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눈 곰팡이 지겨워서 타일을 아예 안 썼다고?” 아일랜드 주방+분리형 욕실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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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옮긴 이유는 세 가지였다. 더 넓은 집, 재택근무하는 남편을 위한 독립된 작업 공간, 그리고 오래 꿈꿔온 아일랜드 주방이다. 1년 넘게 매물을 뒤진 끝에 연식은 오래됐지만 구조의 뼈대가 좋은 29평 구축을 만났다.

전 주인이 손을 봐둔 집이었지만 두 사람의 취향은 아니었다. 이왕 이사하는 거 타협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올리모델링에 들어갔고, 원했던 분위기는 와비사비와 일식 미니멀이 섞인 차가운 무광 톤이었다. 곡선 요소는 넣지 말자는 조건도 붙였다.
구조에서 가장 큰 변화는 주방의 방향을 통째로 돌린 것이다. 구석에 갇혀 어둡고 좁던 옛날 주방을 벽만 터는 게 아니라 아예 두 사람의 공용 공간을 바라보게 틀었다. 덕분에 격자가 반듯해지고 원하던 기능이 빠짐없이 들어갔다.
현관

부부의 신발이 꽤 많은데 문을 열자마자 천장까지 닿는 신발장이 버티고 있는 건 싫었다. 그래서 회전식 신발장을 넣었다. 돌아가는 철물 덕에 수납량은 늘리면서 장 자체는 작게 유지했고, 그렇게 아낀 자리에 다른 생활용품이 들어가니 현관이 늘 깔끔하다.
거실

거실과 다이닝룸, 다목적 공간을 전부 터놓아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다. 색은 회색기가 도는 톤으로 맞춰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두 사람이 처음부터 그리던 집의 온도가 바로 이것이었다.

TV는 보지 않는다. 예전 집에서도 흰 벽에 프로젝터를 쏘며 버텼는데, 이번에는 120인치 스크린을 천장에 매립했다. 안 볼 때는 위로 말려 올라가고 그 뒤로 진열장과 서랍이 드러난다. 흔한 유리 장식장은 싫었던 집주인에게 필요할 때만 화면이 되는 이 벽은 딱 맞는 답이었다.

소파 뒤에 있던 벽은 헐어냈다. 그렇게 생긴 공간은 홈트레이닝과 춤 연습 자리로 쓰는데, 동작을 확인할 수 있게 큰 거울을 한 면에 세웠다. 이 거울을 옆으로 밀면 안쪽에 작업 공간이 숨어 있고 옆 수납장에는 서류가 들어간다. 물건마다 있어야 할 자리가 있어야 집이 깔끔하게 유지된다는 원칙이 여기서도 지켜진다.
다이닝룸과 주방

이 집은 남편이 주로 요리한다. 예전 집 주방도 트여 있긴 했지만 일자형 두 줄에 가스레인지는 벽을 보고 있었고, 이 집도 고치기 전엔 주방이 구석에 갇혀 있었다. 요리하면서 가족과 이야기할 수 있는 주방은 오랜 로망이었다.

지금은 아일랜드가 식탁까지 이어진다. 쿡탑을 아일랜드 상판에 매립해 재료 손질부터 조리, 식탁에 올리는 것까지 한 줄로 흐르고, 다 먹은 그릇은 바로 옆으로 치우면 된다. 아일랜드 아래에는 오븐까지 넣었으니 집의 주방장인 남편이 이 동선을 극찬할 만하다.

아일랜드 뒤쪽 벽은 히든도어 세 개로 정리했다. 욕실과 창고, 가전장이 그 뒤에 숨어 있다. 구축 특유의 잘게 쪼개진 벽면이 한눈에 보기엔 그냥 매끈한 벽 하나로 읽힌다.
공용 공간과 침실 구역 사이에는 문을 하나 달았다. 손님이 왔을 때나 남편이 화상회의로 완전한 정적이 필요할 때 이 문만 닫으면 침실, 드레스룸, 욕실이 순식간에 사적인 영역으로 돌아간다.
침실

침실은 넓지 않다. 큰 더블 침대를 넣으면 답답해지고 양쪽에서 내려오기도 애매해서 싱글 침대 두 개를 나란히 두기로 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있되 서로의 잠을 방해하지 않는 배치라 살아보니 딱 맞았다고 한다.
작다고 밋밋해지지 않도록 침대 헤드 뒤 벽에는 벽감을 하나 팠다. 작은 소품 몇 개를 올려두는 미니 진열장인데, 단순한 선으로만 이뤄진 방에 온기를 더한다.
드레스룸

침실과 드레스룸을 완전히 분리하니 침대에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어졌다. 수납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되 도어 없이 열어두고, 선반은 높이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게 했다. 아침에 옷을 고르거나 계절 옷을 정리할 때 뭐가 어디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욕실
집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여행지 숙소에서 세면대와 변기, 샤워실이 따로 나뉜 구조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기능을 쪼개면 화장실 쟁탈전이 사라진다는 게 영리해 보였다. 그래서 세면대, 변기, 샤워와 욕조 구역을 완전히 독립시켰고 살아보니 생활의 흐름 자체가 달라졌다.

바닥은 타일을 쓰지 않았다. 줄눈에 곰팡이 피는 게 너무 싫어서 이음매 없는 도장 마감으로 바꿨는데, 미장하고 타일 붙이는 공정이 빠지니 비용도 꽤 아꼈다. 완성된 질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각적으로 매끈하고 맨발로 밟는 감촉도 좋아서 이 결정만큼은 후회가 없다고 한다.
출처: chengli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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