하게 보충하는 식품으로 활용하기 좋다.
모낭 멜라닌세포 퇴화와 미량영양소 결핍의 상관관계
원래 머리카락의 색은 모낭에 존재하는 멜라닌세포가 만드는 멜라닌(melanin)에 의해 결정된다. 나이가 들면서 모낭의 색소 시스템에 산화 스트레스와 DNA 손상이 축적되고 멜라닌세포와 그 전구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에 들어가는 색소가 감소하면서 회색이나 흰색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는 유전적 영향이 상당히 크지만 영양 상태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조기 백발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비타민 B12·엽산·비오틴 부족과 낮은 페리틴·칼슘 등이 조기 백발과 연관된 요인으로 보고됐으며, 다른 연구에서는 구리 부족과의 연관성도 관찰됐다. 특히 구리는 멜라닌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티로시나아제(tyrosinase)의 정상적인 기능과 관련돼 있어 모발 색소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미량원소로 꼽힌다.

흑임자 속 구리·티로시나아제 활성화 및 케라틴 생성 기전
흑임자는 검은색 때문에 오래전부터 검은 머리와 연결되는 식품이지만, 영양학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색깔 자체보다 구리·철·아연·마그네슘과 단백질이다. 참깨류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 식이섬유가 들어 있으며 특히 구리를 상당량 함유한다. 일반 참깨 알맹이의 식품성분 자료를 보면 100g당 단백질 약 20g, 철 약 6.4mg, 아연 약 6.7mg, 구리 약 1.4mg, 마그네슘 약 345mg이 들어 있다.
품종과 가공 여부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참깨가 여러 미네랄을 농축해 가진 종실류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구리는 티로시나아제의 정상적인 작용과 멜라닌 생성 과정에 관여한다. 조기 백발 환자와 대조군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조기 백발군의 혈중 구리 농도가 유의하게 낮게 나타난 사례가 있다. 여기에 흑임자의 단백질은 모발을 구성하는 케라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을 공급한다. 검은깨의 색소가 머리카락을 직접 검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색소 형성과 모발 성장에 필요한 영양 재료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김의 수용성 비타민 B12·엽산 흡수 및 적혈구 형성 작용
김은 모발 영양에서 꽤 흥미로운 식품이다. 해조류 가운데 특히 김류에는 비타민 B12와 철, 엽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판 건조 김을 분석한 2023년 연구에서는 건조 김 100g당 비타민 B12가 약 30~60μg, 엽산 화합물이 약 880~1,300μg 범위로 측정됐다. 다만 실제 한 번에 먹는 김은 수 g 정도이므로 100g 수치를 한 끼 섭취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비타민 B12는 정상적인 DNA 합성과 적혈구 형성 등에 필요한 영양소이며 조기 백발과 영양 상태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B12가 자주 등장한다. 젊은 성인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조기 백발군에서 혈청 B12와 페리틴이 더 낮게 나타났다. 김에 함유된 B12가 실제 사람에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 최근 임상시험도 있다. 채식인 30명을 대상으로 구운 김을 하루 5g 또는 8g씩 4주 섭취하게 한 결과, 김을 먹은 집단에서 혈청 B12와 활성형 B12 지표 등이 개선됐다. 김은 여기에 단백질과 철 등도 공급하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 여러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건대추의 철·페리틴 보충과 폴리페놀 항산화 기능
대추를 말리면 수분이 빠지면서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탄수화물과 식이섬유, 여러 미네랄이 농축된다. 건대추의 식품성분 자료에서는 100g당 식이섬유 약 6g과 철 약 5.1mg, 구리 약 0.23mg 등이 제시돼 있다. 대추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페놀성 화합물이 존재한다. 모발 관점에서 철과 구리를 눈여겨볼 만하다. 철은 모낭을 포함해 빠르게 분열하는 조직의 정상적인 대사에 필요한 영양소이며, 저장 철을 반영하는 페리틴이 낮은 상태는 일부 조기 백발 연구에서 연관성이 관찰됐다.
구리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멜라닌 생성 과정과 관련된다. 다만 말린 대추는 생과일보다 수분이 적어 당과 열량도 농축된 식품이다. 따라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몇 알 정도를 견과류나 무가당 요거트와 곁들이는 방식이 좋다. 특히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말린 대추를 계속 집어 먹는 습관은 피하는 편이 좋다.

모발 영양소 시너지 창출을 위한 일상 식단 조합법
세 음식의 장점은 서로 다른 영양소를 채워준다는 데 있다. 흑임자는 구리·철·아연·마그네슘과 단백질, 김은 비타민 B12·엽산·철과 단백질, 말린 대추는 철·구리·식이섬유와 여러 식물성 성분을 공급한다. 조기 백발에 관한 연구를 종합하면 B12·엽산·비오틴 같은 비타민과 구리·철·칼슘 등 여러 영양 상태가 모발 색소와 연관될 가능성이 제시돼 있다. 아침밥에 김을 곁들이고, 흑임자를 죽이나 두유·요거트에 한두 숟가락 뿌리며, 간식으로 말린 대추를 소량 먹는 식으로 나눠 활용하면 된다.
여기에 달걀·생선·육류·콩·유제품 등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결국 건강한 모발을 위한 식사는 어느 한 가지 ‘검은 음식’에 집중하기보다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부족하지 않게 채우는 식사에 가깝다.

영양 결핍성 백발 교정 및 동반 질환 점검의 필요성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흰머리의 가장 큰 배경은 정상적인 모낭 노화와 유전이다. 따라서 흑임자나 김을 많이 먹는다고 이미 하얗게 자란 머리카락이 다시 검게 변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영양 결핍이다. 심한 단백질 영양실조와 비타민 B12·철·구리 부족 등은 모발의 색소 변화와 연관돼 있으며, 영양 결핍이나 동반 질환을 교정한 뒤 색소가 회복된 사례도 보고돼 있다.
따라서 평소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반복하면서 흰머리가 갑자기 늘고 머리카락까지 가늘어졌다면 단순히 노화라고 넘기기보다 전체적인 영양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젊은 나이에 갑자기 흰머리가 크게 늘거나 탈모·피로감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B12나 철 저장량뿐 아니라 갑상선 질환 등 다른 원인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기 백발과 B12·페리틴 부족, 갑상선 이상 등의 연관성은 기존 연구에서도 보고돼 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흑임자: 멜라닌 합성 효소(티로시나아제)를 활성화하는 구리를 비롯해 철, 아연, 단백질이 풍부하여 모발 케라틴과 색소 형성 영양을 공급한다.
- 김: 해조류 중 비타민 B12, 엽산, 철이 매우 풍부하여 적혈구 형성과 DNA 합성을 도우며, 조기 백발과 연관된 B12 영양 상태를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 말린 대추: 모낭 대사에 필수적인 철(페리틴)과 구리, 폴리페놀을 제공하나, 당과 열량이 농축되어 있으므로 소량씩 견과류나 요거트와 곁들여 섭취한다.
- 흰머리 예방 지침: 단일 검은색 식품에 의존하기보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을 균형 있게 섭취하여 영양 결핍으로 인한 조기 백발을 방지하고 필요시 갑상선 기능 등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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