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한 뒤로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습니다. 어느 날 냉장고 문에 작은 쪽지가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무슨 잔소리인가 싶어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는 혼자 웃었다고 합니다.

처음 붙은 쪽지
쪽지에는 오늘 저녁은 각자 알아서 먹기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밑에는 작은 글씨로 대신 설거지는 같이 하기라고 덧붙여 있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그 말이 서운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글씨를 보니 웃으면서 쓴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각자 먹고 나란히 설거지를 했습니다.

쪽지가 늘어났습니다
그 뒤로 쪽지는 며칠에 한 번씩 새로 붙었습니다. 오늘은 나가서 걷기, 이번 주는 국 끓이기 당번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말로 하면 잔소리가 되는 이야기가 쪽지로는 가볍게 지나갔습니다. 남편도 밑에 답을 적어 두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 문이 두 사람의 대화창이 된 셈이었습니다.

아내가 나중에 한 말
한참 뒤에 아내는 쪽지를 붙인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말 대신 글로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그 말을 듣고 아내도 애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쪽지가 오기 전에 먼저 움직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퇴직 후에는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딪히는 일도 늘어납니다. 그럴 때는 말의 내용보다 전하는 방식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오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짧게 적어서 건네 보시면 좋겠습니다. 같은 말도 훨씬 부드럽게 전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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